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째 먹어야 더 좋다… 감 껍질, 과육보다 3배 높은 항산화 성분
가을이 깊어질수록 시장 한켠에는 붉게 익은 감들이 줄지어 선다. 꼭지를 중심으로 퍼지는 그 따뜻한 색을 보면 괜히 마음이 놓인다.
어린 시절, 엄마는 감을 깎아 얇은 접시에 담아주곤 했다. 달콤한 과육만 남기고 껍질은 툭툭 버려지던 기억. 그런데 이제는 그 습관을 조금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감 껍질 속에 숨은 놀라운 비밀을 밝혀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던 그 얇은 껍질에,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 성분이 과육보다 최대 세 배나 많다는 것이다.
중앙대학교 이상현 교수팀과 농촌진흥청 이별하나 박사팀이 함께 국내 감 25개 품종을 정밀 분석한 결과, 껍질에는 β-카로틴, β-크립토잔틴, 루테인 같은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었다.
이 성분들은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눈과 면역력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루테인은 스마트폰의 푸른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영양소라 하니,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자연의 선물 같다.
흥미로운 건 모든 감이 이런 효
능을 지닌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떫은감보다 단감, 그중에서도 ‘진홍’과 ‘매가마지로’ 품종의 껍질에서 가장 높은 항산화 수치를 확인했다.
‘진홍’의 껍질에서는 275.9μg/g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니, 이름처럼 속까지 붉은 빛의 건강이 담긴 셈이다. 감 껍질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나는 요즘 감을 먹을 때 일부러 껍질을 얇게 벗기지 않고 그대로 베어 물곤 한다. 달콤함 사이로 살짝 느껴지는 쌉쌀한 맛이 오히려 더 진하고 깊다. 또 껍질을 말려 따뜻한 물에 우려내면 은은한 향이 감도는 감껍질차가 된다.
건조시켜 만든 감말랭이나 곶감도 껍질째 즐기면 영양이 더해지고, 말린 껍질을 곱게 갈아 빵이나 떡 반죽에 섞으면 자연스러운 색감과 향을 입힐 수도 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건, 껍질째 먹을 땐 깨끗이 씻는 일이다. 유기농 감이 아니라면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푼 물에 잠시 담갔다가 흐르는 물로 여러 번 헹궈내야 안심할 수 있다.
감은 예로부터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을
돕고, 탄닌이 장을 편안하게 하는 과일로 알려져 왔다. 여기에 껍질의 항산화 효능까지 더해졌으니, 그 가치는 더없이 깊다.
무심코 버리던 껍질 한 조각이 사실은 가을의 건강을 품은 보석이었다니, 자연은 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곳에 선물을 숨겨두는 것 같다.
올가을에는 감을 껍질째 베어 물며, 그 작은 한입 속에 담긴 자연의 지혜를 느껴보자. 오늘 한 번 해보자, 껍질째 먹는 감의 진짜 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