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여행 Jan 28. 2022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나에게 운동이란

만으로 꽉 채운 3년이 지나고 점핑 4년 차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조심스러워 나가지 못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떻게든 챙겨서 유지하였던 유일한 목숨 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가슴에 찬 것이 많았었나? 숨이 턱까지 걸리게 미친 듯이 뛰어, 토할 것 같은 고비를 넘겨야만 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변태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나는 짧고 굵게 가는 운동이 좋아.",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좋아."라고 변명하곤 했다.


트램펄린에 발이 닿고 그 반동으로 몸이 통. 하고 튀는 짜릿한 그 순간을 사랑한다. 여러 자세 중 한 발 한 발 시간 간격을 두고 밟아 뛰는 '원오원'이라는 자세를 좋아한다. 나를 괴롭히고 얽매이게 한 모든 것들은 이제 나의 발아래에 있다. 코어에 끌어낼 수 있는 모든 힘을 꽉 준 채 다리를 힘차게 들어 올려 밟아 뛰어오른다. 땀이 흐르고, 눈물도 흐른다. 활기찬 노래는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고, 반짝이는 샤이키 조명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눈물이 흐른 채로 리듬에 맞춰 뛰고 있는 나를 누군가가 보아도 이제는 괜찮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내 안에 가득 찬 것들을 어떻게든 빼내어야만 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이기적인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 사이의 줄다리기가 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그저 주부이다. 그렇지만, 거칠어진 손으로 매일 따뜻한 밥을 짓 듯, 매일 나의 삶을 매일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눈물이 좀 나면 어떠한가. 매일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두 다리가 있으니, 나는 괜찮다. 나는 오늘도 온 힘을 다해 뛰어오른다.


그러고 보면, 운동을 하고 있다고 고백을 하기까지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들 운동 고수인 것 같은데, 감히 아무것도 아닌 내가 괜한 고백을 하는 것은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겁을 먹고 도망갈 태세를 갖추는 것이 나의 삶, 그 자체였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토록이나 싫어 나오기를 열망하면서,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안전했으니까.


용기를 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다. 그러다가 혹여나 몰락해도 괜찮다. 나의 무지와 무능을 인정한다. 결국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향해 한 발 자국 뛰어오르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견디며 일상의 근력을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제게도 날아오를 수 있는 단단한 날개가 돋아날 것을 믿는다. 이제 고작 만 3년, 아직도 근력 따위는 어디에도 없는 인바디 수치처럼, 내 안의 근육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쿨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해주고자 한다. 아마 영영 근육량은 채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새로운 나를 만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무용의 쓸모, 생리통의 현주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