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기본
싸웠다. 늘 있는 일이다. 같이 지내는 햄스터들이 매일 같이 영역싸움을 하듯이 우리는 서로의 권리주장을 위해 싸운다. 둘 중 틀린 사람은 없다. 하나 어련히 져주고 맞추는 사람도 없기에 매일 같이 싸울 수밖에. 이렇게 싸움에도 우리는 쉬이 멀어지지 않는다. 싸운 후에 내 얘기를 친구들에게 전할 때조차 나는 그들이 들려주는 그 어떠한 조언들을 귀담아듣지 못한다. 아마 친구들이 아니라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이 와서 알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이 얘기를 풀어 봄으로써 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핑계를 가질 뿐이다.
우리의 사랑은 누구나 하는 것이다. 사랑만큼 흔하디 흔한 감정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것도 부모님이 주시는 것도 소중히 생각하는 물건에 대한 것도 모두 사랑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옆에 함께하는 친한 친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뻔하게도 모든 순간에 존재한다. 길을 지나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 너에게 보내주는 것은, 친구가 맛집이라며 드라간 곳에서 한참 밥을 먹다가 속에 오이가 있는 것을 보고 너는 오이를 싫어하니 같이 오면 빼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시계를 볼 때마다 지금쯤의 너는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라는 추측을 하는 것은 모두 사랑이다. 매 순간에 은근슬쩍 미꾸라지처럼 자연스레 흘러 들어와 끼어넣는 것은 사랑에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것을 보아도, 먹어도, 들어도 너를 생각한다.
그래서 걱정을 한다. 싸운 이 순간에도 당장의 내 자존심이 중요했지만 지날수록 너의 얘기를 들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돌아서 간 네가 지금쯤 어떻게 있을지를 생각하며 좋아하는 밥은 챙겨 먹었는지, 오늘따라 길가에 핀 꽃이 예쁘니 꽃을 주면서 사과를 할지. 너에 대한 신경을 끊은 적이 없다. 오늘도 자연스레 네가 좋아하던 카페를 들려서 나에게 맛있으니 먹으라고 추천한 커피를 두 잔을 사들고 너희 집 앞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혹시라도 오늘 단 것을 안 먹었을까 싶어 자주 자랑하던 주변의 마카롱집을 가서 10개를 하나씩 고르며 이 맛을 좋아하니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고른다. 이 모든 순간에서 나는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나는 바보가 되었다. 나에게 이 순간 일 더하기 일이 무엇인지 물으면 이를 말할 수 없다. 나에게 지금의 일 더하기 일은 일이다. 우리가 하는 것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 마냥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 이후로 나에게 모든 순간의 가치와 무게는 달라졌다. 그렇다, 너는 나에게 일 더하기 일이 일인 세상을 쥐어줬다. 결국 이 세상은 네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인 만큼 내가 이곳에 빠져있는 동안에는 항상 함께 하겠지. 그 세상의 이름이 사랑으로 시작해 썸과 연애와 질투, 다툼, 화해, 행복, 서운함을 모두 담아 결국에는 평생을 함께 하기를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