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 커피 Nov 04. 2019

아빠와 딸의 파타야 1: 둘만의 여행을 시작하다

아빠와 딸의 일곱 살 여행, 첫 도시 파타야에서의 일정을 시작하다

2012 파타야 간략 일정

12/26(수) 제주항공 저녁 비행기로 출발 (인천-방콕) /숙소: 통타 리조트 (수완나품 공항 인근)

12/27(목) 아침: 숙소, 오전: 버스 이동(수완나품 공항 - 파타야), 점심: Alibaba, 오후: 물놀이, 저녁: 노점 식당 /숙소: 싸바이 윙 호텔 (파타야)

12/28(금) 아침: 숙소, 오전~오후: 꼬 란(산호섬), 점심: 쌍완 해변 식당, 저녁: 빅 씨에서 포장음식 /숙소: 싸바이 윙 호텔 (파타야)

12/29(토) 아침: 숙소, 오전: 물놀이, 점심: 체스터 그릴, 오후: 방콕으로 버스 이동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시작하다

아이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한 단 둘의 여행길.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당초 출발 예정 시간을 한 시간 이상 넘겨서야 겨우 출발했다. 이것도 저가항공을 이용할 때의 숨은 비용 중 하나겠지, 돈을 덜 내는 만큼 불편할 일을 겪을 확률이 올라간다. 다행히 출발 이후에는 별문제 없이 목적지인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 공항 도착 후 잠만 자고 파타야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을 미리 예약했다. 수완나품 국제공항은 방콕 시내가 아닌 외곽에 있는데, 그 덕분에 파타야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따라서 방콕과 파타야를 모두 들리려면 방콕으로 입국하고 바로 파타야에 먼저 가거나, 아니면 방콕 일정을 다 끝내고 파타야에 들려 바로 공항으로 가는 동선이 편리하다.


2주간 나와 동고동락했던 내 큰 딸, 내 분신, 내 여행 파트너. 장소는 방콕 수완나품 공항.


처음 가본 파타야 - 아이와 함께라도 생각보다 괜찮은 곳

내게 태국이 이번에 세 번째였지만 파타야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파타야에 대한 이미지는 패키지 관광객이 주로 가는 곳, 형편없는 해변과 환락가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파타야에 대한 생각이 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방콕에서 상당히 가까운 해변이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은 여행자들도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옵션이라는 것, 해변이 별 볼일 없는 것은 맞지만 40분만 배를 타고 가면 멋진 해변(꼬 란)이 있다는 것, 그리고 환락가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시간대만 주의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환락가로 유명한 워킹 스트리트도 낮에 지나 보니 아이와 함께라도 큰 무리 없겠다 싶었다. 다음에 방콕 방문 시에 1박 혹은 2박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바다를 즐겨야 한다면 다시 파타야를 방문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꼬 란 가기 전 발리하이 선착장에서 보이는 '파타야' 간판


파타야로 버스 이동 (수완나품 공항 -> 파타야)

공항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을 타고 다시 수완나품 공항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공항에서 바로 출발하는 파타야행 오전 11시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다행히 버스는 한국의 일반적인 고속버스만큼 쾌적하고 편안했다. 전날 탔던 저가항공 좌석보다 오히려 더 편안했을 정도! 소요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주의해야 했던 점은 파타야에서는 버스터미널이 아니라 몇몇 주요 교차로에서 내려준다는 것 (North Pattaya Intersection, Central Pattaya Intersection, South Pattaya Intersection 등). 사전에 가이드북과 인터넷의 정보를 미리 보고 간 것이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숙소에 가기 편리해 보이는 Central Pattaya Intersection에서 버스를 하차했다. 파타야 시내 이동은 썽태우를 이용했다. 썽태우는 트럭을 개조하여 짐칸 대신 사람이 탈 수 있게 만든, 태국에서는 꽤나 일반적인 교통수단이다. 태국에서도 지역마다 썽태우 운행 형태가 조금씩 다른데, 이 당시 파타야에서는 한국의 일반적인 노선버스처럼 정해진 노선을 다니는 것이 기본이었다. 태사랑(http://thailove.net) 등의 태국 정보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썽태우 노선도를 숙지한 터라 큰 어려움 없이 파타야 중부 도로를 달리는 썽태우를 잡아 타고 목적지로 삼은 파타야 제2도로와 중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도착했다.

파타야 시내를 달리는 썽태우의 모습

이 동네가 번화가 같아 보이니 일단 밥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슬슬 둘러보는데 이곳이 인도인 거리인지 인도 식당이 많이 보인다. 어려서부터 인도 음식을 사랑하는 딸에게 인도 음식 어떠냐 슬쩍 물어봤더니 바로 오케이. 한국에서도 인도 음식점 가면 즐겨 먹던 팔락 파니르(시금치 치즈 커리)를 하나 시켜 나누어 먹었다. 파니르 치즈 씹는 쫄깃한 맛이 끝내주었다. 커리와 같이 먹으려 시킨 난(인도식 빵) 2 접시에, 요구르트 음료인 라씨까지 다 해서 348밧(한화 만원 내외)이 나왔다. 태국까지 와서 웬 인도 음식이냐 할 수도 있지만 한국 어디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 맛있는 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으랴!

