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재미있어도 잠은 온다.
책을 빌리고 도서관을 나오는 순간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지난 대여 기간 동안 다 읽지 못한 책에 미안함을 느껴서인지 더 춥고 움츠려 든다.
쌀랑한 바람과 한적한 동네의 조합이 의외로 괜찮다. 북적이는 바쁨보다는 조용하고 느긋한 한가로움이 좋다. 그릴 건물을 촬영하고 종종걸음으로 카페로 움직인다. 적당한 구석자리를 잡고 졸음이 몰려오기 전까지 책을 읽는다.
카페에서 책만 읽으면 분명 잠이 온다. 책의 재미 유무를 떠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택배처럼 잠이 찾아온다.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이 지겨우면 책을 읽는다. 이 둘은 3살 차이처럼 궁합이 잘 맞는다.
오늘도 빠르게 밀려오는 졸음을 그림으로 밀어낸다.
170307.
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