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막내입니다> 2부
크몽 서비스는 좋은데 수수료가 높고 다른 작가의 콘텐츠 비용이 낮다. 가격 경쟁은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서비스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프리랜서 작가 입장에서는 좋은 플랫폼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이 세계에서 크몽만큼 서비스 의뢰가 잘 들어오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엄청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되 적절한 서비스 이용료를 만들고 어느 정도 룰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의뢰가 들어오면 글 쓰면서 시간을 체크했고 몇 번의 수정 끝에 콘텐츠 이용 요금을 정했다. 여전히 높은 금액은 아니지만,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선과 프리랜서 1년 차라는 점을 고려해서 측정했다. 프리랜서는 일 하는 시간이 자유로운 것은 맞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늦은 저녁과 새벽까지 일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주말 저녁이나 평일 저녁 혹은 새벽에 문의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일과 휴식의 경계 없이 언제든 연락이 온다. 수입이 들쑥날쑥하여 늘 불안하고 생활유지를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하는 경우도 많다. 기준 없이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가격 측정이 달라지다 보니 혼란스러웠다.
기준이 필요했다. 해보지 않은 일이 들어올 때도 있다. 초반엔 거절했지만, 계속 관련된 일로 들어오다 보니 공부를 하더라도 경험이 필요했다. 하나 둘 일을 하다 보니 매뉴얼이 필요했다. 첫째. 일하는 시간을 만들자. 회사 출근을 하지 않자 늦잠 자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되니 일하는 시간만 있고 개인 시간이 줄어들었다. 루틴이 필요해졌다.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밥 먹은 뒤 9시에 뉴스레터와 메일을 확인하며 작업실에 앉았다. 둘째. 너무 낮은 페이를 요구하는 곳에서는 일하지 말자. 가끔 아르바이트를 찾아볼 때 블로그 한 건에 3,000원인데 요구하는 페이지 수는 2~3장일 때가 많다. 그것도 공백 불포함. 꾸준히 글 쓰면서 읽기 쉬운 글 나의 글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다 받으려는 건 아니다. 다만 너무 낮은 페이면 의욕이 생기지 않고 내 시간과 능력의 배려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나를 작아지게 하는 일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한다. 셋째. 같은 일만 하지 말자. 기업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해서 인지 종종 상세페이지 스토리텔링 문의가 들어온다. 가볍게 썼던 일에 꾸준히 작업 요청이 들어오다 보니 매뉴얼이 필요했다. 상세페이지 작성하는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 매뉴얼에 맞게 작업했으며 새로 들어온 일 중에서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은 거절하지 않고 페이를 조절하여 일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갔다.
프리랜서. 혼자 일을 진행하다 보니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외롭기도 하고. 그래도 매뉴얼을 수정해 가며 요청 온 작업을 빠르고 능숙하게 만드는 모습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조금씩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고 그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강점을 더 키우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지 말지 고민했다. 내 브랜드가 생긴다는 것은 기쁘고 홀로서기하는 느낌이 있지만, 사업자로 인해 혜택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이 없어 생활은 어려운데 사업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 못 받는 경우가 있으니까. 실제로 인천에서 생활비 지원 신청이 있었는데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 19로 지속적으로 해오던 2개 일을 계약 종료하게 되었는데. 휴. 그 당시엔 코로나 19가 없었고 프리랜서로 전환하기로 했으니 '나' 스스로 먹고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었다. 결국 1인 출판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기로 했다. 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해왔어도 오로지 나를 위한 무언가를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해하는지도 독립출판 빼고) 이번에는 출판사의 가치를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책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었다. 책 뒷면에 바코드가 있는 도서가 있고 없는 도서도 있다. 없는 도서는 독립출판 서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고, 바코드가 있으면 대형서점에 유통할 수 있다. 1인 출판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면 바코드와 함께 있는 ISBN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는 국제 도서 표준번호로 도서에 부여된 고유번호이다. 바코드를 받기 위해서도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했다.
1인 출판사는 신고제로 신청방법이 간단하다. 관할지역 구청 문화관광 또는 문화체육관광과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3일 이내 접수 완료. 이때 신분증, 주민등록등본은 챙겨야 하며 출판사 등록신청서는 받아서 작성하면 된다. 사업장이 있다면 계약서가 있어야 하지만, 주로 1인 출판사는 자택으로 주소지를 등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서는 따로 필요하지 않다.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에 출판사 명이 중복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출판사 인쇄사 검색시스템에서 출판사명을 검색하고 만약 중복되지 않으면 출판사를 등록할 수 있다. 신규 접수는 등록 면허세인 27,000원을 납부해야 하고 완료되면 확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1년에 한 번씩 내기만 하면 된다. (주소 이전하면 한 번 더 내야 한다. 난 벌써 6개월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3번 냄)
확인증을 받으면 바로 관할 지역 세무서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게 편하다. 이땐 신고 확인증과 신분증만 챙기고 비치된 사업자등록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된다. 접수하면 약 1주일 이내에 연락 준다고 했는데 난 버스정류장 가는 길에 서류 완료되었다고 해서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받아왔다. 신고서를 작성할 땐 업태 : 제조, 업종 : 출판사로 면세사업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말해줌) 면세는 '책'만 판매할 경우만 가능하다. 만약 굿즈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라면 간이사업자로 작성하는 게 좋다. 2019년에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했는데 이번 2020년 업태가 정보통신업으로 바뀌었고 업종은 서적 및 전자출판으로 적으면 된다고 한다. 본인 이름으로 사업자가 챙기는 건 ‘나’를 내가 책임지겠는 것과 같다. 다른 회사에 소속되어도 되지만, 정말 내 힘으로 일을 만드는 기분이다. 부담과 동시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