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어획량, 이 수산물 식탁에서 사라지

울산의 진미, 용가자미가 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이야기

by 데일리한상

울산의 바다는 늘 단단한 생명을 품고 있었다. 겨울이면 살이 오르고 윤기가 흐르던 용가자미가 그 증거였다. 한때는 방어진항에만 가도 그 싱싱한 냄새와 소리가 바다를 가득 채웠다.


회로 먹으면 담백하고, 구우면 고소하고, 조리면 깊은 맛이 배어들어 미식가들의 발길을 이끌던 그 생선. 하지만 요즘, 그 바다가 조금은 쓸쓸해졌다.


어민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21년 4,369톤이던 용가자미 어획량은 이제 절반 가까이 줄어, 지난해에는 2,300톤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yonggazami1.jpg 그릇에 담긴 용가자미 / 푸드레시피

불과 몇 해 사이의 변화다. 그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바다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자 기억의 무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민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바다가 너무 따뜻해졌어요.” 예전에는 수심 80미터쯤만 내려가도 금세 잡히던 용가자미가, 이제는 200미터, 300미터 아래로 숨어버렸다.


바다가 한층 깊어진 느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동해의 표층 수온은 관측 이래 최고치인 18.84도까지 올랐다.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용가자미에게는, 그 바다가 더 이상 편안한 집이 아닌 셈이다.

yonggazami3.jpg 그릇에 담긴 용가자미 회 / 푸드레시피

하지만 모든 것이 기후 탓만은 아닐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용가자미가 5~6년 주기로 자원량이 줄었다가 회복하는 생태적 리듬을 가진다고 말한다. 어쩌면 지금은 그 주기의 ‘저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수온 상승이 산란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바다의 온도와 생명의 흐름은 서로 맞물려 움직인다. 문제는, 그 균형이 너무 빠르게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yonggazami4.jpg 도마위에 놓인 용가자미 / 푸드레시피

나는 울산의 바다를 떠올릴 때마다 늘 방어진항의 풍경이 함께 떠오른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항하던 배들, 바구니마다 가득 쌓였던 은빛 생선들, 그 사이로 어민들이 주고받던 웃음소리.


이제 그 자리엔 걱정이 먼저 깔린다. 어획량이 줄자 위판액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지역 경제의 숨결마저 약해지고 있다.

yonggazami5.jpg 식탁위에 놓인 용가자미 구이 / 푸드레시피

용가자미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다. 한 세대의 삶을 버텨온 바다의 시간이고, 울산이라는 이름에 스며든 맛의 기억이다. 그 소중한 존재가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단지 한 메뉴의 부재가 아니라 한 도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는 이제 뉴스 속의 먼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먹는 한 끼의 밥상 위에서, 우리가 사랑하던 생선 한 마리의 자취 속에서,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다시 울산의 겨울 바다에서 통통히 살 오른 용가자미를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우리가 바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오늘 저녁 식탁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보자.


https://foodrecipe.co.kr/news/omija-consumption-trend-korean-fruit-2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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