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 여행, 3박4일간의 숙소를 소개합니다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준비하며, 이곳은 다른 여행지와 슥소 사정이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 도시는 왜,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이렇게 없어?
여태껏 다녔던 세계의 다른 여행지들도 물론 더블룸 내지는 트윈룸이 숙박시설의 대세이긴 하지만, 일반 호텔에도 아이 동반한 4인 가족이 머물 수 있는 방이 종종 있고, 아니면 가족이 머물 수 있는 리조트 형태의 숙소도 항상 있었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톡은 아무리 부킹닷컴, 아고다, 호텔스닷컴, 인터파크 등등 뒤져봐도 그런 방이 별로 없다. 그런 방이 있는 호텔은 내가 알아보던 시점에 이미 매진인 경우가 많고 그 외에는 아파트 임대, 그러니까 에어비엔비와 유사한 형태인 것. 왜 이런가 추정하자면 원래 관광지 아니던 이 도시에 갑자기 관광객이 폭증해서 그런 듯 하다. 아직 호텔들이 한두명 묶는 비즈니스 투숙객 위주이고 우리 같은 가족 단위 관광객을 받을 준비가 덜 된 것. 그러니 상대적으로 정식 숙박업보다는 준비가 덜 필요한 아파트들이 그 자리를 치고 나온 듯.
나는 가족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에서 에어비엔비 혹은 그런식의 아파트 임대는 가급적 피하자는 주의인데, 그 이유는 호텔과 달리 전문 숙박업소가 아니라서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아파트도 큰 문제 없겠지만, 해외에서 뭔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늘 있고, 굳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에어비엔비에서 잘 놀고 왔다는 사례가 압도적이지만, 간혹 골탕먹은 분들의 후기를 읽다보면 눈앞이 깜깜해지는 경우가 많다. 뭐랄까, 굳이 전문 숙박업소를 고집하는건, 일종의 보험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아파트를 제외하고 호텔 중에 가족실이 남아있는 곳을 찾다 보니 두 개의 숙소가 눈에 띄었는데, 하나는 시설은 좋아보이는데 위치가 약간 중심지에서 떨어져있고, 하나는 위치는 중심지에 있는데 시설이 조금 떨어졌다. 원래 첫번째 숙소에 예약을 넣었다가,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기함하고 바로 취소를.... 언덕 위에, 좁은 골목을 따라 구비구비 한참 올라가는 곳에 있었던 것이다. 성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차를 빌릴 것도 아닌데, 아이들과 거기를 걸어서 매일 드나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두번째 숙소, 위치가 아주 좋은 곳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호스텔 아트모스페라.
4인 가족이 묵을 수 있는 쿼트러플 룸, 3박4일에 14,700 루블, 당시 한화로 1박에 9만원 정도.
입구를 찾을 수 없어 이십분을 헤매다
호스텔 아트모스페라의 주소는 "23 Svetlanskaya ulitsa"이다. 이제 한국도 그렇듯,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도로명 주소를 쓰기에, 주소에 나온 길만 따라가면 되는거다. 택시는 정확히 저 주소에 해당하는,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에 내려주었다. 근데, 여기에 숙소가 없다???
처음에는 주소에 따라 스베틀란카야 거리에서 지도상의 초록 표시한 쪽에 들어가봤다. 누가 봐도 거기가 제일 합리적인 위치로 보였다. 그런데 호스텔 같아 보이는 곳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밖으로 계단이 난 모든 건물을 올라가 보았는데도 모두 아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모른다. (심지어 길에서 한국말 할 줄 아는(한국에 잠시 살았다나) 러시아 남자를 만나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이 사람도 결국 못 알려줬다.)
숙소 예약사이트에 나온 숙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이 분 영어를 거의 못하신다, 의사소통 불가 ㅠㅠ 땡볕은 내리쬐고, 짐은 잔뜩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길을 잃은 셈.
