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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뭐길래

by 정다훈

여자는 사랑을 받아야겠다. 지나온 시간에 사랑을 모두 흘려버려 더 이상 줄 것이 없어졌다. 이제는 받아야겠단 결심에 여러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사랑을 나눌 이는 없었다.


처음에 만난 사람은 능숙해 보였다. 이미 많은 경험이 있어서 인지 말을 잘하고 분위기를 잘 풀어나가는 듯해 보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아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던 그녀에게 남자는 가능성을 느꼈는지 조금씩 달라졌다. 점점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연애보다는 단순히 연애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보이는 말들을 늘여놓았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연애 스타일을 말하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던가 재밌어 보인다던가 하며 여러 가지를 늘여놓고 이런 것들을 그녀와 하면 좋겠다며 능글맞은 소리를 자주 했다. 처음에는 함께하는 미래를 잘 그려나갈 사람 같았으나 어느 순간 이 사람의 전유물이 되는 기분에 도망쳤다.


그래서 조금 서투른 사람을 만나봤다. 분위기를 잘 이끌지는 못하지만 어떻게든 말을 꺼내고 상황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웠고 그런 와중에도 나를 위한 배려가 눈에 보여서 따뜻했다. 점점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 만족하기 어려워지던 찰나에 이제는 고백하겠지? 이건 고백하려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만한 상황이 여럿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 때쯤 갑작스레 집 앞이라며 나와달라는 서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보다 따스한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갈수록 서툼을 핑계로 선을 모른 체 넘나들고 있었다. 서툰 만큼 눈치 보는 것이 많고 주워 들어오는 것이 많던 사람은 온 데 간 데 없고 자신의 감정만을 내세우는 몰티즈의 신경질 적인 모습을 보는 듯했다.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특별한 사랑을 바라는 것이 아님에도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하나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진심을 꺼내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 지나온 이들이 나에게 진심을 보여줄 때는 자신의 마음을 길게 표현하고 싶어 했다. 분명 그들의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모든 것을 내비친다고 여겼을 테지만 때로는 깊고 긴 감성적인 말보다 굵고 짧은 진심이 더욱 큰 울림을 주곤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유를 줄줄이 늘여놓으며 돌려 말하는 이보단 사랑한다고 바로 말하는 이에게 더 끌리듯이. 여자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첫눈에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함에도 싫지 않은 그런 사람. 분명 느낌적으로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에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분명 바라던 사랑이라는 것을.


여자는 사랑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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