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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May 09. 2018

우연히 만난 인연, 똘똘이

유기견에 대해

우연히 만난 인연, 

똘똘이

유기견에 대해

어떤 말을 할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을 크게 뜬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오늘도 난 이상한 소리를 내고, 강아지 언어를 이해해보려 한다.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다. 똘똘이를 안고 자는 낮잠시간을 좋아하고, 내가 먹을 간식은 안 사도 똘똘이 간식은 사게 되고, 가끔 내 베개에서 사람처럼 자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똘똘이에게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똘똘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소소한 기쁨도 몰랐겠지. 같이 살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을 순간이 너무 많다. 다행이다. 똘똘이와 함께라서.



Q:자기소개해봐.


Q:동생에게 듣기론 ‘똘똘’씨가 길은 잃은 것 같아 간식을 줬고 그 뒤로 계속 따라다녔다고 하던데.


Q:혼자 골목에 있을 때 무섭지 않았어?


Q:밖에 있었을 때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야?


Q:여긴 편해?


Q: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Q:산책 가자고 말할 때마다 왜 몸을 떠는 거야?  


Q:최근에 바꾼 사료는 괜찮아?


Q:다른 강아지들이 잘 먹는 간식이라고 해서 사 왔는데 안 먹네. 맛이 없어?


Q:왜 사람이 있을 때만 장난감을 무는 거야?


Q:동물병원에 갔었을 때 네가 1살쯤이라고 했어. (어미) 엄마 품에서 너무 빨리 떨어진 건 아닌가 생각하는데

 엄마가 보고 싶을 땐 언제야? 엄마에 대한 기억이 있어?


Q:간식 먹을까?

(꼬리 살랑살랑)

--



어느 날 찾아온 손님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 때문에 키울 수 없었지만. 대신 집 근처 자장면 가게에 있는 강아지를 매일 찾아가 놀아주곤 했다. 그 강아지 이름은 해피. 몇 년이 지나고 그 가게가 이사 가면서 해피는 시골집으로 입양 보내졌다. 그 뒤로 볼 수 없었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볼 때마다 해피가 생각났다. 어느 날 동생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재래시장 안에서 돌아다니는 강아지가 눈에 띄었다고. 소시지를 건네주었더니 동생만 쫓아와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수소문을 해봤지만 강아지를 찾는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 우리가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하고 유기견 보호소를 알아보기도 했다. 어렸을 때 해피와의 이별 때문에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됐고 그래서 더 신중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10일 이내에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당한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주인을 찾다가 이 아이를 입양했다. ‘앉아’하면 앉는 이 아이가 똑똑하다며 엄마가 똘똘이라고 이름 지어줬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되었다. (강아지 싫어한다는 엄마의 말이 거짓일까 아니면 똘똘이 애교에 반한 것일까)



유기견에 대해


문만 열면 나가려고 했던 똘똘이는 이젠 문을 열어도 나가지 않는다. 이상한 사람이 창문 밖에서 집 안을 보려고 했을 때 내쫓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생(쯤) 남자아이와 경비아저씨(유니폼 입은 남자 아저씨)만 보면 유독 심하게 짖었고 "산책 가자"라고 할 때마다 몸을 떨었다. 똘똘이가 말할 수 있다면 대화하면서 이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지만 상처를 짐작하며 안아주는 일만 할 수 있었다. 산책이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산책 전에 간식을 주거나 밖으로 나간 뒤 목줄을 해주기도 했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상처받는 유기견을 더 지켜보게 되고 그전에 몰랐던 동물학대, 봉사활동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순간부터 수명은 10일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학대와 도로의 위험, 다른 강아지들에 의해 위험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 유기견 강아지를 신고하면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온다. 동물등록제를 통해 주인을 찾기도 하지만 보통은 등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강아지는 10~15일간 보호받게 되고, 그 사이에 새 주인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락사당하게 된다. 사람들의 무책임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반려동물만 상처받는다. 사람이 상처받는 것처럼 이 아이들도 똑같이 상처받는데. 사람에 의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받을 수 있지만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할 때까지 사랑과 보살핌은 필수다. 하지만 입양하고 나서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펫 매장에서 작은 강아지를 볼 수 있는데 보통 강아지 공장에서 데려온다고 한다. 강아지 공장의 실체를 알면 말문 막힌다. 제대로 된 영양보충 없이 더러운 물과 상한 음식을 주면서 새끼만 낳게 한다. 배변 치우는 것도 번거롭다며 철창에 갇혀놓아 강아지 발은 진물로 가득하다. 어미 강아지는 새끼를 계속 낳다가 건강의 이유로 새끼를 낳을 수 없을 때 버려지거나 개고기로 팔려간다. 이쯤 되면 이런 공장들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고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펫 가게를 이용하지 않고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 충분히 고려한 다음 입양하는 것이다. 한 생명을 잘 키울 수 있을 때.


함께 산다는 건


강아지와 산다는 건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나이 들고 아프다. 자주 산책시켜주고 간식과 사료를 제때 챙겨줘야 하고 건강검진도 해줘야 한다. 진료비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에선 발소리만 들려도 짖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올 때가 많다.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기 위해서 분리불안 훈련이나 배변훈련 등 교육시켜야 할 것도 많다. 사람이 아기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키 크는 것처럼 강아지도 빠르게 성장한다. 갑자기 커버린 강아지를 보고 생각과 다르다며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또 지역에서 유기견 보호센터 설립을 반대하고 지원 부족이나 중간에 기부금을 횡령하는 사례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런 문제에 관심 갖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간심플 8월 '처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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