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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Nov 15. 2021

우리 안에 내재된 아름다운 빛깔

금빛 은행잎이 우수수 날리자, 아이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아가야랑 함께 산책하던 산책길


아기를 낳고 처음으로 맞던 가을. 엄마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맞은 가을은 특별하였다.


 아기띠에 아가를 안고, 산책을 하며 바라본 가을은 새로웠다. 매 순간이 새로운 깨달음이어서, 아기를 안고 수시로 낙엽을 밟으며 걷고 또 걸었던 시간!


품 안의 아기가 부지런히 머리를 돌려가며 머물었던 자연의 섬세함을 함께 느끼며, 살아있음이 행복했다. 아기가 빨리 컸으면 바랐으면서 이 순간은 영원하기를 소망했다.


아기의 눈빛이 오래 머물던 금빛 나무


그날은 차가운 듯 상큼한 듯 코 끝을 지나가는 바람이 불자, 금빛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져 바람에 날렸다. 그리고, 아기띠의 아가의 눈동자도 하늘에 흩날리는 황금 나뭇잎을 따라 초롱초롱 빛났다.


매 순간 초롱초롱 빛나던 너의 눈빛


8개월 아가야를 키우던 그때의 나는 그런 황홀한 순간이 좋아 틈만 나면 아기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 시절은 잘 보이던 것들이, 어느 사이 이 만치 아이가 컸다고 보이지 않았다는 것들에 경악을 하며. 당시의 일기장을 찾았다.


그토록 쓰고 싶어, 포스트잇에 휘갈겨 쓴 단상들, 일기를 써야 사는 것 같던 8개월의 초보 엄마는 그해의 가을을 이렇게 기억한다.


2013년 11월 8일 


신이 내린 색이다.


햇빛이 더해지면, 더욱 아름다워지나니. 이 아름다움도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거구나. 이 아름다움도 가을이 오기 전에는 볼 수 없는 거구나.


밤에는 그 색을 보일 수 없어 서러워도, 가을이 오기까지 봄, 여름, 겨울을 "당신이 이토록 아름다운 색을 낼 수 있군요"라고 알아주는 이 없어도,  


조급하거나 억울하거나 할 필요 없이, 겸손하게 내재된 자신의 아름다운 빛깔을 믿으며, 기다리면 되겠구나.


우리 안에는 각자만의 아름다운 내재된 빛깔이 존재하고,  그 빛깔은 어떤 사람에겐, 봄에, 어떤 사람에겐 여름에, 또 어떤 이에겐 가을에 빛을 받아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모두 다르기 때문에


겸손히 그리고 조용히,

나의 빛깔을 믿으며,

기다리면 되는 것을~~~

ㅡㅡㅡㅡㅡㅡㅡ


나의 빛깔이 빛날 그 언젠가를 위해 오늘도 조용히, 그리고 겸손히 나는 나를 믿어본다. 아름다운 가을을 볼 수 있는 축복을 한가득 누리면서.

지금은 재건축으로 사라져버린 우리집에서, 아가와 함께 보던 보석같은 순간들은 사진 속에 마음 속에 영원히 아름답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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