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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질문부터 틀렸다

헤매고 있는 당신에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by 박레온

0.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해야할 일을 하는가? 최근 답을 찾은 내 얘기를 써보려고 한다.


1. 이런 말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되는지와 잘하는 일을 해야되는지 묻는다. 대부분 대답은 이렇다. 잘하는 일로 돈 벌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둬라. 무분별한 질문에는 책임 없는 대답을 줄 뿐이다. 리스크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치부나 무지를 드러내거나 괜히 욕 먹을 일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가장 안전한 방향을 찾아간다.


2. 아무리 성공 스토리를 들어도 알 수 없다. 돈을 위해 일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시대 흐름에 올라타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그렇기에 이런 무분별한 질문이 오가는 것이다.


3. 2가지 부류가 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도 뭔지 모르고 물어보는 부류와 어느정도 쓰고 정리한 부류다. 당연히 앞의 부류에는 할 말이 없다.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의 답을 구하는 건 위험한 짓이다. 자칫 하다가 코 엮여서 끌려다닐 수 있다.


4. 본인에 대해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태라면,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보라.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상상해봐라. 방향이 안으로 향하는지, 밖으로 향하는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5. 그런 적이 있다. 다음 날 지구가 멸망해도 출근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을 팔았는데 이들은 메일도 보낼 줄 모르고 나아가 아이디 만들기도 어려운 디지털 소외계층이었다. 대학원 박사까지 해놓고 메일 하나를 못 보낸다.


6.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듣나? 매일 같이 원격으로 도와주었다. 나를 찾는 소외계층이 하나 둘 늘고 10명 정도 됐었다. 이들은 어떤 문제가 일어나면 패닉 상태가 되는데 곧바로 해결 못하면 '역시 나는 못하는구나'하며 지옥까지 가버린다. 컴퓨터 켜고 이후부터가 다 문제였다. 그렇기에 흔한 휴가 하나 못 갔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하며 버리라고 한다. 시간은 시간대로 넣고 돈이 안 되니까 말이다.


7.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같이 일하는 누구라도 이들을 도울만한 사람이 없다. 하루에 2명만 도와줘도 하루 장사는 공치는거다. 나 밖에 못한다고 생각했고 이들에게는 내가 유일했다. 이때 얼마 벌었냐면, 그래도 월에 5-600은 벌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여튼 공허하단 생각이 들 때 이때 생각이 난다.


8. 내가 좋아하는 건 소외계층을 돕는 게 아니다. 도와줘서 고맙다 입 발린 말을 듣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걸 좋아한다. 단순히 잘한다가 아니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느낌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관계다.


9. 확신이 있다. 난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된다. 어차피 외부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일은 누구든 간에 사람에게로 향한다. 어떤 업계든 위와 같은 상황은 있다. 성장성 있고 돈 있는 고객이 많은 분야를 정하면 되겠더라. 이 분야에서 내가 좋아할만한 일을 찾아야겠더라.


10. 여기까지 답을 찾은 이야기였다.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사람을 향하는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는가?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되도록 밖으로 향하도록 생각을 달리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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