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잘 알고 있나요? 동인천 추천 스팟 포함

<지명수배> 인천 매거진 리뷰

by 매실
지도를 내려놓고 의식의 흐름대로 동네를 뚜벅뚜벅 걷다 보면 시간이 읽힌다. 오래된 간판, 낡은 지붕, 또 언젠가부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이 땅에 켜켜이 쌓여온 시간의 흔적들이 보인다. 이 흔적들에 상상으로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여정의 굉장한 묘미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도시 계획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깨끗한(이라고 쓰고 메마르고 획일적이라고 읽는) 현대 도시에서는 시간을 읽기 어렵다.

-지명수배 1호 중에서


브런치에 <간단하게 살고 싶습니다> 매거진을 작성했을 때 첫 주제는 '처음'이었다. 기획기사 중 어릴 적에 살던 동네를 산책하며 적은 글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기대하며 갔던 동네는 재개발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내 어린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동네가 사라지고, 이곳에서 만든 친구들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기분이었으니까. 그때부터 '사라지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주관심은 아닐지라도 누군가는 해야 했던 '동네 기록'을 하는 잡지를 발견했다. <지명수배>. 잡지명을 보고 왜 지명수배일까 싶었다. 우리에겐 지명이라는 말보다는 지명수배로 범죄자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니까. 하지만 매거진을 읽고 나면 잃어버린 혹은 잊혀진 지명을 수배한다는 의미로 읽힌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명이 사실 그대로를 기록한 역사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구전되는 전설과 비슷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유의미하게 남아 세대를 넘어서까지 불리면 살아남고, 잊히면 소멸된다.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불리게 되면 그때부터 이것이 언제부터 누구에게서 시작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의사소통을 통해 기억을 합의한 집단이 정체성과 문화를 공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명수배 1호 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도 변하면서 시대도 변한다. 어쩔 수 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다시 생기면서 우리는 신 기술을 익히고,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동인천은 싸리재를 한자로 번역한 축현역이 첫 이름이었다. 사람이 모여서 상권이 형성되었던 싸리재도 서서히 조용해지면서 가게가 사려졌고, 어느새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그러다 적산가옥이었던 건물을 개조하여 본래 의료기기를 판매하던 상점이 카페 싸리재로 오픈하면서 지명 싸리재의 명맥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택시 타고, 싸리재까지 기사님께 부탁했다. 기사님은 내게 어떻게 싸리재를 아냐며 반가워하셨다. 지역의 추억 때문일까. 언덕 위에 있는 싸리재 카페로 가는 동안 동네 이야기를 해주셨다. 싸리재뿐만 아니라 소금창고였던 건물이 복합 문화예술공간인 잇다 스페이스로 바꾸거나 개장한 지 100년이 넘은 애관극장도 여전히 영화를 상영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이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르지 않고, 보지 않으면 어느새 새로움에 뒤로 밀려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억이 중요하고, 기록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인천에 살고 있고, 이 동네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알고 싶다면 <지명수배> 매거진을 추천한다.


*지명수배 1호는 동인천을 중심으로 한다.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협력형 사업으로 선정되어 직접 동인천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과 인터뷰하면서 책을 만들어갔다.



<기록의 장소>

싸리재


동인천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싸리재> 카페다. 한옥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소품들과 LP 음악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일으킨다. 한적한 시간에 싸리재 시그니처 카페 봉봉을 마시며 소품을 구경하고, 라디오를 듣다 보면 기분 전환될 수 있다. 포근하면서 인자한 미소를 지닌 사장님에게서 싸리재의 역사와 카페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조금만 대화를 나눠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배다리


<스페이스 빔>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전시, 강연, 문화행사 등을 진행하는 아지트이다. 이를 주변으로 카페와 헌책방 거리, 빈티지 상점이 있다. 우선 스페이스 빔 건물 2층엔 <커넥더닷츠>으로 독립출판 서적을 판매하는 책방이 있다. 가끔 무인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책을 볼 수 있고, 구매하고 싶은 책은 결제하면 된다. 고양이가 자리를 지키기도 하니까 당황하지 말 것.


옆 건물 2층엔 <차 북카페>가 있다. 약 4년 동안 비어있는 집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이다. 사장님께선 카페 이곳저곳의 매력을 보여주시며 LP까지 틀어주셨다. 사장님의 추천 메뉴는 소금 커피. 단짠의 조합이 피로를 싹 가시게 할지도 모른다.


헌책방 거리 한쪽에 자리 잡은 <다다 상점>은 빈티지 그릇과 옷,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한 보따리 구매할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다. 이렇듯 동인천 곳곳엔 과거를 허물지 않고 새로움으로 그 거리가 어색하지 않도록 과거와 현재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헌책방 거리


대창 서점은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뮤직비디오 촬영지이며 건너편엔 영화 <극한 직업>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이기도 하다. 헌책과 얼마 전에 출간한 책이 함께 있어 책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낡은 책의 향에 홀린 듯 한참을 머물게 된다. 책을 구매하지 않으면 어딘가 손해 보는 기분까지 들면서.


<NEW>

블루노트


블루노트 핸드드립은 쓰지도 시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매달 이달의 커피로 새로운 핸드드립을 선보이며, 커핑 수업을 진행하고, 유기견 후원 스티커를 판매한다. 원두 문구 디자인까지 매력적인 이곳은 나만 알고 싶은 카페로 동네 사람들에게만 유명한 카페가 아닐까 싶다. 원두 선정 및 드립부터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시고, 운영하시는대도 친절함을 잃지 않으신다. 특히 코로나 19로 위생과 소독에 더 신경 쓰기 때문에 마음 놓게 되며 음악과 인테리어까지 개성을 가진 핸드드립 카페이다.


더 비기닝


배고플 때마다 내가 만든 음식보다 잘 차려진 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엄마와 떨어져 살면 맛있는 식당이 공허함을 채워주는데, 생각보다 이런 곳이 많지 않다. 오늘은 여기, 다음엔 저기로 매번 다른 식당에 가니까. 그럴 때면 내게도 동네 단골집이 있었으면 했다. 여기처럼 고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맛있고, 달그락거리는 식기들과 나긋나긋한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 곳처럼 말이다. 음식까지 맛있어서 매일 가게 될지도 모르는 비건 식당이다.


타카이 타이


치앙마이 한 달 살기의 기억이 좋아서 인지, 종종 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동인천은 터키, 베트남, 태국 등 각 나라별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많은데, 그중 태국 음식인 타카이 타이를 추천하고 싶다. 현지에서 먹었던 음식과 가까우면서 친절한 직원 덕분에 기분까지 더 업될 수 있다. 맛이 좋아 새로운 사람보다 단골 사람이 많다는 이곳이다.



이 동네를 추억하고 있지만, 표현하지 않아서 추억하고 있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군가가 짜잔 하고 나타나면 이를 그리워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곤 한다. "나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너도?" 하면서. 동인천은 '역사'와 '기억''재해석'으로 하나의 테마가 만들어졌다. 이의 매력을 일찍부터 알아차린 사람들은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오기도 한다. 특히 개항로 살리기 프로젝트로 버려진 상가 건물 혹은 오래된 상가에 청년들이 들어와서 카페, 맛집, 베이커리 등을 만들면서 활력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동인천에 오게 된다면 위에 소개한 카페, 음식점, 거리 외에도 개항로 거리를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



*고등학교 역사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다시 모여 만든 인천 매거진 <지명수배>. 이들이 만든 개항로 비트윈 커피는 카페도 아담하지만, 7시 이후에 도서관처럼 책 읽는 밤이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인문학 실험을 하고 있다.


<솔밤레터> 도서리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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