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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Aug 05. 2019

블라디보스톡-1. 밤샘 비행 후엔 반야지!

블라디보스톡 여행 1일차, 첫 일정은 러시아식 사우나인 반야에서

얼마 전 아이와 함께한 블라디보스톡 여행에 대해 개략적인 내용을 글로 썼다. 이번 글부터는 좀 더 구체적인 여행기를 작성해보려 한다.



1. 뭐라고, 비행기 타느라 밤을 샌다고?


우리가 원했던 2018년 7월 말 항공편 중 가장 저렴했던 것은 아에로플로트 SU5435였다. 이것은 잠을 못 자는 밤샘 항공편.


왜 밤샘 항공편인가? 잠을 좀 자면 안 되나?

1) 미리 자는 것? 어렵다. 출발 시각이 새벽 02:15이니 공항에 자정 전에 도착해야 하고, 그러려면 집에서 밤 10시 좀 넘어서 나와야 한다. 휴가 전 마지막 근무 후 퇴근하여 옷 갈아 입고 저녁 먹고 짐 챙기는 것까지 생각하면 미리 자고 나오기 만만치 않은 시간.


2) 비행기 안에서 자는 것? 역시 어렵다. 북한 영공 통과를 못해 중국으로 크게 돌아가는 국내 항공사와 달리, 러시아 항공사들의 비행기는 동해를 건너 불과 두 시간 만에 러시아 땅에 도착한다. 오전 02:15 출발해 05:15 도착하는 비행편이 마치 3시간처럼 보이지만 시차 1시간 때문에 실제 2시간 밖에 머물지 못하니 잠을 잘 틈이 없다.


3) 그렇게 러시아 땅에 도착하면 05:15라 곧 아침이 밝아버린다. 끝.


블라디보스톡이 아무리 가깝지만 항공편으로 외국을 나가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냥 수면 시간이 다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러시아, 아침 이른 시간에 숙소 체크인이 될 리 없다. 대체 여행 짐 바리바리 들고 잠도 못 잔 채 이른 아침에 어딜 가야 한단 말인가? 고민 끝에, 어차피 블라디보스톡 여행 가면 다들 한다는 반야(러시아 사우나) 체험을 도착하자마자 하기로 했다. 미리 알아보기로는 이곳에서 주로 가는 반야들은 한국처럼 큰 대중탕이 아니라, 일행마다 소규모의 독립된 공간을 주는 곳이라 야간 비행의 피로를 풀며 모자란 잠도 채우는 용도로도 꽤 좋을 것 같았다. (뒤에 자세히 썼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일정이었다!)

실제 항공기는 오로라 항공이 운영하는 항공편을 이용했다.

항공권 구입은 아에로플로트로 했는데, 실제로는 오로라 항공이 운영하는 항공편이었다. 공항에서 체크인도 오로라 항공을 이용했다. 출발 전 집에서 쪽잠 자다 못 일어나 여행을 못 가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미리 체크인해놓고 잠시 눈을 붙일까 했는데, 10시 전 아예 일찍 도착했더니 체크인 카운터 오픈이 23:20이란다. 에휴, 이것도 실패. 의자에서 어영부영 쉬긴 쉬었지만 아쉽다 ㅋㅋㅋ

블라디보스톡 국제공항, 눈 깜짝할 사이 러시아 땅에 와 있었다.

비행기 타고나면 눈 깜짝할 사이 러시아에 와 버린다. (잠 좀 자려했는데 역시 틈이 없다 ㅋㅋㅋ) 북한 영해를 가로질러 가는 러시아 항공편, 시간도 절약되고 항공권도 저렴하니 밤새는 것 정도는 감수하려고 했는데, 조금 힘들긴 하구나 ㅋㅋㅋㅋ

블라디보스톡 국제공항 외관



2. 사전 준비: 블라디보스톡 반야 예약하기


반야, 러시아식 사우나. 일행에게만 주어진 독립된 공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우나도 하고, 목욕도 하고, 음식도 먹고, 잠을 잘 수도 있는 곳이다. 이용료는 인원이 아닌 방 하나에 시간당 얼마 씩 받는다. 방의 제한인원 내에서는 몇 명이든 상관없는데 보통 4인실 이상 되는 곳이 많아 우리 같은 가족 여행자는 별 문제없지만, 혼자 혹은 둘이 다니는 여행자들은 여행 카페 등에서 동행을 구해서 같이 다니기도 하는 것 같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유명한 반야는 대략 세 가지.


