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 할아버지들을 만나는 날이면
목 메임, 꿈, 오늘
아이의 등원 길에 종종 마주하는 리어카 할아버지를 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만치서 리어카가 온다. 차가 가는 방향과 마주하며 힘겹게 천천히 최대한 길가에 붙어 온다. 차들은 느려진 채 차곡차곡 비켜서서 줄지어 간다. 리어카를 나이 든 할아버지가 가운데서 끌고 하얀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양 옆에서 목줄과 리어카가 묶인 채 함께 열심히 무거운 리어카를 끈다. 리어카 안의 고물들은 위태위태하게 쌓여 있다. 힘겹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차를 아슬아슬 피해 가는 할아버지와 개를 보며 이상하게 목이 멘다. <플란더스의 개>의 파트라슈가 우유배달을 도왔을 때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재건축으로 이주를 나가기 전, 나의 고향에도 리어카 아저씨가 계셨다. 26년이란 세월을 그곳에 살았기에 리어카 아저씨가 나이 많은 아저씨에서 노인이 되시고, 두 다리 정정하다 지팡이를 짚으시다, 끌개를 끌으시며 리어카를 끄는 모습을 모두 보아왔었다. 그리고, 재건축으로 아무도 없어진 동네에서 딱 한 번 그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적이 있었다. 역 근처 우회전 차선이 유독 꽉 막혀 있었는데, 저만치서 아주 천천히 한 발 한 발 힘겹게 내딛으며 여전히 리어카를 끄시는 그 할아버지가 지나갔다. 그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도대체 어디까지 저 리어카를 끌어야 하는 건지, 많은 차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건지 걱정이 되어 저절로 마음이 콩알만 해 졌다.
우리 차가 신호를 받아 직진하며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아저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공사판밖에 남지 않은 곳에서 어디로 가시는 걸까? 가는 길은 무사한 걸까? 한참 후에 운전을 하던 신랑이 한마디 한다.
"무사히 잘 가셨겠지?"
아무 탈 없이 하루를 살고 아무 일 없이 일주일이 가고 큰 문제없이 한 달이 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꿈만 같은 일이었다. 어쩌면 내게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너무나 큰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리어카 할아버지들을 만나는 날들이면 목이 멘다. 나의 꿈이 부디 나의 갑갑함만을 떨치기 위함이 아니기를. 나의 꿈이 부디 이기적인 희망 나부랭이가 아니기를. 리어카 할아버지들을 만나는 날이면,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음을 그렇게 꿈꿔왔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