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티혀니 May 17. 2020

Ep29. 여행의 끝자락, 다시 찾아온 위기

[텝스 240점,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외국인과 한달살기]


새벽 즈음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곤 비어있는 메일함을 확인하곤 다시 잠에 든다. 그렇게 아침을 보낸 뒤 10시가 다 되어서도 메일함은 비어있었다. 



코사무이에서 방콕으로 향하는 페리와 버스편을 이틀 전에 결제하였다. 그러나 태국정부의 셧다운 때문인지 사이트 상에선 교통 편의 스케줄이 사라졌고 문의 또한 기다리라는 말 밖에 들을 수 없었다. 답답할 노릇이다. 5월 5일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콕에 도착해야만 하기에.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고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다릴 뿐, 코로나를 피해 섬으로 들어왔지만 덕분에 코사무이에 갇히게 되었다. 태국 친구에게 부탁해 여러 여행사를 확인해보았지만 별다른 수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매일 아침마다 여행사 바우처 메일을 기다리는 것이다. 



비행기는 2주 전에 3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0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마저도 캔슬된 비행편. 돈 몇 푼 아끼려다 정말로 갇혀버리는 건 아닌가 싶다. 이틀째 무기력함에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무언가를 결제하거나 예약할 때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핸드폰이 고장 난 이유로 결제수단이 막혀버려 항상 결제하기 전에 정리해서 가족들에게 보내줘야 한다는 것. 이마저도 바로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도, 가족들도 서로 답답할 뿐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없다는 것. 여행하기엔 최악인 듯싶다. 어쩌면 코사무이에서 한 달 동안 여행에 대한 어두운 면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내 집 같은 편안함과 눈 뜨고 감을 때까지 함께하는 친구들, 심심하면 바닷가에 나가 내리쬐는 태양을 맞이하고 저녁때엔 붉어지는 노을을 무던히 바라본다. 아마도 잊어버렸겠지. 커다란 가방을 들쳐매고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불확실성 


작고 사소한 불확실성을 즐긴다. 그런데 머릿속이 흔들릴 만큼 커다란 불확실성은 견뎌 내기엔 꽤나 쉽지 않다. 마치 인도를 가기 위해 15만 원이나 들여 비자를 받았는데 비행기가 취소된다든지, 혹은 5월 5일 방콕에서 비행기를 탑승해야 하는데 섬에 갇혀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든지, 듣기만 해도 아찔한 그런 상황 말이다.



안되는 날은 뭐든 되는 일이 없다. 소금을 뿌리려다 뚜껑이 열려 한 주먹만큼 나와버렸다.
정신을 부여잡으려 아침밥을 차렸다. 그마저도 얼마 남지않은 재료덕에 허접하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마도 걱정되었는지 마크와 앤서니가 농담을 건네며 기분을 풀어주려 애쓴다. 자꾸만 얼굴에 드러나는 불안감. 



꾸리꾸리 한 날씨와 함께 내 머릿속도 뒤엉켜버렸다. 꼬이고 꼬여 어디가 시작점인지도 모르겠다. 풀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꼬여만 갈 뿐. 그대로 차디찬 풀장 안으로 머리끝까지 담가버렸다. 며칠 동안이나 비 와왔던 탓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감각이 곤두선다. 



여행의 끝자락. 이대로 꼬여버린 걸까?


기분을 풀려면 돈을 써야한다. 코사무이 두번째 카페.














이전 28화 Ep28. 선행은 다시 돌고 돌아 내게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