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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가마

by 정다훈

새로운 가마가 만들어졌다. 뜨거운 불이 필요하다. 가마의 존재이유를 위해서. 새로이 만들어진 반들한 가마에 어떻게 좋은 불을 넣을 수 있을까-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질 좋은 나무를 찾아 다녔다. 겨우시 찾아낸 장작들로 불을 붙이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종일 몇 날 며칠 동안 불을 지폈다. 너무 노력한 탓일까 새까맣게 타들어간 가마는 너무 뜨거워서 견디지 못했다. 그렇게 가마 하나를 버렸다. 다시 노력할 때는 힘을 빼보았다. 불을 피우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계속해서 지키고 있지도 않았고 천천히 타오르길 기다렸다. 그러자 차게 식어버린 가마는 더이상 가마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게 두번째 가마를 버렸다.


전통가마에 불을 때워 도자기를 굽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깔끔한 벽돌로 하나하나 틈없이 쌓아올린 뒤에야 불을 지핀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을 30시간은 보아야 준비가 완벽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사흘을 식혀야 비로서 가마문을 허물고 도자기를 꺼내온다. 시작부터 끝까지 엄청난 정성과 애정이 담겨있어야 비로서 만나는 자기. 한시라도 허투루 다루면 흠집이 생기기 일수다. 실제로 전통가마의 성공률은 3할에서 4할로 쳐지니. 거기에 장인정신으로 대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어낸 자기가 요변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사랑을 보라. 관계를 만들고 그 속에 흥미와 관심사를 넣어 불을 지피며 비로서 연인이 될 준비가 된다. 그렇게 연인이 된다 해도 적당한 온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식어버리거나 뜨겁게 타올라 서로의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멀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결실에 요변이 없을 확률은 낮다. 사랑은 도자기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낮지 않겠나.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 생각한다면 1할도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사소한 흠집에 신경쓰지 않고 보듬어 보관하는 것이 사람이다. 쉬이 뜨거워지지 말고 섣불러 식히지 말자. 그렇게 버려진 가마를 그리워하고 후회하며 붙잡으려 들지 말고 성공할 방법을 찾자.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노력을 아끼지 말자. 세상에 사랑만큼 가벼운 것은 없으며 그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떠나가버린 사랑은 자신의 마음에 무겁고 떠올리기 쉬운 감정과 시간만을 남겨놓고 가는 것이다.


뜨겁게가 아니라 꾸준히 타오르자. 그러기 위해 좋은 나무를 찾고 시도때도 없이 관리하고 노력하자.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적정선을 찾고 맞추며 아끼고 또 아끼자. 온전한 결과물을 받아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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