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시기를 잊었다. 매미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지금, 친구가 말했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매미소리를 들어본 것 같다는 말에 쉬이 대답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헷갈렸기 때문. 내가 들었던 매미소리가 작년인지 어제인지 모를 정도로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얼마 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사실. 친구들과 모여 학창 시절의 얘기를 꺼낼 때면 항상 몇 학년때 일인지 찾아가기 바쁘다. 고작해야 10년 남짓한 시간인데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언제였는지 서로 물어가며 찾아가야 한다. 분명 인상 깊었던 일임에도.
브런치 새로운 멤버십이 열리면서 나도 도전을 해볼까 하며 주제를 찾다가 계절의 흔적들에 담긴 감정을 얘기해보려 했다. 봄의 따스함이나 여름의 시원함, 가을의 쌀쌀함과 겨울의 온기를 떠올리게 해주는 주제를 사용해 에세이를 해보려 했다(본 주제는 한강 작가님의 색깔을 이용한 ‘흰’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당장 언제 있었던 일인지도 기억 못 하는데 글을 적어보자니 과거를 더듬어 가는 것도 버거웠다.
잊고 지내는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