 

알리바바(Alibaba), 괜찮았던 인도 음식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산타가 더워 보인다.


팔락 파니르(시금치 치즈 커리)와 난(인도식 빵)


호텔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한 것은… 수영!

잡아놓은 호텔은 교통이 편리했다. 길 건너 3분 거리에 빅씨(태국의 유명한 대형 마트, 한국의 이마트 격)가 있고, 파타야 제2도로와 해변도로 사이에 있어 썽태우 이용도 편리했다. 무료 와이파이는 당연하고 수영장도 두 개 있어서 아이와 놀기 나쁘지 않았다. 비수기에는 1500밧 정도 하는 호텔이었데 성수기(겨울)라고 1900밧을 받았다. 좀 더 비싸고 좋은 곳으로 잡을걸 그랬나 걱정도 들었는데 수영장에서 놀 때 보니 아이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이 보여 안심했다. 


체크인하자마자 수영복부터 챙겨 아이를 수영장에 풀어놓았다. 수영장이 그늘져서 약간 서늘했지만 아이는 신나서 놀았다. 아이와 여행을 다녀보니 더운 나라 여행지에서 아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수영장 만한 게 별로 없다. 다음날 알고 보니 건물 옆에 양지바른 수영장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섬(꼬 란)으로 나갔던 둘째 날은 훨씬 더 신나는 해수욕을 하느라 수영장을 건너뛰었고, 셋째 날에는 오전에 체크아웃 직전까지 볕 좋은 수영장에서 실컷 놀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이 우선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보호자인 나도 편하거든. 

더운 나라에서 아이와 놀기에는 수영장이 최고


어린이 여행자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웠던 저녁식사 

수영을 마치고 씻고 나니 어느덧 저녁시간이다. 태국에 온 느낌이 나려면 외국인만 드글대는 럭셔리 식당이 아니라 노점 식당에서 현지인과 어울려 한 끼 먹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 태사랑 지도를 들여다보니 숙소 근처 훼미리마트 앞에 노점 식당이 나와있네. 아이와 함께 걸어갔다. 낮의 열기가 다 가시지 않아 덥지만 그래도 시끌벅적 여행 온 기분이 나서 좋았다.


바삭하게 구운 돼지고기 덮밥(40밧)과 팟타이 까이(닭고기 팟타이, 50밧)를 시켜 딸과 나누어 먹었다. 처음에 팟타이라 하니 아주머니께서 팟타이 꿍(새우)이냐고 말씀하셔서 팟타이 까이(닭고기)라 정정. 우리 딸은 새우나 게라면 말만 들어도 우엑거린다. 웬만큼 나이가 든 지금도 그렇다. 생각만 해도 싫다나? 아니 그 맛있는걸 왜 싫어하는지. 아이와 오지 않은 그 전의 두 번 태국여행은 새우랑 게를 한국보다 저렴하게 먹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말이지. 그 덕에 나도 여행 내내 새우나 게를 거의 못 먹고 다녔다.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 준 딸과의 의리를 지키느라 말이다. 

파타야 어느 노점 식당에서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의 꼬마 여행자

아이는 새우를 빼고 닭을 넣어준 팟타이는 잘 먹었으나, 음식보다는 더위가 괴로웠던 것 같다. 사진 속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빅씨 (센트럴 센터) - 즐거운 슈퍼마켓 쇼핑

호텔 가까이에 센트럴 센터라는 쇼핑몰이 있고, 건물 안쪽에 빅씨(Big C)라는 태국의 유명 슈퍼마켓이 있었다. 매일 저녁 맥주, 과일, 과자 등 음식을 샀다. 나는 외국 나가서 하는 슈퍼마켓 쇼핑이 즐겁다. 재래시장은 흥정에도 익숙지 않고 쉽게 지치는 반면 이런 곳은 정가에 사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현지인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것들을 구경하며 쓸만한 것들 하나씩 집어오는 소소한 재미를 즐긴다. 특히 단기 여행자는 과일을 통째로 사다 먹기가 곤란한데, 빅씨에 가면 작은 단위로 포장된 열대과일이 있어 행복했다. (물론 소포장이 단가는 비싸겠지만, 어차피 단가 싸다고 kg 단위로 사봐야 다 먹지를 못하니 결국 단가 싼 게 문제가 아니게 된다.) 망고도 맛있었지만 이번 여행 내내 아이가 즐겨 먹었던 노란 수박도 여기서 처음 발견하게 되었다. 

빅씨에서 사 온 소포장 과일들


이전 01화 아빠와 딸의 일곱살 태국 여행: 개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