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회사에서도 일이 내 뜻대로 안 풀리고, 뭔가 인간관계도 내 맘 같지 않을 때.
마음이 너무 지쳐서 기분이 가라앉고 툭 건들면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날.
그런 날, 내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곳은 바로 집이다.
집에 가면 언제나처럼 남편이 있다.
나는 남편에게 안겨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조잘대며 얘기하고,
남편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던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준다.
남편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그 앞에서 나는 그야말로 무장해제 되어버린다.
남편은 내가 무슨 행동을 하고 무슨 말을 하던 내 의도를 의심하지 않고 순수하게 바라봐준다.
뭘 해도 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아무 생각 없이 날 내던질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남편에게 안겨 그 따뜻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면 세상 모든 수심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때때로 생각하곤 한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남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할 텐데,
모두가 날 따뜻하게 대해줄텐데,
하나하나 눈치 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을 텐데, 하고.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내 삶을 지탱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남편의 그런 무한한 사랑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때문에 힘든 순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람의 힘, 사랑의 힘이다.
사랑이란 참 알 수 없는 모양이지만,
가끔은 저렇게 눈에 띄지 않게, 그저 나를 둘러싼 하나의 커다란 세계처럼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도 하루 끝에 기대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혹시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라면,
당신은 알고 있을까요?
그에게 당신은 하나의 큰 버팀목이자 세계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