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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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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씨 Oct 24. 2016

반팔이 어색한 계절

 새로운 수첩을 보는 기분은 택배 기사님의 초인종 소리만큼 두근두근합니다. 비닐을 뜯는 순간의 기쁨과 동시에 첫 장을 그리는 떨림이 매력이죠. 큰 스케치북은 휴대가 불편해서 주머니에 딱 들어가는 작은 포켓 사이즈 수첩을 주로 이용합니다. 휴대의 간편함이 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혹은 크게 그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작은 크기의 수첩을 이용하면서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수첩도 주문을 했습니다. 가격 때문에 외국에서 주문하니 받기까지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무사히 잘 도착해서 즐거운 놀이터로 변하기를 기대합니다.


 백팩이나 에코백에 항상 넣어 다니는 필기구입니다. 그림을 그린 라미 만년필은 여기서 빠졌군요. 피그마 마이크론/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 / 라미 사파리  이렇게 세 녀석이 선을 그리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스케치북의 표면에는 라이너보다 만년필이 잘 맞는 느낌이라 라미 사파리가 주전으로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 묘사에는 두 라이너의 가장 얇은 굵기로 촘촘하게 그리는 편이죠.

 우측은 옛날 캘리그래피 배워보겠다며 구매한 쿠레타케 붓 펜입니다. 캘리와 거리가 먼 스케치북에서 검은색 부분을 칠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글씨가 아니지만 나름 맛있게 쓰고 있으니 그리 나쁜 운명은 아니겠죠.

코픽 마카는 뒷장의 비침이 심해서 자주 사용하지는 못합니다.스타빌로 사인펜도 지금 이용하는 종이와 궁합이 그리 좋지 않아서 집에서만 쓰고 있습니다. :-)


새벽에 매형을 따라서 막일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새벽 공기도 상쾌하지만 일 끝나고 먹었던 국밥의 맛이 강렬했습니다. 


상무지구에 새로 오픈한 스타벅스를 다녀왔습니다. 콘센트가 별로 없어서 매대 앞의 긴 테이블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넓게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사용하는 스케치북의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길쭉한 스타일의 스케치북도 장바구니에 쓕! 넣어뒀습니다. 그리는 그림보다 장비에 욕심이 많아지는 시기지만 이것 또한 즐거움이라 믿습니다. 


광주 아시아 문화 전당에서 바라본 충장로의 모습입니다. 이런 날씨에는 앉아서 그림을 그려야죠. 슬슬 눈치를 보다 앉을 곳이 마땅하지 않아 서서 그림을 그립니다. 어깨를 누르는 가방을 내려놓고 작은 수첩을 꺼내듭니다. 만년필의 뚜껑을 열고 사각사각 종이를 스치는 소리를 즐깁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다리가 아파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배가 고픕니다. 꾹 참다가 마지막을 후다닥 마무리합니다. 굳은 다리와 굶주린 배를 채울 장소로 떠나는 마음이 무척이나 밝습니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이니 항상 그림보다 제가 먼저입니다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물감을 사용합니다. 사놓고 가방에서 외롭게 지내던 물감인데 빛을 보니깐 당황한듯합니다. 치약이 하도 말이 많아서 기존에 쓰던 나쁜 치약을 치우고 선물 받은 치약을 그려봤습니다. 저는 색약이라 여러 색을 맛있게 활용하지 못 합니다. 그냥 비슷해 보이지만 비슷하지 않은 단색으로 여백을 채우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근데 이거 치약 맛이 왜이러죠 ㅋㅋㅋㅋ


그리다 밥 먹자는 호출에 수첩을 덮습니다. 그림도 식후경이죠.


새벽 2시에 경험하는 흔한 내적 갈등입니다. 컵라면을 먹을지 말지 고민을 하면서 그렸습니다. 물론 그림이 끝나고 바로 물을 올렸죠. 불필요한 고민은 하지 않기로.....


날씨 좋은 날에는 그림이 쉽게 그려집니다. 전시된 피아노를 학생들이 흥겹게 연주합니다. 펜도 덩달아 신났는지 종이 위에서 가볍게 움직입니다. 그렇게 그리다 보니

적당히 채워. 제발..


문화생활과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오늘은 문화예술 회관에서 열린 교보 노블리에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평상시는 그냥 그리지만 오늘처럼 귀 호강을 하며 그리는 그림의 맛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저 콘서트도 다니는 그런 문화 사람입니다. 후후후.


책 읽다가 잠 와서 옆에 있는 바구니를 그렸습니다. 잠 깨려고 잠깐 그렸는데 책도 못 읽고 그림만 그리다 나왔다는 슬픈 이야기가.. 결국 바구니도 다 못 그리고 도중에 멈췄습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그리는지.


창밖에 보이는 구두 수선집. 그냥 보기만 하면 슈슈슉 본능처럼 그리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노력은 안 하면서 이런 망상만 에잉 ㅉㅉㅉㅉ


그림 수첩은 계속 그리고 있어요. 11월까지는 이 녀석을 모두 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16.10.24 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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