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이었다.
이른 아침, 아침부터 오픈하는 디저트카페에서 금방 매진되는 마카롱을 사자는 말에 떠지지 않는 눈과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끌고 간 것은 먹는 것보단 잠을 좋아하는 내겐 거짓말이었다.
늦은 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강변을 걸으며 풀내음을 맡는 것이 좋다던 말에 나도 산책을 좋아한다며 선뜻 따라나선 것은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거짓말이었다.
꽃이 핀 봄, 강변에 피크닉을 나가서 벚꽃을 보고 도시락도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벚꽃 구경하는 기분을 내고 싶다 해서 요리를 잘 못하는 너를 대신해 일찍부터 요리해 도시락을 챙긴 것은 굳이 밖에서 돗자리를 펴고 하는 것보단 안에서 먹는 것이 좋은 내겐 거짓말이었다.
무더운 여름, 무조건 공포영화를 보면서 더위를 날려야 한다며 역시 공포영화는 밤에 봐야지-하고 언제 갈까 하던 네게 이미 예매한 표를 보여주던 것은 공포영화에 돈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겐 거짓말이었다.
낙엽 진 가을, 드디어 시원해진 날씨를 트렌치코트를 맞춰 입고 드라이브를 떠나서 운치 좋은 카페에서 같이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네게 차를 빌려와 태워서 바로 떠난 것은 운전을 피곤하게 생각하는 내겐 거짓말이었다.
추운 겨울, 꼭 길거리에서 마주친 포장마차에서 팥 붕어빵을 사 먹어야 한다는 말에 봉투에 팥붕어빵을 가득 채워 사줬을 때 내 입에 넣어주던 것은 슈프림을 훨씬 좋아하는 내겐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을 한 이유가 있다.
이 모든 거짓말의 결과는 너의 행복이었고 결국 나의 사랑이었다.
나는 이 거짓말이 싫지 않다. 이 모든 행동에서 흘러나온 것은 나에게도 충분한 행복을 주었으니.
이른 아침에 눈을 뜰 떼는 너를 위한 도시락을 만드는 것에, 늦은 밤에 먼 길을 걸을 때는 너와 함께 걷는 것에, 각 계절에 한 모든 행동은 너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에 만족스러운 거짓말이었다.
이 거짓말이 들킬 때마다 너는 알려주지 않은 것에 서운하고 미안해했고 나는 끝까지 숨기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고 내 진심을 몰라주는 것에 서운해했다.
너는 사랑해서 미안했고 나는 사랑해서 서운했다.
나의 배려는 너의 서운함이고 너의 배려는 나의 미안함이다.
거짓말이 만들어낸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온 거짓말임을-
사랑에서 나온 거짓말이란.
내가 싫어하는 것임에도 너를 위해서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쓰러진 기둥에 천장이 무너져버렸음에도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운치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마주하는 추억이 소중한 법, 억지로 찾아 나서 밝혀낸 것은 추억보단 숨겨진 진실.
사랑하기에 서투르고 서두른다.
거짓말로서 그 마음을 숨기고 보다 천천히 조심스레 다가가는 것은 하늘을 마주한 우리에게 빛나는 별을 내려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