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배를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만배는 하루에 108배를 33번 정도 3일을 하면 할 수 있다. 그렇다. 이론은 간단하다. 백일출가 입방을 위해선 3일 안에 만배를 해내야 한다. 나도 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이 됐다. 그렇지만 애초에 포기는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에 백일출가를 다녀온 분들이 꽤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떻게든 하겠지, 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한 40명쯤 되는 인원이 대강당에 모여서 새벽예불, 식사 시간, 6시간의 취침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절만 했다. 삼일 내내 아주 고됐다. 그 중에 둘쨋날이 제일 힘들었다. 새벽에 일어나니 다리 통증이 극심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봉을 잡고 옆으로 엉금엉금 걸어 내려와야 했다. 그 상태에서 새벽예불 108배부터 다시 또 절을 시작해야 했다. 아직 갈 길은 반 이상이 남아 있었다. 너무 하기 싫어서 강당 뒤편 방석에 기대서 잠을 잤다. 꿈에서 누군가에게 대신 절 해달라고 부탁하는 꿈을 꿨다. 꿈에서 깨니 아직 해야할 절은 많이 남았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지금도 혼자서 만배를 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같이 하는 도반들의 힘으로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했고 하기 싫은 걸 하라면 죽을 만큼 마음에서 싫음이 올라왔던 시절이었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듯 절이 될 때도 있었지만, 꾸역꾸역 억지로 한 배 한 배 해야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럼에도 계속 절을 한 이유는 그냥 어쩔 수 없어서. 왜냐면 다들 하니깐. 나이 많으신 보살님들도 빠른 속도로 하시니깐, 양 옆에 있는 또래 도반들도 계속 하니깐. 그래서 그냥 나도 했다.
만배를 하면 자기 업식을 볼 수 있다고 발우공양 시간에 유수스님이 법문을 해주셨다. 아무 일도 없이 다만 절을 하고 있을 뿐인데 화가 난다면 그건 내 안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절을 해보니 화와 짜증이 많이 났다. 선재수련에서도 화가 나서 막 냄비 집어던지고 싶었는데 만배 하면서도 별 이유 없이 화가 나니 정말 '아 이건 내 문제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엄마가 이해가 됐다. 나는 아무 일 없이 절만 꾸벅꾸벅해도 이렇게 발가락이 뒤틀리게 짜증나고 화가 나는데 화가 많은 우리 엄마는 어떻게 이 마음을 가지고 살았을까. 아침마다 식사 차리고 청소하고 어떻게 그렇게 규칙적으로 사셨을까. 절을 하다보니 화가 나서 막 미칠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그 때는 처음으로 엄마가 날 그 정도로만 때린 게 엄마의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나니 막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이런 상태에서도 날 크게 다치진 않게 했구나.
만배를 하면서 내 마음의 꼬라지를 보니 신기하게도 엄마가 이해됐다. 남에게 손가락질 하면 상대가 이해 안 되고 끊임없이 나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된다. 그렇지만 내 안을 살피면 내 안에도 그런 마음들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상대방을 이해하여 감싸안을 수 있다. 피해자라는 정체성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만배는 시선을 내 안으로 돌이켜 스스로를 구제한 경험이었다.
삼일째 자정이 넘도록 만배를 다 못했다. 그 때, 아버지 또래의 도반분이 본인 만배가 다 끝났음에도 옆에서 내 속도에 맞춰 같이 절을 해주셨다. 그 힘으로 삼일이 지나가는 새벽에 만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배 때문에 잠도 거의 못 자고 다음 날이 됐다. 이제 해냈다, 다 끝났다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때에 행자 반장님이 안내하셨다. '오늘부터는 500배 정진을 합니다.' 만배보다 그 다음날의 500배가 나는 더 힘들었다. 죽을만큼 하기 싫어서 엉엉 울면서 절을 했다. 그런데도 시간 내에 500배를 다 못 마쳤다.
절하기 싫어 울던 금쪽이 시명화. 시간이 흐를수록 절을 하며 돌이켜지는 것들이 많았고 그래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은 내게 좋은 수행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