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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Nov 03. 2022

엄마, 물고기가 물에 있었으면 좋겠어

하루 한 끼 고기 없는 식탁


"물고기야, 맘마 먹어."

갓 구워놓은 조기 앞에 네 살배기 둘째 아이가 밥알을 소복이 쌓아놓는다.

"냠냠 맛있지?"

아이는 물고기에게 밥알을 먹이느라 바쁘다. 누군가가 젓가락으로 조기를 해 집기 전까지는 그랬다. 갑자기,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 물고기가 부서졌잖아. 물고기가 물에 있었으면 좋겠어."


삼계탕을 여느 때처럼 끓여놓았다. 아이들이 잘 먹겠지 기대하며 자리에 앉자, 첫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엄마, 닭의 내부는 다 어디 갔어?"

무슨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나는 얼음이 된다.

"엄마, 소고기가 소를 죽여 만든 거야?"

"엄마, 돼지고기가 돼지를 죽여 만든 거야?"

아이는 당연히 쓰던 단어들을 재차 묻는다. 그러더니 급기야 묻고 말았다.

"엄마, 사람고기는 없지?"


그때부터였다. 무언가 이건 옳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육식을 끊어야겠다고 경각심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이 마음은 단순히 죄책감이 아닌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시작하고 싶어 졌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 한 끼 고기 없는 식단을 해야겠다 는 결심을. 단 한 끼이지만, 그 한 끼라도, 그 작은 발걸음이라도 동참하자 마음먹는다.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생명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불편하나 무엇이 불편한지 몰라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주 작은 발걸음이지만 한 걸음 떼어본다. 우선은 하루 한 끼, 육식 없는 식사부터.

나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나의 이 삶이 누군가와 닿아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함부로 살 수 없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 연결되어 있다. 살 얼음판을 잔뜩 기어갈 무렵, 내가 바라본 곳은 오로지 나의 두 손과 얼굴 바로 아래의 바닥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보지 못한 시야에는 수많은 다른 손길들이 있었다. 떨어지지 말게 잡아주는 손길, 기어가는 무릎이 닳지 않도록 불어주던 입김, 위태한 살얼음판이 단단히 얼어 아래로 추락하지 않게 부어주던 바람. 사람들의 온정, 자연의 위로,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살게 했다.

내가 가장 나답다 느끼는 순간들은 자연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바람이 내는 소리에 나의 머릿결이 춤추고, 바람이 내미는 손짓에 흔들리는 이름 없는 풀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동자가 반짝일 때가 아니었을까? 자연스럽게 자연과 연결된 우리의 삶이 주는 작은 위로를 매일 받는다.


작게나마 하루 한 끼만큼은, 생명이 내는 슬픔에 동참하지 않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실천하고 싶다. 이 작은 손길이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아니 어쩌면,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게 연결될 것이라 생각하며 비건은 아니지만, 하루 한 끼라도 생명에 대한 감사를 담아 육식 없는 한 끼를 꼬박꼬박 낸다. 우리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진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워가면서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 고기 없는 한 끼의 식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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