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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부는날 Apr 28. 2018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는 토마토야. 제멋대로 다 다르게 생겼어도 말야. 마치 두 덩어리가 붙어있는 것처럼 커다란 혹을 단 토마토, 엉덩이처럼 생긴 토마토, 울퉁불퉁 다 다르게 생겼어도 다 토마토야. 다 같은 향을 가졌잖아. 새콤달콤한 그 향내.


토마토 마을에 세 친구가 있었어. 세 친구는 쑥쑥 자라 빨갛고 멋진 청년 토마토가 되었어. 요즘 그 마을의 청년 토마토들은 모두 비슷한 꿈을 꾸었지. 더 멋진 존재가 되는 꿈. 방법이 뭐냐고? 그 꿈을 이루어지는 회사에 들어가는거야.


첫번째 친구의 꿈은 델몬트에 들어가는거였어. 수천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그 곳에 들어가면 멋진 로고스티커가 붙은 반짝반짝한 유리병에 담긴 쥬스가 될 수 있다고 했어. 그렇게 되기만 하면 밝은 마트 조명 아래 냉장고에 멋지게 서 있을거야. 그럼 누구나 날 알아보겠지.

첫번째 친구는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델몬트 프리미엄 토마토쥬스가 되었어. 그리고 꿀꺽 먹혔지.


두번째 친구의 꿈은 오뚜기에 들어가는 거였어. 그곳 또한 경쟁률이 어마어마했지. 이 친구의 꿈은 오뚜기 케찹이 되는거였어. 매끈한 몸매의 튜브에 담긴 후 보시락대는 비닐포장지에 쌓여 멋지게 진열되겠지. 그럼 누구나 날 알아보겠지.

두번째 친구 역시 엄청난 노력 끝에 드디어 오뚜기 케찹이 되었어. 그리고 찌익 짜였지.


세번째 친구는 좀 특이했어. 주변 토마토들, 특히 어른 토마토들은 모두 이 친구를 걱정했지. 왜냐면 꿈이 없었어. 아니 모두가 피나는 엄청난 노력을 하며  꿈을 위해 사는데 이 친구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 그냥 매일 춤을 췄어. 춤을 추면 행복하니까. 매일 매일 그냥 디립다 춤만 췄어.


아니나 다를까 아무 생각이 없는 세번째 토마토는 결국 수확이 되지 못했어. 다들 어딘가로 떠나갈 때 혼자 남아 그저 춤만 추다 어느 날 격렬한 춤사위에 그만 툭 떨어져버렸지. 남겨져있던 다른 토마토들은 혀를 끌끌 찼어. 결국 저렇게 될 줄 알았지 뭐. 자기들도 수확이 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떨어지지는 않았다며 안도했어.


흙 속에 떨어진 토마토는 거기서도 계속 쉬지 않고 춤을 췄어. 격렬한 춤사위에 토마토는 보드라운 흙 속으로 점 점 빨려들어가는 줄도 몰랐어. 그렇게 세번째 토마토는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지. 하지만 그건 세번째 토마토의 마지막이 아니었다는 것. 짐작할 수 있겠지? 다음 해 봄,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토마토는 말야, 토마토야.





<멋쟁이 토마토>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내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나는야 쥬스될거야 (꿀꺽)

나는야 케찹될거야 (찌익)

나는야 춤을출거야 (헤이)

뽐내는 토마토 (토마토)



은유가 요새 이 노래만 불러주면 꺄르르 웃는다. 특히 "나는야~~" 이 부분에서 까무라친다. 그게 너무 웃겨서 하루에 한 50번은 부르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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