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도서 리뷰
가족이 어떻게 되세요?
많이 듣는 질문이다. "엄마, 아빠, 동생, 저 이렇게 있어요"라고 말하면 동생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다가 “친해요?”라고 추가로 질문한다. 그럴 때마다 "안 친해요"라고 답했다. "밥이나 먹어"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으니 어쩌면 안 친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앨범을 꺼내봤다. 내 어릴 적 사진과 젊은 엄마 아빠 모습이 있었다.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엄마 아빠에게 나는 어떤 딸이었는지, 엄마 아빠 청춘은 어땠는지 물었다. 엄마 아빠는 말을 아꼈다. 생각해보면 몸만 가까이 지낼 뿐 마음은 가깝지 않은 것 같다.
다른 가족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분명 친구처럼 잘 지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긋지긋하다는 사람 역시 있겠지? 영화 <우리집>을 보고 정말 우리 집을 보는 것 같았다. 매일 싸우는 모습에서. 이번 책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역시 그랬다. (다행히) 아빠의 폭력은 없었지만, 엄마 아빠의 다툼을 보면서 내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엄마 아빠 이혼할까 봐 걱정하기도 했고.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기억이 떠올랐다는 건 그 기억을 치유하지 않고, 억지로 잊으려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이렇게 싸우는 가족은 많을 거라 생각한다. 현실적인 가족을 그린 책과 드라마, 영화가 나오면서 내 이야기처럼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자연스럽게 위로를 받기도 했다. 반면 어떤 집은 내 상황과 너무 달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폭력이 그렇다. SNS 혹은 뉴스,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도 익숙하지 않다. 그러기에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를 읽으면서 조금 힘들었다.
작가는 아빠와 관련된 일기를 묶어서 출간했다. 10년 전 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걸 보고 트라우마가 생겼다. 야구 방망이를 숨기거나 아빠가 술을 마시지 않길 기도하거나 도망치면서 아빠에게 벗어나려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한때 많은 상처를 준 아빠지만, 때론 쓸쓸한 뒷모습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까지 복잡 미묘한 작가의 심정까지 읽을 수 있다. 10년이지만, 과거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특정 인물을 보거나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문득 떠오른다. 안 좋은 기억일수록 기억은 오래 따라다니며 본인을 괴롭힌다. 잊혀지지 않음에 무섭고, 그 기억으로 반복된 상처를 받으면서. 가족이기 때문에 더 무서운 게 아닌가 싶다.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는 아빠의 기억만 담겨 있지 않다.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까지 담겨있다. 열심히 글 쓰고 싶은 반면, 이 방향이 맞는지 헷갈리는 삶, 때론 만족하고 때론 만족하지 못하는 삶. 어른의 의미를 알아가는 삶. 이런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건 일기를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일 일기 쓰는 것은 어렵다. 생각해 보면 난 일기를 쓰고 싶을 때만 썼다. 가끔 그 일기를 모아서 읽어보는데, 좋은 얘기보다는 주로 안타까운 이야기가 많았다. 주된 이야기는 이렇다. 다른 사람 앞에서 솔직해지지 못했던 순간, 서운했거나 상처 받았던 일. 글을 쓰면서 솔직한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작가 역시 10년의 기억을 책 한 권으로 털어내기 어려웠겠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고 했다. 벗어나고 싶은 기억이더라도 꾸준히 기록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나 다른 형태로 표현할 수 있었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작가는 어둠 속에 갇혀있지 않았다. 스스로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일기로나마 솔직했다. 그렇기에 자신뿐만 아니라 작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여전히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내가 소망하고 갈망하던, 그토록 원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예전엔 가족이 싫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가족은 당연히 좋다고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아니다. 이혼, 비혼 등을 책과 영화로 다양한 가족을 보여준다. 드라마 <가족입니다>를 보면 아빠가 기억을 잃고 24살의 기억으로 살아간다. 엄마를 사랑하던 그때로. 그런 애정이 어색한 엄마는 아빠를 계속 미뤄낼 뿐이다. 이 장면을 보고 엄마 아빠도 한때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 왜 이렇게 싸우기 바쁜지 의문이었다. 아마 편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 주기 쉽고, 오글거리다며 정작 해야 할 말을 아끼다 보니 이렇게 조금씩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같은 상황도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안타깝게도 상대가 되어볼 수 없으니 대화로 푸는 게 가장 좋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인 경우엔 한숨만 늘어갈 뿐. 그렇기에 상담을 이용하거나 다른 해소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혼자 끙끙 앓 필요 없다. 쉽지 않겠지만. 작가는 일기를 쓰면서 조금씩 치유받았다고 한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지만. 가족에게 받는 상처도 풀어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것 같다. 요새 가족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다.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 역시 가족의 한 형태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같은 경험 혹은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하며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솔밤레터> 중에서
문화예술을 리뷰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과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