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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Oct 14. 2019

아빠와 딸의 일곱살 태국 여행: 개요

아빠와 딸 단둘이 11일간의 일곱살 여행을 떠나게 되기까지

아빠와 딸이 일곱살 여행을 떠난 이유

몇년 전 어느 날, 박선아 님의 ‘일곱살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곱 살 딸아이와 단 둘이 80일간의 유럽여행을 했던 엄마의 이야기로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아이와 하는 여행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에 공감하고 깨닫고 또 부러워하며 읽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이미 브런치에 글을 쓴 바가 있다.)


‘나도 언젠가 한 번쯤은......’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꼼짝없이 회사에 묶인 몸이라 일주일 휴가도 감지덕지한 내게는 현실적으로 불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2012년 봄에 이 책을 읽고 몇 달 후인 2012년 연말, 내게 기적처럼 약간의 여유시간이 주어졌다. 회사를 이직하는 과정에서 15일 정도 여행에 쓸 수 있는 기간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간을 활용해 당시 일곱 살이던 나의 첫째 딸과 단 둘이 우리만의 일곱살 여행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 여행의 동기부여가 된 책, ‘일곱살 여행’

그리하여 2012년 12월 26일부터 해를 넘겨 2013년 1월 9일까지. 총 14박 15일의 일정을 잡았지만, 아내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어 장기 휴가가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둘째 딸을 데리고 일정 중 마지막 4박 5일만 합류했고, 처음 출발해서 11일간은 아빠와 첫째 딸 단둘이 보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정말 성공적이고 뜻깊은 여행이었으며, 첫째 아이가 아빠와 단둘이 11일간의 여행을 잘 즐겨주어 너무나 고마웠다.



왜 태국인가?

한국 나이로 일곱 살, 미취학 아동이다. 여행하기에 충분하다면 충분할 수도 있는 나이지만 어리게 보려면 한 없이 어린아이이다. 다행히 딸은 더 어린 나이에도 비행기 타고 외국 여행(비록 가까운 나라 휴양지 두 곳이었지만)을 해본 터라 가까운 외국에 나가는 정도는 큰 부담이 안 들었다. 하지만 기간이 충분히 길다면? 월급쟁이 직장인 관점에서는 꽤 긴 기간인 2주가 주어졌으므로 대학생 때 못 해본, 그리고 내게 동기부여가 된 ‘일곱살 여행’의 모녀도 갔던 유럽 여행도 욕심이 났다. 하지만 유럽은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으로 길고 계절이 겨울이라 일곱 살 아이와 함께하기에는 다소 힘들 거라는 판단에 가깝고 따뜻한 동남아로 방향을 바꾸었다. 게다가 아이와 단둘이 가는 여행은 내 생애 처음이었기에 동남아에서도 내게 가장 익숙하며, 여행하기에도 편리한 태국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입헌군주국. 주변 국가 중에서는 드물게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를 겪지 않은 나라이다. 이 때문에 맥주가 맛이 없다는 못 된 농담을 가끔 하고는 한다.... 공식 언어는 태국어지만 워낙에 관광산업이 발달하여 수도인 방콕 등 외국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지역에서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상점이나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 단지 언어뿐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외국인 여행자들이 원하는 바를 채워주기 때문에 여행하기 꽤 편리한 곳이고 이것이 나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태국은 일 년 내내 무더운 열대 기후라 대개 낮 기온은 항상 섭씨 30도를 넘지만, 11월에서 2월까지의 겨울에는 건기라 공기도 건조해지고 밤과 아침에는 수도 방콕 기준으로 20도 근처까지도 기온이 떨어져 비교적 쾌적하다. 이 사실 역시 12월에 출발하는 우리 여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태국 왕궁 근처의 불교사원 왓라차보핏


태국 내 일정과 이동 경로

태국 내에서도 이곳저곳 고민하였으나 최종 일정은 파타야 - 방콕 - 치앙마이 - 방콕으로 잡았다. 세 군데 모두 한국인이 가는 대표도시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는 곳들이다. (푸켓이 빠졌지만 남부는 워낙에 거리가 있어서 이번에는 제외했다.)


