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무

자연이 가르쳐 주는 것들

by 고요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어?"

"나무"

"아니, 사람이 어떻게 나무가 되냐? 그런 거 말고 뭐 하고 싶냐고."

"...."



나무가 되고 싶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을 뚫고 지나가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매력을 풍기며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 말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신을 뽐내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 나무 말이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나무가 되고 싶다 그러면 농담처럼 웃어넘겼다. 새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에게는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렴."하고 덕담도 해주건만, 왜 나무는 웃음거리가 되었을까?



우리 집은 1층이다. 베란다 창 앞으로 나무들로 인해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화를 가장 먼저 접한다. 둘째 녀석은 나무에 잎이 달려 있는 계절,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불 멍, 물 멍처럼 나뭇잎 멍이라는 것이 있다면 단연코 우리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멍의 종류 중 하나일 것이다.



봄 햇빛이 찬란하다. 이런 날은 실내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쉽다. 선글라스 하나 끼고 주변 천을 돌았다. 그리고 걸어 다니며 만나는 수많은 걸어 다니지 못하는 것들에게 하나하나 눈길을 보내주고 마음을 전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 속에서 꼿꼿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고개를 든 민들레 하나를 만났다. 민들레가 빤히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건다.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민들레를 바라보았다. 겹겹이 아름답게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보드라운 노란 꽃잎들이 활짝 피어 웃는다. 습자지를 잘라 풍성하게 꽃잎을 부풀리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한없이 작아져서 땅을 바라보며 만난 작은 것들, 그 시절 나의 눈에 오고 갔던 자연의 흔적을 추억한다. 이내, 쪼그려 앉은 채 민들레와 함께 나눈 마음의 교감으로 둘째 아이를 위한 이야기를 단숨에 적어내려 갔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들어주려고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고 보아주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지만, 항상 변함없이 있어왔다. 자연은 정직했다. 내가 마음을 준 만큼 보이고 깨달음을 얻는다. 아이들을 키우며 다시 어린 시절을 산다. 매일 같이 공원을 들락이며 만난 모든 것들, 풀, 바람, 토끼, 흙, 열매, 구름, 하늘, 물소리, 윤슬, 무지개. 그중에는 만져지는 것들, 볼 수만 있는 것들, 닿을 수 없는 것들, 닿을 수 조차 없는 것들, 소리가 있는 것들, 소리가 없는 것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수렴할 수 있다. 자연 그 자체가 삶이다. 어느 나이 대, 어느 상황에 속하여도 자신의 현재와 맞는 가르침을 조용히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스승.



여전히 나는 자연이 주는 위로 같은 나무가 되고 싶다. 애써 나를 표현하고 자랑하지 않아도 유심히 보아주는 사람들 속에 언제든 찾고 싶은 나무, 뜨거운 날 그늘이 되고, 시원함이 되는 위로. 일부러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아름다운 나무.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나무 그늘 아래에서 얻는 위로로 꿈을 꾸며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그런 나무.



자연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더 많이 흡수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나무가 되어야겠다. 그리하여, 커다란 삶의 스승인 자연에게도 돌아가는 꿈을 꾼다. 오늘도 나는 민들레 꽃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완성하며. 더 많이 보고 아끼고 감각하고 사랑하며 삶을 살고자 마음먹는다. 기지개를 활짝 켠 손 사이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멋진 하이파이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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