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이고, 너는 해다.

by 정다훈

빛난다. 이 말이 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유명한 사람, 실물이 정말 눈에 다 담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사람, 위대한 업적을 세운 사람 뒤에서 비치는 후광이 나에게 비추는가? 나에게 있어서 지금 당장 가장 빛난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은 정말 사랑하는 이뿐이다. 그 빛은 그동안 마주쳐 온 여느 빛과 다르다. 부모님이 주시는 은은히 깔려있는 잠들 때 불편하지 않도록 옅게 비추어 주는 무드등 같은 불빛도 아니고 선생님이나 나의 길에 방향을 알려주는 스승님들이 비추는 손전등 같은 빛도 아니다. 내가 눈을 떠 바라볼 수 있게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 같은 빛, 그게 너였다.


사람은 스스로 비추는 빛이 없다. 우리는 눈으로 몸 밖의 수많은 빛을 느낄 수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볼 수 없다. 우리는 평생 거울 속에 존재하는 나 외에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다. 이런 생각이 들수록 나는 빛에 집착했다. 보다 강한 빛으로 나를 비추면 비출수록 가려진 어두운 면이 신경 쓰이지 않을 터이니 빛을 찾았다. 그러다 마주친 평범한 빛을 가진 사람이 점점 커져갔다. 분명 촛불만큼의 빛이었던 지라 어느 순간 꺼져도 이상하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타오르다 사라지겠거니 했던 빛은 점점 더 크게 타올랐고 온몸을 태우듯 강한 빛으로 바뀌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더 이상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인정하게 됐을 때 너는 내 세상의 해가 되었다.


나는 네 앞에서 달이길 자청했다. 너에게 환한 불꽃이 되어줄 수는 없어도 곁에 계속 함께 빛내고 있을 자신은 있다. 네가 비추는 만큼 나도 빛날 것이다. 그리고 네 앞에서 빛나는 만큼 뒤에서 어두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밝을 것이다. 네가 있다면.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너는 항상 밝았다. 분명 빛이 새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한이 있더라도 그 속에서 빛을 발했다. 나는 그런 날에 한 없이 어두워졌다. 옅은 빛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럴 때 항상 너에게 붙어 있었다. 우습게도 빛에 내가 붙는 순간 빛이 사라지더라. 그래서 조금의 거리를 두었다. 내가 너의 빛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내려놓고 나서 지나와 보니 우리 둘은 항상 밝을 수 있게 됐다. 너의 빛이 삶이 되었고 나의 빛이 감성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나는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내가 해여도 좋고 달이어도 좋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를 열심히 바라보며 비추고 있으면서도 거리를 조절해 가리지 않으며 어느 순간이 오더라도 서로를 비추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똑같이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랑. 풋풋해 보이면서도 성숙한 그런 사랑. 따스한 배려를 아낌없이 나눌 줄 알고 차가운 순간을 삭힐 줄 아는 사랑. 그런 사랑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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