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블라디보스톡 여행 1일차. 햄버거를 먹고 발해 왕국 유물전을 보고 냉면(랭면)을 먹다니, 이게 러시아인지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리지만, 아무튼 우리의 첫날 일정은 그랬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을 통해 입국하자마자 반야에서 피로를 풀고, 다시 입구 찾기 어려운 숙소, 호스텔 아트모스페라에 짐을 풀고 나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자, 러시아 땅에서의 첫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미리 알아본 식당들 중 햄버거 식당인 댑버거가 도보 거리이다. 매끼 식사 장소를 미리 정하지는 않았지만, 후보가 될만한(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맛집을 사전에 여러 개 조사해서 구글 지도에 찍어두고, 현지 여행 중 동선에 맞는 곳 중 기분 내키는 곳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1. 댑버거 (Dab)
블라디보스톡에서 요즘 핫한 햄버거집이다.
그럼 씹고 즐기세오!
댑버거 입구 한국어 메뉴판! 분명 한글이긴 한데, 번역이 조금...?? 한국인 사이에도 꽤나 소문난 곳인 데다, 한국의 휴가 피크철인 7월 말이라 이곳에도 한국인이 가득하다. 매장 내 손님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 ㅋㅋㅋ 이태원의 햄버거집 잘만 골라 들어가면 여기보다 한국인 비율이 적을 듯 ㅋㅋㅋㅋ
햄버거는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점이 이곳을 첫 식사 장소로 잡는데 한 몫했다. 역시 아이들은 즐겁게 햄버거를 먹는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이고.
블라디보스톡의 물가를 고려하면 이 곳 댑버거 가격은 다소 비싼데, 뭐 서울시내 핫한 수제버거집 갔다고 하면 대충 비슷한 돈 들지 싶고, 게다가 분위기도 좋도 햄버거도 실하고 한국말 메뉴도 있고(씹고 즐기세오 ㅋㅋㅋㅋㅋ) 만족스러웠다.
햄버거 세트 https://goo.gl/maps/EioRrcWXygv2bRuc9
2. 아르세니예프 박물관
발해 왕국의 자취를 따라서
댑버거에서 바로 사거리 모퉁이 돌아서. 이 도시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방문. 박물관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 순순히 동행해주어 고맙다. 전시 규모 등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아쉬운 대로 이 지역의 발해 유적과 이 도시에 대해 알 수 있던 시간. (아니 고대 발해 왕국 자리가 왜 지금은 러시아 땅이 되어 있는거냐....)
아르세니예프 박물관 입구, 발해 전시 홍보물 소련, 아니 러시아에 왔으니 레닌 얼굴은 보고 가야지! 이 지역에서 출토된 무기. 둘째 아이가 대포를 좋아했다. 블라디보스톡 자리도 발해 왕국의 영토였다 발해인의 정교한 주사위! 돌로 된 유적들. 목은 다 어디 갔니... 발해인이 쓰던 무기 아니 이 사람들, 여기는 Balhae 발해라 썼는데... 키릴 문자로는 뭐라 썼는지 모르겠지만 발해의 로마자 표기가 왔다갔다 한다. 언제는 Bohai랬다가(아마 중국 발음이겠지?) 또 언제는 Balhae랬다가(한국식). 러시아 내부적으로 친중파와 친한파가 갈등 중일까? ㅋㅋㅋ (그보다는 박물관 담당자가 딱히 발해인지 보하이인지 관심이 없어 그때그때 눈에 띄는 표기로 적었다는 쪽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가설같기는 하다.)
https://goo.gl/maps/KoudMnCMCgQtfvpA8
3. 아르바트 거리 (아드미랄라 포키나 거리)
블라디보스톡의 명동 거리
아드미랄라 포키나 거리. 블라디보스톡의 최고 번화가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곳. 별명인 아르바트 거리로도 많이 불린다...라는데 현지인도 그렇게 부르나? 아무튼 한국 여행업계에서는 이곳을 아르바트 거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냥 보이는 대로 들어갔던 어느 카페 에스프레소 러시아 땅 답지 않게 30도가 넘는 폭염이 습격한 블라디보스톡. 땀을 식히러 들어간 카페에서는 아이스 음료를 팔지 않는다. (당신들도 30도 넘는 폭염에는 그다지 대비가 되어 있지 않겠죠 ㅠㅠ) 그렇다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땀을 뻘뻘 흘리며 마시고 싶지는 않아,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시원한 물로 구원을 얻었다.
4. 고려관
평양 랭면 드셔보시겠습니까?
블라디보스톡은 한반도 바로 위, 북한이 지척인 러시아 도시이다. 당연히 북한과도 교류가 많은 곳이며, 북한 식당도 몇 개 있다. 그중 나는 우리가 잡은 숙소에서 가까운 '고려관'을 택하여 다녀왔다.
고려관 입구 '종합남새지짐'- 북한에서 채소를 남새라 한다더니 진짜네... 달걀은 닭알이라 하는구나... '랭면' 오오 이거 진짜다 메뉴판에 한글이 쓰여있고, 서빙도 한국말하시는 분이 한다. (한국말인데 북쪽 억양이다, 아마도 북한 분이거나 고려인이 아닐까...) 전반적인 식당 분위기가, 러시아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완전 한국 같지도 않고 묘하다. 북한 식당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이지 싶다. 메뉴판의 요리는 익숙한 것도 있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도 있는데, 특히 북한식으로 표기된 명칭들이 흥미로왔다. 우리 가족은 진짜 북한식으로 하는 평양 '랭면'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주문한 '랭면' 와아 랭면이다! 이것이 바로 그 평양식 냉면인가? 남한에서 주로 먹는, 새콤달콤한 냉면이 아니라, 약간 심심한듯한 맛의 냉면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있다. 최고!
https://goo.gl/maps/MUagdrYYAA82eeZv8
5. 다시 숙소로
식사 후 돌아가는 길. 혁명광장의 동상이 멀리 보인다. 식사 후 숙소까지는 도보 10분쯤 걸린다. 슬슬 걸어가다가 근처 클레버 하우스(슈퍼마켓)에 들려 간식거리와 맥주를 사 가지고 갔다. 숙소 위치 참 잘 잡았다 ㅋㅋ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맥주, 발찌카(발티카)는 그 맛과 알콜농도에 따라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처음이니 일단 행운의 7번 (이유가 대체...)을 골랐다.
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해가 지니 급속히 시원해진다. 역시, 아무리 더워도 여기는 러시아구나! 2018년 여름 서울은 한밤중에도 30도가 넘었는데 여기는 그래도 해만 지면 20도 근처까지 시원해져서 좋다. 시원함 속에서 더 시원하게 발찌카 한 병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발찌카 no.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