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by 매실


잠이 오지 않을 때 자연의 소리가 담긴 ASMR을 즐겨 들었다. 그럼 영상이 끝나기 전에 잠이 들었는데, 아마 편안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계절별로 다른 소리를 내고, 다른 풍경을 보이는 리틀 포레스트를 볼 때면 심적으로 편안했다. '잘' 쉬고 싶고, '잘' 먹고 싶어 지면서. 가끔 '잘'의 기준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분명 잘 먹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먹었던 메뉴를 읊어보면 MSG가 잔뜩 들어갔거나 패스트푸드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와 <스페인 하숙>을 볼 때마다 느낀다. 원래 하루 세끼만 잘 챙겨 먹어도 우리의 할 일은 제대로 했는데, 세끼 챙기는 게 시간 아깝고, 귀찮아서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다녔다고.


길가에 벚꽃나무와 목련이 피었다. 발 빠른 하루를 쫓아가다 보니 어느새 봄이 오고 있었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봤다. 덕분에 점심을 대충 때우지 않고, 김치 수제비를 만들었다.



임용고시에 떨어진 혜원이는 속상함과 지친 마음에 시골로 돌아왔다. 아빠가 아프셔서 엄마와 함께 돌아와 지내던 곳인데,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다. 혜원이가 흙냄새를 맡고, 만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혜원이는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돌아가려고 했지만, 사계절을 보낸다. 늘 불이 꺼져 있던 집에 난로가 켜져 있는 걸 보고 고모와 혜원이의 친구인 재하와 은숙이가 찾아왔다. 혜원이가 수능을 마친 며칠 뒤 엄마는 편지만 남기고 떠났다. 그 뒤로 혜원이는 자존심 때문에 엄마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리할 때마다 떠오르는 엄마. 마치 엄마와 요리 대결을 하듯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이곳에서 일상을 보낸다.



혜원이에게 가장 많이 공감했던 것 중 하나는 '회피하기'였다. 지금의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피하는 일말이다. 한참 일을 하다가 경영악화로 일을 그만두게 되고,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사를 만나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지쳤을 때가 있었다. 당장 월세와 먹고살 궁리를 해야 했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회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냥 그때만큼은 조금 쉬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혜원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혜원이에게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시골집과 그녀의 요리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어느정도 자취 경력이 있다 보니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요리들이 많아졌지만, 힘든 시기에는 김치찌개와 미역국 정도만 끓일 수 있었다. 매번 똑같은 음식만 먹기에는 질려서 주로 사 먹거나, 3분 요리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혜원이는 추억할 수 있는 공간, 쉴 수 있는 곳에서 제철음식을 만들어 먹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성장해갔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새삼 든든해 보였다. 임용고시에 떨어져서 불안한 마음도 있겠지만, 회사를 박차고 나와 과수원 하며 자기 직업에 만족하는 재하와 회사 상사에게 불만은 많지만, 이를 쌓아두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은숙까지. 그들과 함께 보내면서 혜원이도 자신만의 삶을 찾아갔다.



엄마가 떠났을 때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혜원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해결해주진 않지만, 휴식은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혜원이는 단단한 마음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가 일상의 삶을 보내고, 돌아오고 싶을 땐 언제든지 시골로 내려왔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렇게 살아!"라고 말하지 않다. "이런 삶도 있어. 쉬어가도 괜찮아."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그래서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나 보다. "진짜 쉬어가도 괜찮네" 하면서. 지친 마음이 쌓여 있다면 <리틀 포레스트>를 권하고 싶다. 평소에 요리를 잘하지 않더라도 야채를 씻고, 물을 끓이면서 요리를 하고 싶게 한다. '잘' 먹고 '잘' 쉴 수 있게.



<솔밤레터> 영화 추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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