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막내입니다> 1부
뭘 하든 글 쓰는 일만큼은 계속하고 싶다.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예술가 마켓이나 전시회도 못했을 테고.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책 판매 수익만 기대하기엔 생활의 어려움이 있다. 다시 잡코리아를 켰다. 분명 회사는 많은데 왜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은 없을까? 많은 선택지를 보고 있으니 더 막연하게 느껴졌다. 잡코리아를 끄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적었다. 여행, 에디터, 시골, 문화콘텐츠. 이 분야에 속하며 회사 활동 중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는지 비전은 괜찮은지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그전엔 미디어 등 카테고리별로 봤다면 에디터, 시골 등 검색해서 관심 있는 회사를 찾아봤다. 일을 찾기 위해서 많은 회사를 봐야 했고 수백 번 뒤로 가기를 눌러야 했다. 그러다 불안정한 생활에 불안이 찾아왔다. 눈에 보이는 출판사에 지원했다. 글 관련한 일이면 뭐든 배울 수 있을지 않을까? 다행히 연락이 왔고 면접도 잘 봤다. 나와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며 칭찬해 주셨다. 같이 일할 직원들도 좋아 보였다. 왠지 여기서 일할 것 같아. 그 생각할 때쯤 연락이 왔다. "월요일부터 출근 가능하세요?" 기뻤다. 직업이 생긴 것과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것 모두. 연봉도 출판사 치고는 높은 편이어서 성취감을 느끼면서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던 월요일이 됐고 업무를 배정받았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서 흐름 살펴보기. 그다음 날엔 다른 업무를 주셨다. 신간인데 홍보하지 않은 곳 리스트 적기. 시키는 대로 리스트업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자 어제 정리했던 파일을 보면서 마케팅해 주겠다며 각 회사에 전화하라고 했다. 분명 책을 기획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영업이라니. 당분간은 영업에 집중하라고 하셨지만, 당분간이 몇 년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뭐든 그만둔다는 말은 꺼내기 어렵다. 원래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더더욱. 나를 칭찬해 주셨고, 믿어주셨는데 이에 응하지 못한 점이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조용히 말씀드리고 짐을 챙겨서 엘리베이터를 나왔다. 1월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출근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가 다시 직장을 잃어 더 막막해졌다. 집까지 갈 힘이 없어서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나눴던 대화는 업무, 상사 욕, 연예인 얘기 등 다양했다. 오늘 할 일이 있다는 것, 내일 할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정감이 부러웠다. 이렇게 한숨 쉬고만 있을 수 없어서 다시 잡코리아를 켰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지원했던 곳이 생각났다.
유독 눈에 뜨던 회사였다. 채용 마감이 길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사람들이 도시에만 관심 있을 때 시골 문화에 관심을 보이던 곳이다. 시골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시골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일. 시골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행서비스업도 같이 하는 회사였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공고를 살펴보니 채용 마감 기간이 연장됐다. 떨어진 걸까? 회사에 전화했다. "혹시 채용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나요?" 채용기간이 길어졌는데 내가 서류에서 떨어진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시 연락 주신다고 하여 대기 타고 있었다. 카페에서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다. 마침 근처 방송사에서 일하던 친구가 퇴근이라 한강에서 라면 먹기로 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핸드폰을 보니 배터리가 1% 남았다. 그때 전화가 왔다. 02로 시작되는 번호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혹시 이번 주에 면접 보실 수 있어요?" 아까 그 시골 문화 콘텐츠에서 다시 연락을 주셨다. 면접 날짜를 정하고 끊자마자 핸드폰이 꺼졌다. 운명의 장난이 아니냐며 다시 기분 좋아졌다. 오늘 회사 그만뒀는데, 오늘 면접 날짜가 잡히다니. 그동안 했던 시골 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보면서 괜히 뿌듯했다. 내가 여기서 일하면 시골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특히 글까지 쓸 수 있으니 내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면접을 한 시간 반 동안 봤다. 좋아하는 일이라서 일까. 내 밝은 표정을 보셨고 묻는 질문에 뭐든 빠르게 답변한다는 점이 마음에 드셨다고 했다. 집 가는 중에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해 줄 수 있어요?"라는 답변이 왔다. 무조건 좋다고 했다. 스타트업이라 연봉도 낮고 식비도 지원되지 않았지만 좋았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첫 출근을 기념하기 위해 정장 바지 하나 구매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만큼은 버티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