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짝사랑

짝사랑이 순애(純愛)가 될 수 있을까

by 정다훈


대학생, 캠퍼스, 성인, 자유 등의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는 20살이 되던 해, 나 역시도 본래의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여러 사람을 만날 생각에 설렘과 걱정 반으로 잠을 설치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보던 어른스러움을 뽐내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이제 곧 내가 실천할 것이라 생각하면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한편으론 아무렇지 않은 것임을 깨달으며 시작한 대학생활은 차라리 고등학교 때가 더 즐겁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무료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처음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중, 고등학교 때처럼 쉽게 가까워지기도 어려웠고 수업은 더욱 재미가 없고 자유도가 높아진 만큼 스스로 감내해야 할 것이 많아진 것 또한 일상의 재미를 잊게 하는 데에 일조했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없는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단체에서 각각의 무리가 생성되기 마련이다. 여러 학번과 나이가 겹쳐서 있는 경우가 많으며 자유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체의 단합보다는 서로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삼삼오오 모임을 이루게 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자들 끼리는 같은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같이 담배도 피면서 서서히 다가갔다면 여자들은 서서히 라기 보다는 어느순간 조금 친해져 있고 그 이상은 서로 터치하지 않는 듯한 느낌. 뭔가 파벌이 나눠진 듯한 모습으로 보일 정도로 보였다. 그러다 보면 같이 술을 마시면서 또다시 새로운 그룹이 생겨났고 그 곳에는 다른 학번인 선배들도 다른 과의 친구들도 있는 수많은 가짜 친구들이 생겼으며 가짜 친목도모가 생겨났다. 내가 가짜라 생각함에는 어린시절 가져온 친구들간의 무언가 끈끈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아닐까.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그런 어색한 모임이 몇개씩 정리 되고 한 둘 빠지는 사람이 생기고 비교적 많은 추억과 상황을 쌓아온 사람들끼리 친해지면서 본격적인 한 그룹이 형성된다. 우리 그룹은 남자 셋에 여자 셋으로 총 6명이었는데 웃긴 것은 개중 두명은 서로가 좋아하는 관계였고 많이 티가 났으나 무슨 순정만화도 아니고 서로만 그런 것을 모른체 관계에 진전이 없었다. 그 둘을 제외한 넷이서 어떻게 이어주지 하면서 얘기할때 주변에 다른 친구들이 쟤네 둘은 언제 사귀냐고 물어볼 정도로 첫cc탄생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면 부러워하는 사람 반, 후회할 것 이라는 사람 반이었고 나는 후회할 것이다로 생각했다. 결국 둘이 이어졌고 그 이후에도 6명이서 잘 놀았으나 점점 둘이서 노는 경우가 느는 것이 당연했고 우리는 넷이서 자주 모이게 됐다. 뭔가 북적거리던 느낌에 복작거리는 느낌으로 바뀐지라 약간의 섭섭함과 허전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내가 우리 넷은 절대 흩어지지 말자고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조용히 나 외에 다른 남자인 친구가 나를 한 번 불러냈다.


'야 너는 눈치가 빨라서 모른 척 하는 거냐 아니면 니 일은 모르는 거냐?'


갑작스런 말에 이게 시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당황한 나머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알고보니 그 둘이 서로 좋아하는 것이 유명한 정도로 우리 모임의 한 여자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 당황스러운 나머지 커플이 되어 떠나간 남자를 불러 물었다. 너도 알고 있었느냐고. 그제서야 나오는 그의 한탄. 그렇다면 너는 내가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큰 마음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냐며 담담히 말하지만 무게있게 말을 꺼냈다. 누가봐도 서로 행복한 연애생활 중인것으로 보인 그들이기에 이 말이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는 처음에 단순한 호감일 뿐이었는데 여자 측에서 조금씩 티를 내서 살짝 밀어내려는 중이었지만 분위기 형성이 이미 내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쁜놈이 되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타의성이 짙은 고백을 해버렸다며 그럼에도 연애를 시작한 것은 현실이니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노력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해보려고 하는 노력.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나도 똑같은 상황이 되버린건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 받아들일 것인지를 정해야 했다.


한 사람의 사랑만으로 시작하는 연애는 과연 행복인가? 내가 마음에도 없으나 강제적으로 연애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오롯이 내 잘못인가? 만약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것또한 내 잘못인가? 모든 문제의 답이 아니오 였지만 정작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니 친구가 말하던 강제성을 깨닫게 되었다. 분류되어 작은 그룹이 되었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커다란 집단이다. 깊은 유대가 없을 지라도 같은 과라는 명목하에 전체적인 생활이 있었고 그 속에서 관계가 얕을 수록 시선을 신경쓰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가까이 지내는 모임 외에는 전체적인 집단의 시선을 받게 되는 것인데 내가 과연 그런 시선 모두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그녀의 표현과 주변의 시선이 나를 옥죄여옴을 느꼈으며 여러 소리들이 들려오자 결국 나는 이겨내지 못했다. 이것은 그녀의 순정인가 나에 대한 속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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