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해하는지도 몰라

<저는 늘 막내입니다> 1부

by 매실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었다. 책을 펴자마자 덮어버리는 사람. 그랬던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건 광고기획학과로 전과한 후다. 남들보다 늦춰진 2년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 다행히 광고책은 어렵지 않았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폭넓은 시야를 가진 기분이었다. 사람의 생각을 읽은 덕분이다. 탄생 빼고는 모든 것에 사람의 생각이 들어 있다. 의자의 크기라던가 화장실 문을 밀어야 열리는 구조 등. 길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 생각을 읽어내고 상상했다. 재미있었다. 고등학교 때처럼 누군가가 선택해 주지 않고 필요로 인해 책을 읽어서일까. 전공 책을 넘어서 여행 에세이, 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까지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내 생각을 책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내가 책을 쓰고 싶었을 땐 독립출판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출판사 없이 혼자서 기획, 편집, 디자인 등을 진행하고 출판할 수 있다. 인쇄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때라며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고 글도 광고 분석과 일기가 다였지만 하고 싶었다.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여행 에세이를 선택했다. 여행을 좋아했고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인연을 많이 만난 덕분에 내 여행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나라로 떠날까? 가이드북처럼 정보성 책을 쓸까? 여행일기처럼 여러 에피소드가 남긴 책을 쓸까? 고민하다 나라서 할 수 있는 일기 같은 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여러 나라 중 라오스를 선택했다. 딱히 이유가 있지 않았다. 라오스 이름이 매력적이었다. 라오스 한 달 살기 경험을 적기로 했다. 책을 쓰고 싶다는 한 가지만 정했을 뿐인데 그 뒤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 과정이 재미있었고 놓치는 게 없는지 걱정되기도 했다.


라오스 여행 에세이 >


라오스에서 돌아온 뒤, 스케치북에 파란색 물감을 덧칠했다. 여행 책이지만 여행책으로 느껴지는 게 싫었다. 라오스가 파란색과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덧칠했다. 여행 팁도 많지 않고 여행하면서 내 일상과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었다. 여행보다 한 달의 시간 동안 느꼈던 감정을 적은 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여행사진이 아닌 물감으로 된 표지를 선택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의미를 두면서 만들었다. 그래도 인쇄 직전이 오니 책을 괜히 만든 건 아닌지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사람들이 내 책에 관심이 없으면 어떡하지?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꼈던 것처럼 이런 마음 때문에 출간을 1년 이상 늦추는 작가님도 많다고 한다. 여행할 때마다 매일 일기를 썼고 그때마다 떠오른 생각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그 기록 덕분에 다녀온 뒤에 바로 책을 쓸 수 있었다. 주변에서 추진력이 좋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끝까지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스타일이라 친구들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추진력만 있을 땐 독이 된다. 매 순간 솔직하게 쓰긴 했지만 그땐 글쓰기를 배우지 않고, 많이 써보지 않았던 때라 어색함이 많이 묻어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책을 읽으면 오타도 많고 어색한 말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땐 진심이었다. 어설픈 생각과 말들이. 책을 출간한 덕분에 예술시장 소소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동네 북국서점에서 7 inside로 전시회까지 진행했다. 책을 읽거나 쓰지 않았다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다.


이해하는지도 >


입고하려 서점에 갈 때마다 사장님께서 나를 작가님이라 부르신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색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작가라고 불릴 만큼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나보다 훨씬 잘 쓰시는 분도 많은데 내가 작가라는 말을 들어도 될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책을 내지 않았다면 들어보지 못했을 말 '작가'. 작가라는 말을 몇 번 듣다 보니 정말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매일 글을 썼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잘 쓰려고 하다 보니 글 쓰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책을 보면 내 부족함이 많이 보이고, 어떤 날은 판매된 책들을 다 회수하고 싶기도 했다. 내 글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자꾸만 비교하게 됐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썼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한테 만큼은 좋아하는 문체와 내용이지 않냐며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잘 써지지 않는 날은 왜 잘 써지지 않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진 날은 왜 그런지를 기록했다. 만약 책을 쓰지 않았다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애매하게 글 쓰다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뭐든 저질러보는 것이 도움 될 때가 있다. 덕분에 브런치에서 [저는 늘 막내입니다] 노동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니. 매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이제는 진심으로 글로 먹고살 궁리를 하고 있다. 뭐든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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