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컵과 기다림 3분 30초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아삭함
요리를 잘하든 못하든, 어느 날 문득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따뜻한 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무침 반찬 하나가 간절해지는 날. 그럴 땐 엄마 손맛이 떠오르는, 가장 한국적인 반찬 중 하나인 콩나물무침이 생각난다.
만들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입안 가득 담백한 감칠맛이 퍼지는 그 매력.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사실은 꽤 특별한 존재다.
콩나물은 대두에서 발아한 싹이다. 대두야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곡물이지만, 그 싹을 식재료로 활용하는 문화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흔하게 먹지만 외국인에게는 참 낯선 반찬이 바로 이 콩나물무침이다.
하지만 익숙함 속에 특별함이 숨어 있듯, 콩나물은 속 깊은 효능도 품고 있다. 알코올 분해를 돕는 비타민 B1과 C, 그리고 해장의 열쇠인 아스파라긴산까지.
그 덕에 해장국에 빠지지 않고, 반찬으로도 아침 식사를 든든히 채워주는 고마운 재료다.
무침을 만들기 위해선 콩나물 300g을 준비한다. 냄비 바닥에 물 한 컵을 붓고, 콩나물을 가운데가 비도록 넓게 펼쳐 담는다. 이때 중요한 건 뚜껑을 덮은 채 절대 열지 말고, 강불에서 딱 3분 30초만 삶는 것이다.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한 작은 인내의 시간. 삶은 콩나물은 찬물에 헹궈 체에 밭쳐 물기를 빼두고, 이젠 무침의 시간이다.
큰 볼에 콩나물을 담고, 멸치액젓 한 스푼을 조심스럽게 더한다. 간장 대신 이 액젓 하나만으로도 감칠맛이 훅 살아난다.
여기에 참기름 한 스푼, 통깨와 다진 마늘, 맛소금, 고춧가루를 한데 넣고, 채 썬 양파와 송송 썬 대파를 곁들여 살살 무친다.
양념은 강하게 치대지 않고, 살포시 버무리듯 손끝으로 어루만져야 콩나물이 부서지지 않는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정성 가득한 반찬 하나가 완성된다. 한입 넣으면 고소한 향이 입안에 퍼지고, 멸치액젓의 깊은 맛이 밥을 절로 부른다.
가끔은 이렇게 정직한 한 접시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주곤 한다. 오늘 저녁엔 3분 30초의 기다림으로, 아삭한 감동을 한 그릇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