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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도토리

사랑이란 마음

by 정다훈

사랑은 거짓말이다.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는 말로만 하고 싶다, 평범한 데이트를 해보고 싶다 말하지만 사실은 별다른 생각이 없다. 주변에서 자신들만의 사랑을 키우는 친구들을 볼 때면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설레는 감정에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어떻게 서로를 알지도 못하다 만나서 목소리를 섞고 하루의 시간을 나누며 한 몸이 될 수가 있을까. 그 과정자체에 담긴 고요함 속에 섞인 웅장한 심장 요동 소리는 괜스레 나까지 할리 위에 올라탄 듯한 고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시간 속에 담긴 감정은 동경하지만 공감은 둘째치고 직접 그 드라마 속에 들어가 주연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시작하는 과정의 설렘만 존재하는 것이 사랑은 아니지 않은가. 사랑의 존재를 모르겠는 이는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갇혀 시간을 잃어버린 체 손에 도토리를 든 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다람쥐의 하찮은 모습을 닮아 있다. 마음을 주는 법도 모르며 타인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썩지 않은 도토리를 얻을 수 있는 법은 그저 남의 연애에서 떨어지는 부산물이 전부. 시작은 어렵다. 어떻게 감히 스크린에 나오는 로맨스 물의 주인공으로 쉬이 뛰어들 수 있을까. 나는 환상 속에 산다. 사랑이란 얼마나 뜨겁고 아름다운 것이며 다른 이와 감정이 하나 되어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감이란 장벽을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나는 현실 속에 산다. 사랑이란 얼마나 차갑고 하찮으며 추잡스러운 것인지 알며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소름 끼치는 일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겪어보지도 못한 채 사랑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우습다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 단순히 연애를 하고 싶다-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서 그 사람 근처만 가도 손이 떨리고 긴장되며 혹여라도 먼저 연락이 오면 기뻐서 날뛸 정도의 설렘을 느끼고 우연을 가장해서 매일같이 마주치고 시답잖은 얘기를 용기를 끌어내어 걸어야 할 정도로 진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 하지만 두렵다. 그런 사람이 생김과 동시에 혹여라도 생겨날 이별이 두렵다. 내 마음이 통하지 않을까 두렵고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게 될 까봐 멈칫하며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그 사람에게 거슬리진 않을까 하는 찌질한 사람으로 변한다. 내 도전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니라, 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버리는 만용이 되어버리는 것이 두렵다. 그런 시린 상처를 만들어버릴 사랑이 두렵다.


이젠 외로움이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는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고 타인의 연애를 봐도 그 당시에 조금 부럽다는 감정이 들뿐, 시기나 질투 혹은 나 또한 해내리라 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이, 타인의 눈빛으로 비치는 그것이 아름다워 보일뿐이다. 주변의 사랑을 경험하는 애들은 다들 바보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냉철하던 사람이 어떻게 사랑 앞에서는 한여름의 태양 밑에 놓아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려 있는지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이럴 때면 사랑이란 감정은 그저 한심하게 보인다.


사랑을 동경한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한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내가 불쌍하고 사랑의 추잡스러움을 아는 이들이 안쓰럽다. 사랑은 배려와 애틋함의 감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만큼 이기적이고 추악한 감정은 또 없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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