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살 카레 만들어 먹기]
학생들의 시험주간이 되어 운 좋게도 늦게 출근할 수 있는 날이 생겼다.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평소에 2시 정도에는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무려 두 시간이나 늦은 4시에만 출근을 하면 되었던 것. 오랜만에 찾아온 좋은 기회인 만큼 오늘만큼은 전투적인 점심식사가 아닌 좀 느긋하고 여유로운 점심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시간도 많겠다 외식을 해도 좋았을 테지만 전날 내가 냉동해 둔 닭다리 살을 냉장칸에 해동시켜 놓았기 때문에 닭다리살을 이용한 요리를 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닭다리살은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있는 재료라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닭다리살 카레'를 하기로 정했다. 남편은 워낙 어릴 때부터 카레라면 사족을 못쓰는 카레돌이이고, 나는 보통 카레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유난히 닭다리살이 들어간 카레만 좋아한다. 사실 닭다리살 카레는 내게 나름 추억이 있는 음식인데,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급식메뉴 중 하나였다. 원래 카레에는 보통 돼지고기 등심을 많이 넣는데 희한하게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닭다리살을 넣은 카레가 종종 나오곤 했다. 뻣뻣한 등심보다는 부드러운 닭다리살이 카레랑 몹시 잘 어울려서 좋아하던 급식메뉴였는데 이렇게 커서도 생각날 때마다 만들어먹는 단골 집밥 메뉴가 되었다.
닭다리살 카레는 만드는 방법도 일반 카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만의 작은 비법이 있다면 가장 첫 단계로 닭가리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는 것이다. 오목한 팬에 기름을 살짝만 뿌려 달구고 해동이 잘 된 닭다리살을 껍질이 아래로 가게 하여 치익- 소리가 나도록 구워준다. 껍질 부분이 노르스름하게 익으면 뒤집어서 살 부분도 잘 구워준다. 얼추 닭이 익으면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 후, 얇게 채 썬 양파와 함께 볶아준다. 양파가 숨이 죽으면 감자나 당근 등을 넣어주면 되는데 나는 당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감자만 넣었다. 감자는 꼭 볶아서 익힐 필요가 없으므로 감자를 넣은 후 적당히 볶아주다가 물을 넣는다. 이때 물을 넣으면 잘 볶아진 닭에서 뽀얀 닭육수가 나오는데 이게 바로 감칠맛 가득한 카레의 비결이다.
뽀얀 닭육수가 돋보이는 카레 베이스. 감자나 당근 같은 딱딱한 채소가 다 익을 때까지 이 상태로 푸욱 끓여준다. 채소가 익는 동안 카레 가루는 미리 물에 개어서 준비해 둔다. 요즘은 과립형이라 그냥 가루를 바로 넣어도 잘 풀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덩어리 지는 것들이 있어서 매끈한 카레의 질감을 위해 나는 카레가루를 물에 개어서 넣는 편이다. 마침내 채소가 다 익으면 개어 두었던 걸쭉한 카레가루를 넣어 잘 섞어준다. 카레가루에 전분이 많아서 얼른 잘 섞어주어야 한 군데 뭉치지 않는다. 잘 섞어준 후 2분 정도만 바닥을 저으면서 끓여주다가 바로 불을 끈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비법! 바로 먹지 말고 한 시간 정도 둔 후에 먹기. 바로 먹어도 물론 맛은 있겠지만, 맛이 극대화된 카레를 먹고 싶으면 기다림이 필수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면 은은한 잔열에 카레의 간이 모든 재료에 삭 스며들어 훨씬 더 맛있는 카레를 먹을 수 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린 후 드디어 식사시간이 되었다. 흰 밥에 닭다리살이 가득 든 카레를 덮어준다. 거기에 잘 익은 김치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없는 맛있는 점심 한 상이 완성된다. 보드라운 닭다리살에 카레의 맛이 배어 자꾸 자꾸만 입에 넣게 되는 마성의 카레. 오늘은 점심시간이 여유로운 덕분에 후딱 밥만 먹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이야기도 하면서 밥을 천천히 먹을 수 있어 감사한 식사시간이었다. 점심을 든든하고 기분 좋게 잘 먹으니 오늘 하루도 순탄하게 잘 흘러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 왠지 오늘 하루도 잘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