대략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1일: 저녁 비행기로 출발 (인천-방콕) /숙소: 통타 리조트 (수완나품 공항 인근)

2일: 공항에서 파타야로 버스 이동, 물놀이 /숙소: 싸바이 윙 호텔 (파타야)

3일: 꼬란(산호섬) 다녀오기 /숙소: 싸바이 윙 호텔

4일: 방콕으로 버스 이동, 카오산 구경 /숙소: 뉴 싸얌 2 게스트하우스 (방콕)

5일: 반일 투어(위험한 기찻길 시장, 암파와 수상시장, 반딧불 보기) /숙소: 뉴 싸얌 2 게스트하우스

6일: 차이나 타운까지 도보여행, 차오프라야 강 구경, 물놀이 /숙소: 뉴 싸얌 2 게스트하우스

7일: 골든 마운트(왓 사켓)까지 도보여행, 국내선 항공편으로 치앙마이 이동  /숙소: 미소네 게스트하우스 (치앙마이)

8일: 님만해민 구경, 구시가 구경 /숙소: 화이트 게스트하우스 (치앙마이)

9일: 코끼리 보호센터 방문 /숙소: 화이트 게스트하우스 (치앙마이)

10일: 도이수텝, 님만해민, 삥 강. 침대기차로 치앙마이- 방콕 간 이동

11일: 터미널21 구경, 숙소에서 휴식, 한국에서 아내와 둘째 아이 합류 /숙소: 스위소텔 나일럿 파크 호텔 (방콕)

12일: 물놀이, 시내 구경 /숙소: 스위소텔 나일럿 파크 호텔

13일: 일일 투어(깐차나부리 (콰이강의 다리, 죽음의 철도, 코끼리/뗏목타기, 폭포 등) /숙소: 스위소텔 나일럿 파크 호텔

14일: 물놀이, 시내 구경, 마사지. 밤 비행기로 출발 (방콕-인천)

15일: 아침에 인천공항 도착. 집으로.



방콕 인근 해변 휴양지 파타야의 꼬란 섬 해변에서


위 사진의 배경은 파타야 산호섬(꼬란)인데 기대 이상으로 색이 예쁘고 물이 맑아 하루만 있기 아까울 정도였다. 아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내일 또 와요!"를 외쳤으나, 미안, 우리는 다음 일정이 예약되어 있어서.... 그 외 방콕에서 떠난 암파와 반일투어도 아이가 즐거워했고(그림책에서 보던 수상시장도 보고, 밤에 반딧불 투어도 갔다), 방콕 시내 도보여행하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 먹고, 교통수단(뚝뚝, 택시, 보트 등등) 이용하는 것도 재미있어했다. 치앙마이 님만해민 거리에서 멋진 카페, 음식점 다니며 유유자적하는 것도 좋았다. 코끼리 보호센터(치앙마이에서 버스로 1시간 반 거리)에서는 코끼리 원 없이 구경하고 왔다. 코끼리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수십 마리 코끼리가 사람이랑 섞여서 걸어 다니고, 만지고 먹이 줄 수도 있게 되어있어 아이가 엄청 좋아했다. 투어로 간 게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만큼 머물고 체험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다시 방콕에 돌아와서는 터미널 21에서 각 나라별 테마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그 외 수시로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것도 당연 아이가 좋아했고 빠질 수 없는 필수 일정이었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도시 풍경


일곱 살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 준비

우선 모든 숙소를 미리 한국에서 예약하고 갔다. 어른끼리라면 현지에서 부딪혀가며 구할 수도 있겠으나, 아이 데리고 방 찾아서 헤매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더욱이 시기가 태국 최고 성수기 시즌인 겨울에는. 그리고 아이를 생각해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잡았다. 덥거나 지루할 때 아이와 시간 보내기는 역시 수영장만 한 것이 없다는 과거 국내외 여행의 경험이 이번 여행으로도 증명되었다. 단, 치앙마이는 나름 겨울이라고 아침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기에 굳이 수영장 있는 곳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수영장을 고려치 않았다. 그리고 여행 일정은 최대한 아이를 고려하여,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공부는 충분히 해 가되, 현지에서 상황을 보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 아이에게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여유 있게 진행했다. 일곱 살 아이는 충분히 자기 의사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서, 아이가 가고 싶은 곳,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확인하여 둘이 의논하여 결정하였다.  


다음 편부터는 실제 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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