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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Jul 20. 2019

블라디보스톡: 가장 가까운 유럽, 너무 매력적인 거짓말

아이와 함께한 7월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추억하며

작년 7월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이곳은 최근 들어 갑자기 유행하게 된 여행지로서, 다른 여행지에 비해 아직 가이드북도 많지 않고, 여행 후기도 그만큼 적은 편이다.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자세한 여행기를 쓰기 전 개략적인 소개를 먼저 해보고자 한다.


요즘 블라디보스톡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으로 '가장 가까운 유럽'이란 말이 종종 쓰인다. 대한항공에서 광고 문구로 쓰기 시작했다는데, '가장 가까운 유럽'이란 표현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러시아의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이 아시아, 서쪽이 유럽이라는 것은 우리가 중학교 사회 수업시간에 이미 배워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구는 유럽 쪽에 밀집되어 있지만 영토 면적은 아시아 쪽이 더 크다. 그리고 당연히, 러시아에서도 동쪽 끝 연해주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톡은, 아시아 중에서도 동쪽 끄트머리에 가까운 것이다.

구글 지도에서 우랄 산맥을 검색 후, 대략의 아시아-유럽 경계를 빨간 선으로 추가해봤다.


여행 가기 전 참고했던 한 가이드북에서는, 저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표현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러시아 도시이니 유럽 문화권이란 상징적인 뜻으로 쓴 말이란 것은 알지만 그 짧은 머리말에만 세 번, 그리고 분문에서도 여러 번 다시 반복해야 할 표현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느 가이드북의 머리말

그럼 사실이 아님에도 무엇이 이런 표현을 유행하게 만드는 것인가?

그게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 보았다!



여행 개요


- 일정: 2018.7.28 - 2018.7.31 (3박 4일)

- 여행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 항공편: 아에로플로트 (갈 때 SU5435, 올 때 SU5434)

- 일행: 우리 가족 (부부와 초등학생 딸 둘)

- 숙소: 호스텔 아트모스페라 3박


항공권은 아에로플로트(Aeroflot, 러시아 항공)로 구입했으나 실제로는 오로라(Aurora) 항공기로 운행하는 코드셰어편으로, 지마켓에서 예약했다. 성인 1인 기준 약 37만 원 정도 지불했다. 숙소는 booking.com에서 4인 가족실 3박에 14700 루블(약 26만 원)로 예약했는데, 선택 가능한 호텔이 생각보다 적어서 고생했다. 이 도시가 그다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었는데, 최근 한국인이 갑자기 몰리면서 호텔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듯하다.


블라디보스톡 여행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1. 정말 유럽 같다는 것.


그래 맞다 ㅋㅋ 앞에서 거짓말이라 해놓고 다시 유럽 같다고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그런데 정말 가보니 유럽 같은걸 어떡하나.

유럽에서 많이 보던 건물 느낌.... @오케안스키 거리
유럽에서 많이 보던 음식... @불바, 신한초 근처 레스토랑

유럽에서 건너온 러시아인들이 살고 있고, 유럽식 건물을 지어 놓았으며, 유럽식 식사를 하고 산다. 이게 유럽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물론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아시아계로 보이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고, 중앙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도 많고, 오래된 건물이 아닌 이상 현대식 건물에 유럽이냐 아시아냐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주류를 이루는 것은 유럽의 느낌임이 분명했다.


또한 단지 외양뿐 아니라 문화 역시 유럽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독수리 전망대 갔다가 식사하러 들린, 몰로코&메드

레스토랑에 들어갔을 때, 유럽 여행 시에 한국과 달라 주의를 해야 했던 부분들, 이를테면 입구에서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착석하고, 식사 시에는 물이나 음료를 주문하고, 서빙하는 사람을 부를 때는 눈을 마주쳐 부르고, 다 먹고 자리에 앉아 계산을 하고 등등. 이 곳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혁명광장 쪽을 바라보며 @오케안스키 거리

러시아 경제가 예전 같지 않아 거리에 낡은 차가 많기는 했지만,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보이면 무조건 정지하는 운전 문화, 이것 역시 유럽 여행에서 감명 깊게 보았던 그 문화 그대로였다. 나는 길을 건널 생각이 없을 때조차 차들은 내가 횡단보도 근처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딱 정차를 해버리니 머쓱해질 때도 있었다 ㅋㅋㅋ

멋진 발레 공연을 본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관

마린스키 극장에서 본 발레 공연 역시 너무나 멋졌고, 러시아식 사우나인 반야 체험 역시 좋았다. 정말 머나먼 외국, 유럽 어딘가에 온 듯한 느낌. (참고로 마린스키 극장은 상페테르부르크에 본관이 있고, 이곳 블라디보스톡에 있는 것은 연해주 분관이라고 한다.)


심지어 마트에 장 보러 가도 유럽 느낌. 유럽 여행 가보면, 한국에서 비싼 서양 식재료가 현지에서는 엄청 싼 걸 보고 놀랐는데 블라디보스톡도 마찬가지였다. 치즈 등 유제품이나, 식사용으로 먹는 빵 등이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너무나 싸게 팔길래 신나게 사다가 숙소에서 먹기도 했다. 


또 다른 감명 깊었던 점은,


2. 정말 가깝다는 것.


인천공항 기준으로 비행시간 2시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2시간이다. 도쿄나 타이베이 보다도 가깝다!

(다만 이건 내가 탔던 러시아 항공사 기준이고, 한국 항공사는 북한 영해를 통과 못하기 때문에 중국 쪽으로 돌아가느라 몇십 분이 더 걸린다.)

단 2시간 00분 만에 러시아 땅에 내려주는 아에로플로트!

그리고 시차도 거의 없다. 한반도 북쪽 북한 땅에서 북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 곳이라, 한국이 쓰는 표준시인 UTC+9보다 딱 한 시간 빠른 UTC+10을 쓰고 있어 여행 전후에 시차 적응할 일도 없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결국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문구가 유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큰 돈과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유럽 여행 느낌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 그것이 바로 블라디보스톡 여행이 가진 매력의 핵심이었기에, 여행업계에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문구가 아닐까 싶다.


물론 무조건적인 찬양만 하기에는 불편하고 아쉬운 점들도 있었고, 특히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다 보니 느끼는 불편함도 있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 좀 더 자세한 블라디보스톡 여행기는 차차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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