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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May 12. 2018

평범함 속 다채로움,  일상 사진

애매한 나이에 하고 싶은 게 생겼다

평범함 속 다채로움, 일상 사진

애매한 나이에 하고 싶은 게 생겼다.


친구 사이에도 말하기 쑥스럽고 어색한 게 있다. “넌 잘 해 낼 거야”보다 “맥주나 마시자” 가 더 편한. 뭔가 시작한다는 건 잠시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다. 순수하게 그것만 좋아하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데도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사진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하면서 꾸준히 사진 찍고 있었다. 꼭 어떤 것을 해내야겠다는 대단한 목표가 아닌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놓치지 않은 마음에서 난 어떤 것을 꾸준히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사진을 찍으며 살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처음은 없었을 것이다.


감정의 표현, 사진


Q.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이거 꼭 말로 해야 하죠? 소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초반에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다 남자 친구에게 카메라를 선물 받고 사진에 더 관심이 생겼죠. 아직 취미로만 찍고 있어서 미숙한 부분이 많지만 제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2017년 기준) 27살 이지은입니다. 닉네임은 이지(LEEJEE) 예요. 사진을 하기 전에 판매직에만 있어서 이쪽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사진에 관심이 생기고부터 진로가 바뀔 수도 있단 생각을 해요. 아닐 수도 있고.   


Q.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죠?    


네. 존댓말 하는 것도 어색해요. 그냥 이지(LEEJEE)라고 불러주세요. 제가 앞으로 작가 활동하면서 사용할 예명이에요. 제 이름 이지은에서 이지로 줄였어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저를 이지라고 불러서 익숙해요.  


Q. 어색하니까 반말로 하자. 주로 어떤 사진을 찍어?    


인물, 풍경, 사물에 상관없이 내가 찍고 싶은 걸 찍어. 사진을 찍는 이유가 내 일생을 찍는다고 해야 하나? 내 주변 사람들, 하루하루를 찍어서 내 인생을 기록하고 싶은 게 목표야. 내가 어떤 동네에서 살았고 어떤 사람들과 지냈는지 기록하고 싶어. 인물, 풍경, 사물 중에서도 인물은 남자 친구 위주로 찍고 싶어. 20대 전반을 함께 했던 사람이고 사진을 하고 싶도록 영향을 준 사람이거든. 물론 다른 사람도 찍겠지만. 사진으로 일생을 담고 싶어서 그런지 내가 찍고 싶을 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찍는 것 같아.    


Q. 카메라 말고도 일생을 담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왜, 사진이야?    


내가 좋아해. 카메라는 인화했을 때의 매력이 있어. 같은 곳을 찍더라도 다르게 나오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대단한 사진도 아니고 나보다 잘 찍는 사람도 많지만 나랑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 그래서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하고 싶어 졌어.    


Q. 사진은 작가의 마음 상태가 담기기도 하잖아. 네 사진은 어떤 것 같아?    


사진을 찍는 이유가 하나이기 때문에 어떤 마음 상태를 표현하기보다는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 보여주고 싶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디서 살고 누굴 만났는지. 봤을 때 느낌 있는 것을 찍고 싶기도 하고. 대비되는 색깔을 좋아해서 색감을 조화롭게 찍고 싶기도 해.


 

Q. 언제부터 찍었어?    


남자 친구랑 여행 갔을 때. 노을 보고 있는 남자 친구 뒷모습을 찍었는데 그게 엄청 좋거나 색감이 예쁘거나 한 건 아니었는데. 잘 모르겠어. 그게 제일 인상 깊었고 이 사람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느낌이랄까 뭔가가 따뜻해지는 것 같았어. 남자 친구랑 헤어졌던 적이 있었는데 1년 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어. 그러다가 우연히 사진을 보는데 그 당시 좋았던, 제일 행복했던 순간들을 이 사람이랑 보냈단 생각을 했지. 그래서 다시 만났어. 사진밖에 남는 게 없다고 하는데 그런 것처럼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Q. 사진으로 감정 표현하는 걸 좋아하나 봐.


그런 것 같아.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이 기억나. 그래서 그 사진을 보고 감정 이입할 수 있고. 첫사랑의 기준을 제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칭한다면 내 첫 사진은 이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이후에도 여명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어.


