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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혜 Nov 19. 2020

당장, 가장 단순하게

기후 위기 비상 행동 - 미니멀 라이프, 절약, 최소한의 소비

지구 1개어치 삶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내 얘기지만 남 얘기 같을 때가 있다. 지구 3.5개어치 자원 소비를 하는 '기후 악당 한국' 이야기가 딱 그랬다. 내 얘기 아닌 남 얘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내 얘기였다.


기후 악당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그 계기는 '지구 1개어치'만큼 살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고, 자원을 재활용해야할지 조사한 일이었다.


한국인은 지구 3.5개어치, 지구 평균 1.7개어치 자원을 고갈시키며 산다고는 들었으나, 지구 1개어치 삶은 어떤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정보가 없으니, '나는 3.5개어치 소비하진 않겠지.'라는 한가한 생각을 했던거다. 진정한 기후 악당은 기업과 정부라며 책임을 돌렸던거다.


기업과 정부에 유일한 한 가지 책임이 있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 아껴쓰기'만 알려줬다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지구를 회복시켜 줄 것이라며 헛물을 키게 만든 것이다.


일회용품을 줄이려 애쓰는 내가 기후 악당일리 없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기후 악당이었다. 재활용보다 '단순한 삶'이 기후 위기 대응에 효과적인 줄 몰랐다.

왜 그랬을까? 기업과 정부는 시민들의 '소비자 정체성'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해결책은 따로 있음에도, 과학의 힘으로, 경제의 힘으로 마지막 기온상승 0.5˚C를 막겠노라 거짓말을 했다. 탄소를 품어야 할 산을 깎아 철강을 캐고, 그 철로 친환경 전기 자동차를 만든다고 했다. 그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을 시작했다.


"How dare you! You have stolen my dreams and my childhood with your empty words."

(감히 당신이! 속 빈 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쳐갔어요.)

 - 그레타 툰베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 연설 중


'지구의 개수'를 계산하는 지표는 바로 우리의 '생활 양식'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삶이나 미니멀 라이프는 독특한 개인의 취향 정도로만 취급됐다.


나를 경제적 자립으로 이끌어 줄 지구 0.9개어치의 소비

궁금했다. 집안 전구들도 LED로 교체하고, 우유를 살 때에도 비닐 사용을 최소화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며, 비닐도 여러 번 씻어 쓰는 내 삶에는 몇 개의 지구가 필요할까?


2.2개였다.


오기가 생겼다. 좋아, 그렇다면 지구 1개어치로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지?


https://www.footprintcalculator.org/

"How many planets does it take to sustain your lifestyle?"

(당신 삶의 양식을 유지하기 위해, 몇 개의 지구가 필요합니까?)


이 링크를 따라 들어가, 내 삶의 양식을 조절하며 결과를 분석했다. 평소 소비를 잘 하지 않고, 전기 사용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먹는 것'과 '비행기'였다. 육식, 가공식품, 수입식품, 비행시간을 조절해 결국 '지구 0.9개 어치의 삶의 양식'을 찾아냈다.


1. 채식지향: 고기를 먹지 않고, 달걀과 낙농 제품만 먹기.

2. 비가공 식품, 비포장 식품(혹은 지역 농산물)으로 밥상의 90% 꾸리기

3. 냉난방과 전기 사용을 줄이기

4. 최소한의 소비

  1) 옷, 신발, 스포츠 용품, 가구, 가전, 생활 잡화를 거의 사지 않기

      : 책 소비는 'often(자주)'로 설정했다. 책을 읽으면 '바람직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독서는 절약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저력이 된다.

  2) 종이와 플라스틱 재활용률 높이기



5. 비행기 타지 않기

 : 다행히 내가 정말 가고 싶은 일본에는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동해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배편이 있다. 해외여행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배를 타자는 결심이다.


일상의 희생이 아니라 삶의 회복

고기도 먹지 말고, 새 옷도 사지 말고,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 하지도 말고. 돈을 버는 이유였던 여러 가지 것들을 이제는 '하지 않아야 한다.'라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목적은 이제 소고기가 아니라,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당장 빠르게 돈을 벌 필요 없이, 느리게 차분히 모으기만 하면 된다. 밥벌이 앞에 긴장하지 않고 좀 더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다. 겉보기에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제 더 많은 돈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돈을 더 벌어서 어디에 쓰냐 헛웃음이 나오겠지만, 이 정도면 행복한 고민 아닐까. 투자의 귀재 손정의가 세계 경제 공황을 감지하고 자산을 현금화하는 마당에, 돈 덜 쓰고 자산을 차곡차곡 모아두면 삶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일상을 희생하는게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내 삶이 정상화 됨으로써 기후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기후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되고자 조사를 시작했는데, 되려 위로받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멈춰도 된다고,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거한 고기 밥상이나 아보카도 샐러드는 포기해야겠다. 하지만 '소비 하지 않음'이 '경제적 자유'와 같은 말임을 안다. 더 많이 돈을 쓰기 위해 더 많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분이 희망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포에 떨었으면 좋겠어요. 미래가 없다는 현실을 똑똑히 보고, 무서워하라고요! 자기 집에 불이 난 것처럼 재빨리 행동하세요! 정말, 지구가 불타고 있으니까요!"

- 그레타 툰베리


Climate Protest.


나는 기후 위기에 저항하고, 대응하는 비상 행동을 시작하기로 한다.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처럼 재빨리 행동하기 위해 당장, 가장 단순하게 살아야겠다. 나를 희생하는게 아니라, 삶을 정상화 함으로서 기후 위기에 맞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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