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살았냐면요
구석 구석 걸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고생.. 숙소 옮기기.
치앙마이에 있던 4주간 4곳에서 머물렀다.
Enough for life village
너무 예뻤다. 반캉왓 근처, 사람들이 많이들 찾아간다는 소품샵 겸 카페로도 유명한 이 곳의 2층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창문을 열면 예쁜 꽃이 핀 나무가 있어 그 뷰를 보고 선택한 첫 숙소였다. 반캉왓 인근 카페, 밥집, 왓람펑 등 사원을 들르고 골목 골목 예쁜 시골 지역에서 더위도 참고 사진찍기에 좋았다.
출발 당일 메일로 안내 메세지도 보내주셨고, 치앙마이에 늦은 시간 도착했는데 직원분이 기다렸다 체크인을 도와주셨다. 책상과 의자, 쇼파가 있는 거실같은 공간을 지나 침대 방으로 가는 통로엔 예쁜 주방도 있다. 혼자 쓰기 아까웠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낮에 너무 예쁘다고 창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도마뱀이 들어오긴 했지만.
The empire Nimman
님만해민 쪽에도 일주일간 머무를 때 어느 숙소에 갈까 고민 고민 하다가, 아고다에서 특가로 예약했던 것 같다. 마야몰과 원님만 도보 약 6-7분, 호텔과 같은 블록에 로터스 마트, 좌측 블록에 세븐일레븐과 맥도날드, 한 블록 더 가면 까이양 청더이. 님만해민 이곳 저곳을 다니기에 접근성이 정말 좋았다. 호텔 로비에 문의하니 맡기면 빨래가 가능한 것 같았는데, 요금까진 여쭤보지 않았다. 다만 숙소를 옮겨야하는데 오늘 맡기면 내일 저녁에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냥 호텔 바로 아래 있는 코인 세탁소를 이용했다.
냉장고에 있는 물을 다 마시지 않았어도 객실 청소해주실 때 새 물도 같이 챙겨주셨다. 덕분에 물 하나씩 들고 다니기 좋았다.
일본은 객실이 보통 작았던 것 같은데 치앙마이는 가격대비 침대도 방도, 화장실도 넓었다. 다만 샤워기가 일체형 해바라기 수전이라 가져간 샤워필터는 사용하지 못했다. 조식은 포함하지 않았으나 뷔페식으로 현장 결제가 가능했다. 1식에 150밧.
Green Tiger House
조식으로 유명한 노스게이트 근처 올드타운 숙소. Green이 들어간 이름답게 비치된 바디워시, 샴푸, 핸드워시 모두 비건제품이라 하고, 1층 식당에서 주는 조식도 판매하는 음식과 음료도 모두 비건식이라고 한다. 유명한 머쉬룸 스테이크 내 입맛에 조금 짭짤했지만 맛있었고, 감자는 늘 옳았고, 바나나 팬케이크와 사워도우 빵, 베이글 샌드위치까지 모두 정말 맛있었다.
수영장이 있었지만 이용하진 않았다. 돌아다니느라 바빠서도 그랬고, 생각보다 작아서도 그랬다. 그치만 객실은 혼자 이용하기에 넓고 좋았다. 아, 죽은 바퀴가 테라스에 보여서 문을 열어보지 못했는데, 객실 청소해주실 때 같이 치워주신 것 같았다. 물을 채워주셨지만 유리병에 든 물이라 갖고 나가긴 어려웠다. 샤워기는 가져간 필터를 장착할 수 있는 분리형 헤드였다.
Moji Pool villa and ice cream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던 숙소. 메세지를 보내면 호스트가 빠르게 확인 후 답변을 보내주셔서 참 좋았다. small room 예약했다가 정말 너무 스몰이라 넓은 객실로 차액 지불 후 변경했다. 그 전 숙소들이 객실이 넓어서 더 좁아보였을 수도 있지만, 문을 열자마자 무릎을 꿇으면 그게 바닥이 아니라 침대에 닿을 만큼 작았다. 보부상의 캐리어가 침대와 책상 사이에 끼어 방 안에 제대로 갖고 들어갈 수도, 풀어둘 수도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 숙소에서 10일을 있기로 했어서 고민하다 결정했다.
1층 마당이 참 예뻤다. 밤에 수영장에 발 담그고 있는 서양인을 본 적 있는데, 눈이 마주쳐 서로 굿나잇이라고 인사도 했다. 이게 잠자기 직전 기억이라 그런지 그 분하고 같이 물놀이 하는 꿈을 꿨다.. 넓은 방에는 싱크대가 있어서 마음놓고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과도도 비치되어 있어 손질되지 않은 망고도 사다가 까서 먹고~ 이 곳도 샤워필터를 끼울 수 있는 분리형 헤드였다.
타패게이트 근처라 좋아했던 곳들에 접근성이 정말 좋았다. 쿤캐 주스바 5분 컷, 숙소 바로 앞 코너에는 코인 세탁소, 10분 걸어가면 와로롯시장, 돌아 나오면 라탄가게들. 덜 더울 때 열심히 걸어 핑강 건너 반피엠숙, Pad Thai Baan Yim Kitchen, Khagee 휘리릭 돌고 와로롯시장에서 저녁거리 사갖고 들어가면 완벽.
사진을 다시 보니 지난주까지 저기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어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가는지, 혹시 한국 시간은 좀 더 빠르게 흐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초록은 잔뜩 보고 왔는데도 질리지가 않는다. 녹차밭.. 대나무 숲.. 이런 곳이 가고 싶어진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여름에 파랑이 빠질 수 없으니, 보지 못하고 돌아온 바다를 충전할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 새삼 좋다.
어릴 적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 생일이 있는 봄이라고 대답했고, 여전히 봄은 좋지만 조금 더 서늘한 가을이 가장 좋아졌다. 그런가 하면 이것 저것 입을 것 많아지는 늦가을이 좋고 춥지만 눈과 다정함이 있는 연말에 겨울도 좋았다. 더위에 약해 유일하게 반기지 않던 계절이 여름인데, 어쩌면 이 계절과도 한 뼘 가까워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