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

평범함은 특별함이다

by 정다훈

오후 5시, 창가에는 너무 따갑지도 밝지도 않은 햇빛이 잔잔히 드리우며 하루가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그런 시간,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사근사근하거나 공부하는 손님들 덕에 나른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카페에 정적을 깨려고 늘 이 시간에 문에 달린 종을 울리는 손님, 그리고 들어와서 하는 항상 똑같은 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이 간단한 문장하나와 카드를 건내며 진동벨을 받아 들고 창가에 있는 기다란 테이블 앞의 의자 중 하나에 앉아서 30분을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 밖만 바라보다 나가는 그 손님. 이제는 5시만 되면 괜히 미리 샷을 내려도 되지 않을까, 혹시나 오늘은 안오려나 하는 생각이 들며 창가에 자리가 다 차 있으면 어디에 앉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카페에 나의 하루에 일상이 되어버린 그 손님. 이제 이 시간에 창가에 앉아 가만히 있는 그 모습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아무리 낯이 익고 단골이라 하더라도 먼저 다가가지 않던 나는 이 손님이 온지 한 달이 되던 날, 이상하게 욕심이 났다. 과연 내가 말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그리고 늘 똑같이 느껴지던 그 시간이 달라질지. 어떤 말을 던져야 아무렇지도 않게 적당하면서도 일상에 색다름이 생길 수 있을까 하던 중, 늘 똑같은 말을 하는 것에 변화를 주고 싶어졌다. 내가 먼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물어본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5시가 되었고 오늘도 역시 평범하게 일상처럼 카페의 문을 열고 카운터로 다가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맞으시죠?


내가 던진 질문에 익숙함에 물들어 아무런 생각이 보이지 않던 마른 눈에 무언가 생기와 빛이 돌았고 말을 꺼내려 살짝 열렸던 입도 닫는 것을 잊은듯 했다. 그러다 이내 아하-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옅은 미소를 띄우며 드디어 다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바닐라라떼로 주세요.


평범한 5시의 일상에 색다름을 넣어보고 싶었으나 새로움은 생각보다 낯설었고 당황스러웠으며 손님이 계산을 하고 창가에 돌아가 앉은 후에도 무언가 내가 실수한 건가, 아니면 오늘 그냥 다른게 먹고 싶던 건가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예상치 못한 대답과 커피와는 다르게 평범하게 앉아서 가만히 30분을 있다가 자연스레 카페를 나갔다. 이게 무슨 일인지, 그냥 내일부터는 역시 평소처럼 그냥 평범한 일상을 생각하며 괜스레 먼저 질문을 던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생각할 수록 창피함에 그날 하루 얼굴에서 홍조를 지우지 못했다. 헌데 왜 창피함에 부끄러움이 더욱 어색한지.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5시가 되었다. 역시나 오늘도 평범히 카운터로 오는 손님,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겠지 하며 자연스레 포스기를 누르려는 나에게 이제는 평범함은 사라졌음을 알리는 그 말,


왜 오늘은 안 물어봐주세요?


조용하고 따뜻하며 잔잔했던 5시의 카페는 그렇게 평범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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