잠시 아내와 아이들을 그늘에서 쉬고 있으라 하고, 내가 맨몸으로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해당 지역을 차도를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보았다. 보이는 식당에 가서 물어봐도 모른단다. 더 돌다가 오케안스키 거리 Okeanskiy Prospekt 쪽. 어? 여기 이 골목 같은데? 그렇다. 호스텔 아트모스페라는 주소는 스베틀란카야 거리로 되어있으나 실제 출입구는 오케안스키 거리 Okeanskiy Prospekt 쪽에(5와 7 사이) 나있는 것이다. 이러면 주소를 Okeanskiy Prospekt 5나 7쯤으로 바꿔야 하는거 아닌가? 완전 골탕먹었다.
건물은 찾았지만 3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 힘을 내어 짐을 들고 올라가 체크인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오케안스키 거리 뿐 아니라 아드미랄라 포키나 거리(=별명 아르바트 거리)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다. 행선지가 어디냐에 따라 양쪽 길을 모두 활용하면 편리하다.
위치는 매우 만족!
앞서도 말했지만 호스텔 아트모스페라의 위치는 정말 훌륭하다. 혁명광장이 바로 근처이고, 블라디보스톡의 명동 격인 아드미랄라 포키나 거리 (아르바트 거리)도 바로 옆이다. 근처에 클로버 하우스(대형 슈퍼마켓)가 있어 장 보기도 편리하다. 시내 중심가를 도보로 모두 이동 가능하니 이 이상 좋을 수가 없다.
덩치가 웬만큼 커진 아이들과 편히 묵기 위해 4인실 쿼드러플룸으로 예약했더니 더블침대 하나에 2층 침대 하나가 있다. 아이들은 2층 침대가 신기하다고 위아래 하나씩 차지하고 싱글벙글.
공용 주방 겸 휴게실이 있어, 공용 냉장고에 음식 보관 가능하다. 공용 욕실과 화장실은, 어찌됐든 공용이라는게 불편했지만 시설 자체는 그럭저럭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애초에 호텔이 아니라 호스텔을 예약하면서 감수해야 했던 측면인데, 아이들은 다음부터는 우리만 화장실 쓰는 숙소에 묵자 하더라 ㅋㅋㅋ 얘들아 가끔 이런데 묵는 것도 재미있지 않니? (아니라고? ㅋㅋㅋ)
원래 블라디보스톡이 이렇게 더운데가 아닐텐데
문제는 에어컨. 한국이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던 2018년 여름. 한반도 바로 위에 있는 블라디보스톡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여행 가기전 날씨 앱으로 모니터링 하기는 한낮에도 25도 내외이지 30도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서울보다는 늘 5도 이상 낮은 기온을 유지해서 안심했다. 하지만 서울이 거의 40도를 찍는 이상 기온에, 마침 우리가 갔던 기 타이밍에 여기도 기온이 32도 33도 막 올라갔던 것 (ㅠㅠㅠㅠ)
아무튼 원래 그런 도시는 아니라 그런지 식당이나 카페 중에도 에어컨이 없거나 변변찮은 곳이 많았고, 이곳 숙소에는 아예 에어컨이 없더라. 그나마 선풍기로 더위를 버텼는데, 중간에 휴게실 선풍기가 고장이라고 우리 선풍기를 거기가 가져다 놓더라. 낮에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바빴으니 밤에만 방에 있었는데, 그래도 선풍기가 없으니 너무 답답하고 더웠다.
이 숙소에 대해 가장 아쉬운 측면이 이 것. 모르겠다, 이제는 선풍기 대수를 넉넉히 가져다 놓았으려나, 아니면 작년같은 말도 안되는 폭염은 다시 안 오니까 큰 문제가 없으려나....
아무튼 위치 좋은 곳의 가성비 좋은 숙소임은 확실해 보인다. ^^ 우리 같은 가족실 외에도 남/녀 구분된 도미토리 방도 많이 있어서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보이더라. 블라디보스톡 여행 준비하는 분들께 참고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