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가는 카페가 있다. 내 취향의 카페라 이곳에 오면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좋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도 생각나지만, 번아웃이 오거나 일에 지칠 때도 생각난다. 그 이유로는 분위기보다 일하는 사람 때문이었다. 카페는 주로 손님이 있을 때만 분주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앉아서 핸드폰 하는 사장님이 많다. 반면, 여기 사장님은 한 번도 앉아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원두를 체크하고 청소를 하고 로스팅을 하는 등 항상 바빴다. 작은 거 하나하나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프리랜서로 있다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회사에 입사한 적이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다녔던 곳보다 좋은 사람이 많았고 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회사를 출근하고 일주일 뒤에 출장을 갔고, 그곳에서 영상 촬영 팀장님을 만났다. 영상은 결과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현장에 영상을 의뢰한 직원이 있어서 대충 촬영할 수 없다는 건 안다. 그럼에도 눈치껏 쉬면서 일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팀장님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영상을 촬영했다.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처럼 보였다. 영상의 의미를 말해줬고, 제안하지 않아도 새로운 기법을 더해 영상의 퀄리티를 높였다. 즐거워 보였다. 요즘은 이렇게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재밌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고 싶어서 그런가.
생각해 보면, 그동안 자기 일에 만족하며 일하는 사람을 별로 만나지 못했다. "돈 주니까 하는 거지."라고 말하며 일하는 사람만 봤을 뿐. 사명감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열정 넘쳤던 나 역시 그 속에서 지내다 보니 하나둘 의욕을 잃어갔다. 무료하게 일하다 보면 어느새 번아웃이 오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은 건지, 내가 잘하는 분야가 맞는지 매일 혼란스러웠다. 사장님과 팀장님을 보면서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 '본인 일에 대한 태도가 좋은 건, 그만큼 진심이기 때문이구나. 누군가가 시켜서 열심히 하는 게 아닌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게 하는 일이 나와 맞는 일이겠구나.' 카페 사장님과 영상 촬영감독을 만나면서 다시 업에 대한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일에 지치면 이런 마음을 잃어버리곤 했다. 아마 내가 저 둘을 동경하는 건,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할까 봐 나는 나를 밀어냈다. 누구보다 진심인데, 능력이 부족하여 그 진심의 결과에 닿지 못할까 봐, 그래서 상처받을까 봐 내 에너지를 완전히 쓰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하고 싶었던 일에서 벗어나 나와 거리가 먼 일에 시선을 돌리며 방황한 적도 많았다. 늘 해오던 일이 지겹기도 하고, 새로운 일을 하면 이 답답함의 원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 잘하려는 마음에 지쳤다는 걸 알았다. 나 자신이 안쓰러워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렇게 나는 계속 불안과 동행하며 내게 놓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 나름의 질문과 답을 적어갔다. 무료함과 우울감이 찾아올 땐 힘에 벅찼고, 나 자신이 싫어질 때도 있었다. 반면, 그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에서 나와 친해지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누군가가 나를 조정하는 듯 웃었다가 울었다가를 반복했지만, 그 일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걸 안다. 이런 고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지 않을까? 덕분에 얕지만 다양한 지식이 생겼고, 빠르게 성장하는 말을 들으며 일을 해왔다.
이런 과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한다. 여전히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이 바뀌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 의심이 나를 자극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동기가 될 테니. 일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때도 있지만, 사실 아무것도 아닐 때도 많다. 겉멋에 취하기도 하고 진심에 취하기도 하며, 답 없는 무언가를 찾으며 방황하게 만들 때도 있다.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답 없이. 아무렴 어때. 즐거우면 됐지. 그래도 일하기 싫다. 또 일하고 싶기도 하고.
* <저는 늘 막내입니다> 브런치 북을 만들기 위해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