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혜 Sep 23. 2020

환경에 덜 해로운 일상

손빨래


볕이 좋아 운동화를 빨았다. 다 쓴 나무칫솔 솔에 비누를 묻혀 운동화 때를 벗기고, 과탄산소다에 1시간 담궈 땟국물도 녹였다. 새 것처럼 되리라는 불가능을 바라지 않는다면, 운동화 손빨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세탁소에 맡겼다면 조금이라도 썼을 화학 세제,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는 데 필요했을 전기를 아꼈다. 건강할 때 몸을 쓴다. 물론 운동화 두 켤레 세탁비, 1만원도 벌었다.


약간 채식 도시락


도시락을 쌌다. 잡곡식빵에 감자샐러드와 깻잎, 잼을 발랐고, 따끈한 스프를 끓여 보온병에 담았다. 고구마를 굽고, 식초물에 사과를 씻어 껍질째 썰었다. 그리고 우유 대신 두유 네 팩. 감자샐러드에 들어간 마요네즈를 생각하면 완전 채식 도시락은 아니지만, 약간 채식 도시락 정도는 된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포장된 음식을 사 먹지 않았으니 칭찬.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지 않았으니 더 칭찬.


도시락을 먹으면서 남편이 말했다.


남편: "나도 채식 할까봐."

나: "그거 꽤 어려울텐데.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남편: "지구가 미쳐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안 할 수가 없네."

나: "진심 멋지십니다. 완전 채식은 어려우니까, 우리는 육식지양, 플렉시테리안(flexible+vegeterian)이 되자."


그래서 하루 동안 우리끼리 찾은 절충안.


1. 식물 식단 지향

2. 고기는 가능한 닭고기

3.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부재료'로 사용 (예: 잡채, 카레, 만두 등)

4. 삼겹살이나 스테이크는 특별한 잔칫날에 먹기 (예: 생일, 크리스마스 등)

5. 돼지고기도 비인기 부위 먹기. 삼겹살 수요가 높아서 필요 이상으로 돼지 도축을 많이 한다고 들었기 때문.


일단 해보자.


+) 카페인이 부족해 커피를 찾으러 마트에 들렀다. 플라스틱보단 알루미늄 캔이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 나는 캔커피를 골랐다. 남편에게도 캔커피를 권했다. 그 날 밤, 잠들기 전. 남편이 말했다.


"오늘 내게 캔커피를 권해줘서 고마워."


남편, 엄지 척이야.


자연산책


환경교육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꽃을 만지고, 물에 손을 담그고, 나무 뒤에서 숨바꼭질 하는게 환경교육이다. 환경은 불쌍하고, 지켜줘야하고, 안타까운 대상이 아니라, 원래 이렇게 행복하고 기분 좋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키고 싶다. 측은지심의 대상을 오래 좋아할 수 없다. 우리가 필요해서, 우리가 아쉬워야, 환경이 아까워 실천하게 된다.


아이들을 자연 속으로, 자연 가까이 데려간다. 미래의 지구를 지켜줄 아이들이니까. 또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병꽂이



꽃이 너무 예뻤다. 좋아하는 꽃집의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다가, "뭐야, 뭐야, 미쳤다! 너무 이쁘다!"하며 입을 막으며 비명이 터져나왔다. 꽃을 주문했다. 꽃 포장지를 줄이고 싶어, 출근길에 꽃병을 가방에 챙겨갔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 앞에 빈 꽃병을 둔 다음 병꽂이 주문을 부탁드렸다. 덕분에 포장재 사용 없이 예쁜 꽃을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무해한 아름다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