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찌개 맛집 비법, '선 볶음 후 조리'의 원리와 감칠맛의 비밀
쾌청한 날에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한 무언가를 원할 때가 있다. 맑은 하늘 아래서도, 뜨끈한 찌개 한 숟갈은 참 든든하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고추장의 진한 향, 거기에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집밥 같다’는 느낌이 확 든다.
여러 메뉴 중에서도 고추장찌개는 특히 그 깊은 맛으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찌개의 맛을 좌우하는 첫걸음은 ‘육수’다. 멸치와 다시마를 사용해 육수를 내는 것도 좋지만, 나는 종종 쌀뜨물을 쓴다.
밥짓고 남은 쌀뜨물을 쓰면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감촉이 더해져, 찌개가 편하고 포근한 집밥 같아진다. 양념 비율도 중요하다.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다진 마늘 각 1큰술, 국간장 1큰술, 후추 약간. 여기에 된장 반 큰술을 넣는 순간, 국물의 감칠맛이 확 살아난다. 고추장의 매콤함과 된장의 구수함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찌개를 집밥 ‘맛집’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비결은 바로 ‘선 볶음’이다. 달군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먼저 볶아 고기 기름이 달달하게 우러나면, 고기의 표면이 노릇해지고 향이 살아난다.
고추장과 마늘을 넣고 함께 볶아주면, 뜨거운 기름이 양념을 감싼다.
이때 고추장은 텁텁함이 사라지고, 깊은 풍미가 폭발하듯 퍼져나간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찌개의 맛도 절반이 될 수 있다.
향이 가득 퍼지면 육수를 붓고 국물을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큼직하게 썬 감자와 양파를 먼저 넣어 단맛이 우러나오게 하고, 감자가 익을 즈음 애호박, 두부, 어슷 썬 대파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얼큰한 맛을 더하거나, 묵은지가 있다면 한 줌 넣어서 국물의 깊이를 한층 끌어올려도 좋다. 재료가 모두 어우러지면 불을 끄고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뚝배기를 테이블에 올리고, 보글보글 끓는 찌개 한 숟갈. 맑은 날에도, 그 한 숟갈은 퍽 따뜻한 위로가 된다.
오늘, 집밥처럼 포근하게, 진한 고추장찌개 한 냄비 끓여보는 건 어떨까? 마음속까지 부드럽게 데워질 거예요.