1) 반야 모레 (바닷가 마약 반야) : https://banyamore.com

- 토카렙스키 등대(Tokarevskiy Mayak) 가는 길에 있는 바닷가 반야인데, 등대가 러시아어로 '마약'이라 한국인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마약 반야'로 통한다 ㅋㅋㅋㅋ (실제 마약을 하는 곳은 아니니 걱정 마시라.)

- 바닷가 전망도 보이고, 사우나 하다가 바닷물에 바로 뛰어들어 몸을 식힐 수 있는 멋진 곳.

- 러시아 업체답게 인스타로도 예약 가능하고 아니면 공식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체크할 수 있다. (러시아는 왠지 너도나도 이 가게도 저 가게도 죄다 인스타그램을 한다.)

- 우리도 이곳을 처음 고려했으나, 좀 늦게 알아봤더니 이미 적당한 시간은 예약 마감이라 포기했다.


2) 쓰리 히어로스 (짠내투어 숲속 반야) : http://www.3bogatirya.com/

- 반야 모레 다음으로 유명한 곳으로, '짠내투어' 블라디보스톡 편에서 일행들이 방문한 반야.

- 반야 모레가 바닷가 반야라면, 여기는 산에 있는 반야.

- 마침 위치가 공항에서 도심 들어가는 중간에 있어 우리에게 딱 맞았다.

- 자세한 예약 방법은 아래 블로그에. 우리도 몇 달 먼저 다녀오신 훌륭한 블로거의 잘 정리된 정보를 참고했다.

https://blog.naver.com/deliciousoo/221297678002


3) 노빅 컨트리클럽 반야 : http://mynovik.ru/bathhouse/

- 블라디보스톡 시내와 다소 떨어진 루스키섬에 있는, 노빅 컨트리클럽 리조트 내의 반야.

- 리조트에 숙박하지 않아도 이용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공식 웹사이트에는 전화번호만 나오고 온라인 예약 방법은 찾다가 포기했다. 그렇다고 러시아어로 통화해서 예약할 수는 없는 노릇. 그냥 포기.


우리는 2번 쓰리히어로스 반야를 선택.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다소 문법이 틀리나 뜻은 통하는 영어 답메일이 온다.



3. 즐기기: 밤 샜으니 반야에서 피로를 풀자!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해서, 미리 폰에 깔아 둔 '막심(Maxim)' 앱을 이용, 택시를 불러 반야로 이동했다.

반야 입구에 한글도 있다.

한국인 사이에 갑자기 '뜨는' 여행지가 된 블라디보스톡. 발 빠르게 한글 간판을 준비한 건 고마웠으나, 간판 몇 개만이 한국어고, 실제 직원과는 전혀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다. (영어도 거의 안 통한다...) 다행히 반야 웹사이트에 가면 한국어 번역이 추가되어 있으니 미리 읽어보시고 가시기를 권한다. (여행기 안 쓰고 노는 1년 사이 많이 변했구나!)

관리동. 이곳에 들려 예약확인을 해야 한다.

러시아의 반야는, 공간을 통째로 빌려 가족 등 일행끼리만 쓰는 식이다. 방 크기와 시설, 그리고 시간대에 따라 시간당 요금이 다르다. 보통 최소 두 시간은 예약해야 의미가 있고, 조금 여유 있게 즐기려면 세 시간은 예약할 것을 권한다. 우리는 6번 방을 받아서 썼는데, 4인 가족이 쓰기에는 공간이 여유 있게 남았다. (당연하지, 최대 10명 이용 가능한 방인데 ㅋㅋㅋ) 4명에 간다고 했더니 반야 측에서 6번 방을 배정해주며 조금 작은 1,2번 방과 비슷한 가격에 해주겠다고 하여 감사히 썼다.

나무로 된 사우나 공간
사우나 안의 온도계
물을 뿌리는데 쓰는 바가지와, 재미있게 생긴 반야 모자
고온에 달구어진 뜨거운 돌

사우나 한쪽에는 뜨거운 돌이 쌓여 있다. 사우나 바로 바깥에 있는, 물 뿌리는 바가지를 이용해 이곳에 물을 뿌릴 수 있는데,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물이 증기가 되어 공기를 더 뜨겁게 해 준다. 돌에만 갇혀있던 열이 증기를 통해 공기에 확산되는 것. 그래서 사우나 안이 좀 덜 뜨겁다 느껴지면 이곳에 물을 뿌리면 된다. 호기심에 한 번 해보고 더 해보지는 않았다, 너무 뜨거울까 봐 무서워서 ㅋㅋㅋㅋ


재미나게 생긴 반야 모자는 유료 옵션인데, 뭐 대여료가 크게 비싸지도 않고 러시아 반야에 온 기분을 제대로 내기 위해 추가하였다. 뜨거운 사우나를 하는 동안 열에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쓴다고 한다.