Q. 고등학교 때 찍은 사진도 기록에 들어가?    


아니, 못생겨서 안돼(하하). 사실 난 친구들과 있었을 때 빼고는 좋은 기억이 없어서 돌아가고 싶진 않아. 본격적으로 찍으려고 했던 20대부터 남기고 싶어.  



일상에서 받는 영감


Q. 좋아하는 작가는 있어?


작가를 많이 알지 못하지만 김중만 작가님이 한 말이 인상 깊었어. 매번 멋있는 사진, 멋있는 노을 밑에서, 최고의 조명으로 항상 좋은 사진들만 찍으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어려웠대. 이미 좋은 사진을 많이 찍어서 더 좋은 사진이 없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 그러다가 해외봉사 같은 곳에서 인물을 찍었는데, 그때 본질을 찍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해. 그 이후로 보정이나 좋은 환경이 아니더라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어.

   

Q. 사람의 말에 영감 받는 것 같아.    


다른 사람이 좋은 사진이라고 말해도 나한테 와 닿지는 않는 사진이 꽤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나의 소소한 일상을 찍는 거고 찍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찍기 때문에 영감은 주로 내 일상에서 받는 것 같아. 김중만 작가의 말이 와 닿아서 본질에 맞게 찍으려 한 적도 있었지만 일시적이었어.

 

Q. 사진은 찍고 싶을 때만 찍어?    


컨디션에 따라 찍고 싶을 때도 있고. 주로 기분이 좋을 때 찍게 되는 것 같아.    


Q. 살다 보면 기분 좋은 날도 있지만 우울하고 기분 좋지 않을 때도 있잖아. 그럴 땐 안 찍어?    


응. 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더 열정적으로 찍게 되는 것 같아. 그날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근데 생각해보니 기분 좋지 않을 때도 찍으면 좋을 것 같네.    



사진을 찍는다는 건


Q. 너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야?   

 

내가 앞으로 남겨야 할 것? 숙제는 아닌데 내가 꼭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같아. 사진은 나의 일상이기 때문에 굳이 시키지 않아도 하고 있는 거고 하고 싶은 거야. 카메라를 선물 받고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찍다가 잠시 그 열정이 식었던 적이 있었어. 그리고 다시 찍고 싶단 생각을 했고. 뭔가 어떤 계기가 있기보다 문득 떠올랐어. 문득 떠오른 것처럼 평범함 속에서 다채로움을 찾고 싶어.   

 

Q. 사실 난 네가 패션에 관심이 있어서 그쪽으로 진로를 택할 줄 알았어.   

 

패션에 관심은 있지만 옷을 디자인하기보다 가게를 차려보고 싶었어. 그걸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닌데 지금 더 꽂힌 사진에 집중하고 싶어. 나중에 이런 관심을 가졌던 것들이 종합되었으면 해. 사진을 찍는 게 내가 입고 싶은 옷이 될 수 있는 거고 모델을 찍을 수 있는 거고. 뭐 하나 다 내려놓고 사진을 시작하기보다 기회가 되는 데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다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사진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내가 사진이 아니라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 다른 쪽으로 하더라도 사진은 계속할 것 같아.    


Q. 카메라는 어떤 걸 사용해?    


소니 알파 6000 미러리스 카메라와 갤럭시 노트5. 필름 카메라는 사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고.    


Q. 하고 싶은 말 있어?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취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와 닿게 할 얘기는 없어. 그래도 말하고 싶은건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한다고 해서 내가 못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다를 뿐이라는 거야. 주눅 들 필요도 없고, 남과 비교해서 자기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는 것 같아. 자기 것이 뭔지 알고 고집하면서 사랑하는 것. 그게 제일 잘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 같은 경우에는 지금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사진 같아. 내가 느껴서 찍은 사진이기 때문에. 물론 사진에서는 색감, 구도도 중요하지만 그런 거 다 떠나서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고 어필한다면 그게 자기만의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자기만의 개성을 찾는 것이 가장 쉬운 답이면서도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글: 송다혜  사진: 이지은(LEEJEE)


월간심플 8월 '처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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