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특별하지 않습니다

최다혜 개인전 <조용한 오후>

by 매실
KakaoTalk_20200314_133419127_09.jpg
나와 당신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다 보면 갑자기 무력감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주로 여행을 떠났다.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보내는 일상이 무료해서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지에서도 일상이 만들어졌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곤 했다. 다만 낯선 곳의 새로움 때문인지 지루하진 않았다.


그 새로움이 익숙해질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매일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일과 학업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내가 별 볼일 없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출 나지 않는 지구의 일원이란 생각. 유명해지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좀 삶이 재미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어떤 존재보다 우월하지도, 하찮지도 않은 평범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의 가치는 충분하다. 타인과 자신을 미워하고 해치는 방식으로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전혀 없다. 개인을 광활한 우주 속 점들로 바라보자. 연소하고 있거나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를 점들처럼 애잔하게 바라보자. 그들은 과시하지 않아도, 특별한 의미나 목적이 없어도, 존재하는 것 자체로 신비하여 아름답다. 우리도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자. 조금은 멀리서, 조금은 더 관대한 마음으로

-<조용한 오후> 작가노트 중


KakaoTalk_20200314_133419127_07.jpg


최다혜 개인전이 좋았던 이유는 특별하지 않음에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나처럼 여행하는 사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 등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섞여 있다. 나는 그 거리를 잠깐 지나가는 사람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기억하진 못한다. 그들 역시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다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천천히 기분이 좋아진다. 특별함을 떠나 그 시간에 내가 소속되어 있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


작가의 말이 맞다. 특별하지 않다는 말은 인간의 존엄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타인을 위협하고 침해할 권리가 없으며, 나를 더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 일상에서, 그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조용한 오후>가 좋았다. 어느 하나 특별하게 그려내기보다 그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묻어났기 때문이다. 길을 건너며 대화를 나누고, 버스킹을 하거나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 잔 정도 말이다.


이 말에 많은 이들은 실망할 것이고, 기운이 빠질 것이며, 어떤 이는 반발하며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치가 낮아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존재 인식은 결코 인간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자존하게 하며 인간 사회를 좀 더 괜찮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우리는 누구 하나 특별한 존재가 아니기에 인간 위에 있을 수 없고, 타인의 삶을 위협하고 침범할 수 있는 특권 역시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의 가치는 충분하다. 타인과 자신을 미워하고 해치는 방식으로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전혀 없다.

-<조용한 오후> 작가노트 중
KakaoTalk_20200314_133419127.jpg
KakaoTalk_20200314_133419127_10.jpg


평범과 특별의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일까. 모든 게 비교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나보다 나아 보이면 상대가 특별해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평범해 보인달까. 우린 그저 한 사람일 뿐인데. 가끔 평범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엄청 잘난 정도는 아니더라도 친구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현실에 치여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예전엔 이를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요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불공평할지 모르지만 주어진 삶을 꿋꿋하게 살아내고 있으니까. 그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어빌리지 기획전시 최다혜 개인전 <조용한 오후>은 어빌리지 카페 2층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원컨티뉴어스 숏으로 전쟁 속에 있는 듯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