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번아웃, 나 돌보기]
번아웃이 정말 지독하게 찾아왔다. 처음 번아웃이 왔다는 걸 느낀 건 약 한 달 반 전이다. 우울증으로 계속해서 병원을 다니고 있었기에 약도 잘 챙겨 먹었고, 어느 정도 마인트 컨트롤을 좀 했더니 점점 괜찮아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나 보다. 내 안에 쌓인 무언가 들이 저번주부터 폭발을 하기 시작해 정신적으로 갑자기 너무 힘들어져서 지난 한 주 동안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울과 불안, 도망치고 싶은 욕구, 기면증상 등에 붙잡혀 정신을 못 차렸다. 하필 토요일에 번아웃과 우울증 증상이 정점을 찍어서 주말이라 바로 병원에도 못 가고 월요일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가 월요일 아침, 얼른 준비를 하고 바로 병원으로 찾아갔다.
요즘 매일 울어서 우는데도 싫증이 난 터라 제발 증상 이야기할 때 안 울었으면 좋겠다고 다짐에 다집을 하고 진료실로 들어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담담하게 내 요즘의 모습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릴 수 있었다. 어떻게 지내냐는 의사 선생님의 첫 말에 잘 지낸다고 대답하고 싶었는데 심각한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아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결국 지난번 진료 때 줄였던 약은 다시 원래대로 증량했고, 다른 약도 하나 더 받아서 약이 늘었다. 근데 약을 먹으면 얼마나 진정이 되는지 그 효과를 알기 때문에 약 먹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이제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가 되었다.
사업이 잘되어 정점을 찍고 있을 때 번아웃이 찾아오다니, 나도 정말 못 말린다. 나는 왜 남들처럼 버텨내지 못할까 수천, 수백 번 생각해 봤는데도 답을 못 내다가 오늘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항상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을 오래 못했었는데 전부다 매번 이런 번아웃과 우울증이 찾아와서였다. 아마도 내 기저에 우울증이 짙게 늘 깔려있었는데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그 우울증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꽉 잡아 둘 수 있다가 일을 시작하면 바쁘고 지치면서 여유가 없어지니 봉인되어 있던 우울증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일을 시작할 때마다 매번 그러는 거라면 일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마음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으니 치료에 집중을 해보자고 하신 말씀을 듣고서야 다시 내 속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에 대해서 하나 더 알았으니 이번에는 치료 잘 받으면서 결국 일을 그만두는 엔딩이 아닌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쪽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해봐야할 것 같고,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조성도 궁리를 해봐야할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그냥 일을 안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하니까 세상과 타협해가며 나만의 방법을 찾아나가야만 한다.
잘 넘겨 보자, 결국엔 다 해피엔딩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