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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는 것

by 정다훈

무더운 날, 길을 걷다 척 보기에도 서늘해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다. 안이 다 들여다 보이는 큰 창은 속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덕에 멀쩡했지만 겉은 땀에 흠뻑 젖어 속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조금 열을 식히고 가야겠단 생각으로 들어서서 시원한 커피를 시키고 아까 보았던 창가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숨을 체 백 번도 쉬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흘리던 땀은 다 식어있었다. 커피를 받아 들고 와서 다시 앉아 눈을 감고 카페의 시원한 공기로 들어섰다. 그 상태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춥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이 이상 시원한 곳에 있다가는 더 이상 밖의 더운 공기에 들어서지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나섰다. 아까 마신 커피를 조금이라도 남겨서 얼음을 들고 나올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하며 뜨거운 공기를 만든 태양을 노려보려 했지만 내 시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부신 눈을 다시 땅으로 내려 앞을 보았을 때는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길을 지나가는 한 예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얘기하고 있는 귀여운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맞잡고 걷고 있는 가련한 손이 눈에 들어왔다.

입을 맞춰주는 아름다운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잔뜩 긁힌 목소리로 화를 내는 무서운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눈을 크게 뜬 체로 천천히 눈물을 흘리는 슬픈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잡히지 않고 들리지 않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치게 보기 싫게 생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미처 지우지 못해 남겨둔 사진에서 행복이 눈에 들어왔다.

짧디 짧은 시간이었으며 길고 긴 이야기였다.

눈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똑같은 사람이었다.

매 순간 생김이 달라지고 느낌이 달라지고 분위기가 달라졌으나

분명한 것은 같은 사람이었다.


어느새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다. 하늘은 태양을 피하지 못하게 구름을 걷었다. 강한 빛에 눈을 뜰 수 없었고 계속해서 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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