차가운 물이 담긴 욕조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뺀 후, 차가운 물에 들어가 몸을 식히고, 다시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러시아 사우나인 반야의 이용법이라고 한다. 바닷가 반야는 이런 욕조 없이 문 열고 나가면 바다가 있어 바닷물에 몸을 식힐 수 있다니 참 부럽기는 한데, 여기도 좋았다.


욕조가 꽤 깊으니 어린아이와 함께 가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막내가 초등 3학년인데, 욕조가 아이 키보다 깊었지만 크게 걱정은 없었다. (재미있어 하더라 ㅋㅋ)


이외에도 우리의 6번 통나무집 안에는, 짐 놓는 방, 샤워하는 공간, 누워서 쉬거나 잘 수 있는 방, 테이블이 있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 등이 있었다.


반야에서 먹은 음식

우리는 밤을 샌데다 아침도 굶고 가는 거라 반야에서 뭔가 먹을 것이 필요했다. 먹고 싶은 것을 미리 사 와도 좋겠지만, 우린 공항에서 바로 들어오는 길이라 러시아에서 뭔가 사 올 상황은 아니었고, 굳이 한국에서 컵라면 같은 거 바리바리 싸들고 가고 싶지도 않아서 (기왕이면 러시아에서 러시아 음식을!) 전부 반야에서 사 먹었다.


우리가 먹은 것은, 반야 웹사이트의 번역된 메뉴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1) 소금에 절인 베이컨 (사진의 왼쪽 위, 280 루블): 이건.. 베이컨이 아니라 소금에 절이기만 한 생고기다.. 러시아인들 강하다 이런 걸 먹고살다니 ㅠㅠ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대부분 남겼다.

2) 기름에 튀긴 삶은 감자 (사진 가운데, 200 루블): 감자튀김을 생각했더니 삶은 감자. 무난했다. 어른도 아이도 잘 먹음.

3) 돼지고기 만두 (사진 가운데 아래, 200 루블): 이 만두는 '펠메니'라는 작은 만두. 무난했다. 어른도 아이도 잘 먹음.

4) 양배추 바레니키 (사진 오른쪽 끝, 200 루블): 바레니키는 다소 큼직한 만두. 감자와 다진 양배추가 들어가 아이들은 좀 싫어했고 나는 맛있게 먹었다.

5) 모르스 (사진 왼쪽 아래, 200 루블): 러시아식 과일 주스라는데 역시 어른도 아이도 모두 맛있게 잘 마심.


여행기 쓰느라 웹사이트 들어가 보니 가격이 많이 올랐다. 휴... 작년에 다녀올 때는 음식 싸다고 신나 했는데 이제는 작년 같지는 않은 듯하다. (위의 가격은 작년에 우리가 먹은 금액)

사우나 모자를 쓴 나와 두 딸

나와 아이들은 들어갔다 나왔다 신나게 반야를 즐겼는데, 아내는 침대가 있는 방에 들어가더니 곯아떨어져 잠을 보충했다. 뭐 좋다, 반야를 즐기는 각자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밤을 꼴딱 샌 야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도 풀고 아침식사도 해결하며 러시아 문화를 경험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와 같은 밤샘 항공편을 선택하시는 분들께는 강력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반야에서 휴식을 마친 우리는, 이번에는 굳이 휴대폰을 꺼내 막심 앱을 쓸 필요도 없이, 반야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 중 하나를 잡아 타고 숙소로 향했다. 3박4일간 우리와 함께할 숙소, 어떤 곳일까?



4. 이후 여행기의 방향은

여행 준비하면서 작성한 간단 일정

기왕 시작한 2018 여름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가급적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며 여행기를 이어가 볼까 한다. 간단한 일정은 위의 그림에 나와 있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처음 브런치에 아이와 함께 세계여행에 대해서 쓰면서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 다닌 여행부터 시작해서 시간 순서대로 현재까지 와 볼까 생각도 했었다. 글을 읽는 다른 양육자 분들도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여행의 변화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지만, 최근에 다녀온 따끈따끈한 여행기들을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때까지 계속 묵혀두기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순서 무관하게 쓰고 싶은 순서대로 쓰기로 했다. 너무 내 마음대로인가 싶기도 하지만, 내가 의욕적으로 글을 써야 읽는 분들에게도 조금 더 읽을만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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