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툼

고전이 주목받는 이유

by 정다훈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모두에게 활발하고 재밌는 유쾌한 사람으로 보일 나는 두루두루 다 잘 어울리는 인싸의 삶을 지내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녀 앞에만 가면 말이 꼬이고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하며 생각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생기면 그녀가 온다는 소식에 어색함이 걸리지만 그보다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이러는 것인지 이상하다 느껴 친구에게 물었다. 내 자초지종을 들은 친구는 '좋아하니까'라는 간단한 답을 던지고 주변 모두가 내가 그녀에게 관심 있어 보인다고 말한단다. 괜히 나 때문에 뒤에서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혹시나 그녀도 이런 소문을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절대 그런 것 아니라며 헛소리 하고 다니지 말라고 엄포하자 친구는 내기를 하잔다. 만약 내가 그녀에게 관심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하루동안 자신에게 술이며 밥이며 다 사주기로. 그리고 추하게도 그때도 자존심만 앞세워 승낙했다. '내가 걔를 좋아한다고?' 있었던 일을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단순히 친구라고 생각해 챙겨주는 다른 여사친과는 다르게 행동했던 것이 떠올라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된다. 결국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아냐 그럴 리 없어- 하며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 그다음 날부터 그녀를 마주칠 때마다 어색한 기분이 들어 인사도 못 받고 도망치는데 이르렀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이런 식으로 도망 다니고 어색하게 행동하는 것이 더욱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 나는 깔끔하게 사과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야겠다 다짐하며 사과할 기회를 가지기 위해 학교 앞으로 불렀다. 내 마음을 의식하고 있어서인지 늦저녁 시원한 바람이 부는 캠퍼스 앞에서 밝은 빛이 모두 모여 있는 듯한 순간에 내 눈에 비친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스스로 인정해 버렸다. 나는 너를 좋아하는구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갑자기 자신을 왜 피해 다니냐고 얼마냐 당황했는지 아냐며 앞으론 그러지 말라고 장난치는 네 모습이 너무 소중해서 견디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버렸다. 사과가 아니라 고백이라니, 얼마나 못나야 만족하는지


처음에는 단순히 사람을 좋아하는 재밌고 활기찬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 다른 친구들에게 편히 대하는 것보다 유독 나랑 있을 때 어색해하며 점점 나에게 거리를 두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심 서운한 기분이 들었고 혹시나 내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 친구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친구는 대체 눈치가 없는 것인지 신경을 안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염장 지르냐?!' 하며 혼내더라. 나는 당황스럽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보이는 것인지 그날부터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모든 행동을 신경 썼다. 다 같이 술을 먹다가 늘 그랬듯이 아이스크림을 사 오겠다며 뛰쳐나간 너는 모두 똑같은 아이스크림으로 통일해 사 와서 친구들에게 착한 일을 하고도 혼나더니 나한테는 다른 아이스크림을 몰래 손에 쥐어줬다. 내가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는 아이스크림을. 그 외에도 장난 섞인 얘기에 묻어 있는 모든 말과 행동이 하나같이 나를 신경 써주고 있었다. 그렇게 어색해하면서도 은근히 옆자리에 앉아 머쓱해하는 표정을 짓던, 항상 나를 살피며 추울까 에어컨을 조정하고 차도에 걷지 않게 은근히 옆으로 와서 걸으며 음료수를 건넬 때는 조금씩 뚜껑을 따서 주던 너의 사소한 배려라고 생각한 행동들은 다른 친구들에겐 하지 않는 나에게만 하던 것이었다. 모두에게 친절한 매너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만 세심했던 것이다. 이상하게 이게 왜 이렇게 귀엽게 보이는 것인지 알게 모르게 나도 점점 너를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한데 어느 순간 너는 나를 멀리했다.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었던 나는 당황스럽고 원망스러웠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말을 걸어 보려 했지만 차마 자존심에 그러지 못하고 있던 나를 알기라도 했는지 대뜸 사과를 하겠다며 학교 앞으로 부르더라. 오랜만에 너와 직접 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한편으론 속상했다. 정말 친구구나-하는 생각에 그동안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은 오히려 너를 좋아하는 마음에 끼워 맞춘 구색일 뿐이라 생각해 네 앞에서 티 내지 말아야겠다고 삼키고 나갔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장난스럽게 너에게 다가갔더니 그 순간 너는 또다시 세심하게 내 마음을 읽은 듯 먼저 사랑을 말했고 정말 멋있어 보였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순간의 분위기,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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