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사이. 서로 친한 관계가 아닌 겹치는 친한 친구 덕에 몇 번 마주치고 인사하며 알고만 지내는 사이. 마주치면 식상한 대화나 몇마디 나누고 어쩌다 한 번씩 연락을 주고 받는 그런 인스턴트 같은 사이일 뿐, 가까워질 기미는 둘 중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공기가 맴도는 분위기가 싫어서 괜히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알게 모르게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늘었고 얘기의 폭이 넓어졌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관계가 이어지던 무료한 어느 날, 평소 좋아한다던 장르의 영화가 개봉한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이들었는지 대뜸 먼저 연락을 해서 영화보러 안가냐고 물었다. 같이 갈만한 사람이 없어서 안간다는 대답에 순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럼 나랑 둘이 보러 가자.'라고 내뱉었다. 정말 아무런 마음없이 뱉은 말이지만 당황스럽게 하기엔 충분한 상황이었기에 내가 민망해질까봐 주말에 보러 가자며 바로 받아준 너의 배려가 더욱 빛났다. 곱씹을수록 단 둘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계속 마음을 간지럽혔다. 덕분에 주말의 약속을 기다리는 동안 묘한 기분에 너와의 관계가 소중스럽게 여겨졌다. 정작 당일에는 아무렇지 않게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간단한 영화얘기를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마음을 잠시 속였다고 생각했다.
그 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소통이 오고 갔으나 아무도 나서는 이는 없었다. 나는 거짓이라고 생각했고 그녀는 착각이라 생각했을터다. 그런 와중에 너에게 갑작스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여기며 덤덤한 척 했지만 그 이후에 연락을 보내긴 어색했다. 시간이 꽤나 지난 후에 잊고 지내던 이름 석자가 핸드폰 화면에 떳고 향수를 불러 일으켜 그날의 추억들이 떠올라 반가움보단 그리움에 가까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너의 밝은 목소리. 다행히 잘 지내는 것 같아 서로를 응원하고 지난 얘기를 주고 받다가 갑작스레 밝히는 너의 결혼소식. 나는 무엇때문인지 토라져버린 나는 오랜만에 연락해 그런 말을 정 없이 전화로 전하냐며 빈정거렸고 그런 와중에 나에게 안그래도 오랜만에 얼굴 보고 직접 청첩장을 주고 싶었다며 친구와 함께 셋이 보자며 약속을 잡았다. 영화를 보러 갈 약속을 잡았을 때와는 또다른 이상한 마음이 맴돌았다. 괜히 옷을 잘 빼입고 멀끔히 약속장소로 나가 고급진 식당을 예약했다고 너희를 데려갔다. 간단한 얘기를 나누다 그녀가 청첩장을 두 장을 꺼내 건냈다. 보자마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던 나는 도저히 그 아름다운 날 축하를 건내주지 못할 것 같아서 일이 바빠 못갈 것 같다고 미안하니 오늘 밥은 내가 사겠다고 말하고 급히 뛰쳐나갔다. 방향이 다른 친구를 먼저 집에 보내주고 잠시 같이 얘기를 나누던 중 맴도는 어색한 분위기에 괜히 또다시 결혼 축하와 못가는 것에 대한 미안하단 속에 없는 소리를 뱉고 있었다. 헌데 그녀는 '그게 다야?' 라는 말로 순식간에 그 길을 그 때의 영화관 앞 거리로 바꿔 놓았다. 무슨 말을 건내야 할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이유 모를 눈물이 시야를 흐렸다. 급히 하늘을 쳐다보며 뱉은 말, "별이 아름답네요."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