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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Sep 05. 2022

경험치

배움

 사실 이 원고는 오래전에 적어놨었다. 지금부터 적어내릴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헌데 그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이렇게 비관적인 사람이었나? 스스로 실천을 해냈던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고 그 의문들은 내 글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내 목표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돌아와 내 발걸음을 점검하는 데에 이르렀다. 최근 코로나에 걸려서 방안에만 갖혀 생산적인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수많은 동영상과 만화들, 게임속 생활에 스스로를 넣어 시간만 죽이는 생활을 하는 도중, 내 책상 한 켠에 놓인 화이트 보드에 적힌 내 위시리스트와 나의 순차적 목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를 실행하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을 적어놨는데 나는 이중 단 하나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 없다. 내 스스로의 역량에 맞춰 세워둔 작업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이거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큰 꿈을 꿀 사명은 있으나 이룰 자격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되짚어 보기 위해 내가 살아오며 어떤 배움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고 그 깨달음이 어떻게 삶에 작용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이를테면 초심찾기?


 어릴적 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기 보다는 위인전에서 본 세종대왕의 똑같은 책 100번 읽기가 그때 당시의 나에게 인상 깊었는지 나도 책을 외우겠다며 책을 계속해서 읽었던 것 같다. 우습게도 지금와서 읽고 있는 책들의 내용보다 그 때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더 잘 기억나는 것을 보면 실제로 효과는 있나보다. 그리고 그 당시 책에 가장 큰 관심을 둘 수 있었던 이유는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때문이다. 나는 책에서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진행을 좋아했다. 우리들의 초등학생 시절 필독서인 'why'책을 읽을 때 조차도 그 안에 들어있는 여러 정보보다 각각의 책에 담겨있는 캐릭터의 특성과 이야기를 더 잘 외웠을 정도로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마 이제와서 철학책을 읽으려니 스토리가 없어서 소설 책보다 진도가 훨씬 느린 것이 아닐까?(물론 읽기 싫어하지는 않는다.) 깨달음을 얻는 기분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다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거나 책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렇게 책을 읽기 좋아하던 나는 어느 날 읽은 책에 나오는 법조인들과 또 그 때 유행했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고 법조계에 관심을 들이게 되고 그쪽을 공부해볼까 하던 생각을 했지만 역시 상상과 현실의 괴리는 크더라. 그리고 다시 고민해 얻은 꿈은 기자였는데 이야기를 직접 적어 전하는 직업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온 직업이 기자라니, 이제와 생각해보면 우스울 지경이다. 역시나 기자에 대해 보다 공부하고 자세히 알아가던 도중 나의 이야기를 적어 전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이셨는데, 내가 글을 적는 것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 무언가를 적는 것에 일말의 재능이 보였는지 나에게 작가라는 직업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과에 갈 거라고 과학공부를 하던 내 머리가 그러지 말라고 붙잡고 있었지만 손은 멋대로 문과를 택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음, 꿈을 목표로 세우게 된 점은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별로 였을지도..? 약 18년에 걸쳐 얻은 목표가 생겼다면 그에 맞춰 노력을 하면 될 터인데, 그 쪽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주변에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없고 지금와서도 어떤 식으로 노력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 여기에 글을 적고 있다는 것은 나는 아직 꿈을 버리지 못했고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는 거다. 이전에는 한 번씩 내 취미가 글쓰기라며 헌데 이를 직업으로 삼으려니 최고의 취미를 잃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는 글쓰는 것을 더이상 취미로 생각을 안한다. 글쓰기는 내 꿈인 글을 쓰기 위한 발전 방법이다. 


 내가 현재까지 작가가 되기 위한 꿈을 꾸면서 깨달은 것은 꿈과 목표는 다르다는 것, 내가 정한 목표가 옳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 자기 자신의 역량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꿈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꿈을 옹호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히 낭만이라서? 그냥 세상의 모토가 부유하고 여유로운 삶보다 꿈을 이룬 삶을 동경해줘서? 자아실현과 만족을 위해서? 적어도 나는 그냥 좋아서다. 뭐 천재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같은 말은 믿지 않는다. 천재는 천재다. 나는 그냥 이게 좋다. 내가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냥 좋다(성소수자 비난 발언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데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다만 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소소한 목표가 있을 뿐이다.


 오늘의 글은 주제와 전혀 다를 것이다. 이유는 앞서 말했다 싶이 이전에 썻던 초고를 모두 삭제하고 다시 적은 글이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제목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이또한 나에게 있어 하나의 배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또 다른 주제로 좋아하는 글을 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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